사회과학대학 제 28대 학생회장 선거 1차 유세 속기록

2009년 11월 17일 늦은 5시

(15분 늦게 시작함)

 

 

 

구현 : 잠시 후 10분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공동유세에 오신 분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사회과학대학 28대 학생회장 선거 1차 유세 시작하겠습니다

(와아)

 

<< 민중의례 >>

 

구현 : 제 28대 학생회장 선거 선관위원장 구현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번 선거가 단독 후보로 나온 선거입니다. 작년에 선거를 할 때도 단독 후보였는데 굉장히 선거를 진행하기 외롭더라고요. 다른 선본들도 있고 해야 선거하면서 재미있는 일도 더 많은데... 그렇지만 그래도 RE-VIBE 선본 선거운동하는 거 보니까 재미있게, 내용도 알차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선거일정이 1주일 정도 남았는데, 남은 1주일도 힘차게 선거운동 잘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맥박 광장에 뛰다, RE-VIBE 선본의 선본장 양준용 학우를 앞으로 모시겠습니다.

 

준용 : 예. 방금 귤 먹고 나온 선본장 준용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_=) 제가 제주도 출신이라 귤에 대한 상식이 있어요.

제가 나왔다 해서 바로 시작하는 건 아니고요. 제가 가지고 있는 하트 모양의 종이쪼가리를 받아서 RE-VIBE 선본에 바라는 점을 많이많이 적어 놓으시면 선본방에 붙여 놓고 선거운동의 지표로 사용하도록 할게요. 그럼 이걸 나눠 드릴게요.

끝날 때까지 못 있으신다 하면 일단은 써서 여기 보이는 선본원들게 쥐어 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오늘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 선본원 퍼포먼스 >>

 

준용 :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하하하) 제가 대학에 들어온 첫날 이후부터 대학의 모든 일들은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듯, 하지만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그렇게 일어났습니다. 이번에 서울대 법인화 역시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적인 교육 재편, 그리고 자본주의적인 교육의 잠식의 과정이지만 그 과정은 누구도 알지 못하게, 누구와의 의논도 없이 시작됐습니다. 우리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중에 하나가 여성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참여가, 우리가 이야기하기 어려운 그 순간들 때문에, 선배와 후배 사이의, 남성과 여성 사이의 관계 때문에... (...)

지금이 어떤 사회입니까. 우리가 먹을 것, 입을 것, 살 곳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자본이라는 이름으로, 임금노동이라는 이름으로 통제하고 있는 세상, 우리의 노동권을 통제하고 있는 세상이 이 세상인 것 같습니다. 노동권을 생각합니다. 우리의 맥박 광장에 뛰다, RE-VIBE의 유세에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 당황스러웠을 텐데요, 왜 이렇게 찬 바닥에 애들이 드러눕는지, 선본원들이 이렇게까지 추울 줄을 예상하지는 못했겠지만 멋진 퍼포먼스 보여줬던 것 같습니다. 선본원 여러분들게 박수 부탁드립니다. (짝짝짝)

첫 번째 순서입니다. 항상 기대가 되는 순서이기도 하지요. 항상 제 2년 전을 EJ오르게 하는 그런 시간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멋진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을지 기대가 되는데요. 새내기 세영 학우의 발언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세영 : 안녕하세요. 아고라에 모이신 학우 여러분. 바쁘신 중에 “우리의 맥박, 광장에 뛰다” RE-ViBe 선본의 1차 유세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내기 발언을 맡은 박세영입니다. 반갑습니다.

 

앞에 나와서 발언을 하려니 긴장되고 많이 떨리기도 하네요. 하지만 기왕에 기회가 주어졌으니 이 참에 제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속시원히 털어놓을까 합니다.

제가 새내기 오티나 새터에 참가했을 때 처음 느꼈던 것은 <대학 사회에서 역시 학생회는 학생들의 삶에서 큰 위상을 차지하는 존재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속한 불꽃반의 오티는 여러 가지 교양으로 구성되었고, 사회대 차원의 새터에서도 여러 고민을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으니까요. 단순히 대학은 술만 먹고 노는 장소가 아니라는 점에 매우 뿌듯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학생회가 우리 사회에 많이 퍼져 있는 정치적 환멸의 한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009년 가을학기도 이제 한달 남짓 남은 지금, 오티와 새터를 떠올리며 여러 교양들을 안좋게 기억하는 학우들도 많았고요.

그렇기에 불꽃반 새내기로서 불꽃반 학생회장님을 따라다니면서 용산 참사 현장에도 가보고 빈곤철폐현장활동에도 참여해보기도 했지만 제가 학생회에서 활동할 일은 죽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학생회는 이미 죽어있고, 설사 살아있다 해도 식물학생회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회대 11개 반에서 3개 반만이 학생회장을 선출하며, 이제 자기 자신의 경력 개발에 골똘해하며 반을 떠나가는 개인이 늘어나는 것과 발맞추어 각 반들이 해체되어가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 자치란 무엇이며 그 필요성은 왜 점점 흔들리고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또 서울대학교 법인화 찬반 총투표, 세종시 계획하의 공대 이전 과 같은 이슈들이 떠오를 때 학생 사회는 본부에 무엇을 요구할 수 있나, 이 서울대학교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이러한 고민과 의문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 자신도 사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기에 바쁘니까요. 전공 진입을 앞둔 시기라 ‘경제학부에 가야 취직하기가 유리하네’ 이런 얘기가 종종 들립니다. 다른 전공을 생각하고 있던 저로서는 씁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을 해서 먹고 살지, 고민해 보지만 주위에서는 하나 둘씩 고시생이 늘어가는 것만이 발견되네요.

각 반의 자치는 어떻게 공고해질 수 있으며, 그 결속은 어떻게 단단해질 수 있을지. 그리고 학생이 학생의 주인으로서의 자신감과 행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지. 우리가 신자유주의의 자기 계발 이데올로기에 시달릴 때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우리를 지배하게 내버려두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식물같은 학생회는 어떻게 그 면모를 일신할 수 있을지.

누구와 이 고민들을 나눌 수 있을까요? 그러던 중에 불꽃반 학생회장님이 사회대 학생회장 선거를 준비하시면서 저에게 함께 하자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처음엔 얼떨떨했습니다. 잘 웃고 사람좋기만 한줄 알았던 이 사람이 사회대 학생회장에 나간다고? 학생회장 나가려면 각종 운동 경력들로 도배하고 학생 집회 주도도 좀 하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알고 보니까 불꽃반 학생회장님도 만만치 않았지만 말입니다.(웃음) 그리고 저는 선본에 합류했습니다. 이전까지 학생회에 대해 가졌던 선입관을 부숴 주고, 제가 했던 말들 한마디 한마디를 소중하게 들어주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라면 제 고민을 들어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함께할 때 우리의 고민은 가벼워질 수 있고, 우리가 지향하는 바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대체 학생회는 하는게 뭐야’ 하면서 외면해 버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 고민들은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고 믿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바, 우리가 말하고 싶어하는 바, 우리 안에서 생생하게 살아 뛰고 있는 우리의 맥박이 이 광장에 다시 뛰게 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맥박은 지금 뛰고 계신가요? 여러분은 지금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할 수 있는 자리를 얻으셨나요? 이제 여러분께 함께 할 것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모두 광장으로 나갑시다. 우리의 맥박은 함께 뛰어야 합니다. 우리가 만들 내년의 학생회는 당신과 함께 하는 학생회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준용 : 지금부터 우리가 벗어 던지고 뛰어넘어야 할 것들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꽤 많은 것들이 쓰여 있네요. 연장투표도, 선거 무산도 있고... 코소닉도 있네요. 코소닉 이거 뭔지 모르겠지만 무서워요.

 

<< 현수막 찢기 퍼포먼스 >>

 

준용 : 저희 RE-VIBE 선본 분들이 이건 진짜 찢어 없애야겠다 하는 걸 쓰셨는데요. 우리가 이런 것들을 같이 없애나가자는 의미에서 이 플랑을 찢었습니다.

지금 시각이 5시 26분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이 마치 우리 선본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역시 선거에서 입장들도 많고 선본원들의 마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선본원의 정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몇 년 간의 선거가 정책선거라는 이름 아래 많이 변질되어 있고, 정책이 실천가능해야 하는 것처럼 되어있었는데요, 실천 가능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정책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리바이브 선본의 정책국장 연민 학우 모셔서 이야기 듣도록 하겠습니다.

 

연민 : 안녕하세요, 아고라에 모이신 학우 여러분. 추운 날씨에도 많은 분이 함께 자리해 주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28대 사회대 학생회장 선거 우리의 맥박, 광장에 뛰다 리-바이브! 선본의 정책국장 연민입니다. 지금까지 리플릿을 통해 보여 드린 저희 선본의 정책을 한 번에 정리하여 소개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지금 말씀드릴 내용이 여러분께서 저희 선본에 대해 저마다 평가를 하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시간 관계상, 그리고 날씨 관계상(?) 이 자리에서는 각 정책을 최대한 간결하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가 각 정책에 대해 부여하고 있는 의미라든지 맥락, 구체적 입장 등은 그동안 받으셨던 리플릿 또는 곧 나오게 될 정책자료집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나누어 드렸던 리플릿 순서에 따라 교육 정책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교육 문제에 관해서 저희 선본에서는 다음 두 가지 지점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첫째는 우리가 우리의 교육 환경을 주체적으로 만들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고, 둘째는 논쟁과 소통을 통해 우리가 지식을 창출해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교육환경개선협의회는 학생회의 요청으로 학생처가 개최하는 공식협의체로 학생, 직원, 교수 등이 모여 다양한 사안을 논의하는 기구입니다. 총학의 경우 그동안 본부와 마흔 번 가까이 교개협을 진행해 왔습니다. 저희는 사회대 학우들이 사회대의 교육 환경에 대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수 있도록 사회대 교육환경개선협의회가 설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으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테이블이 존재한다면 M동 이전, 신양관 건설로 말미암은 일부 기존 공간에의 피해나 영어강의 의무수강, 전공강의 관련 의사결정 등의 문제에 대해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부분들을 효과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사회대가 당면한 현안인 학과제 전환 문제와 관련해서도 적절히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과학제와 사회대인의 밤은 근 몇 년간 사회대에서 열리지 못했던 학술제를 열어보자는 의도로 제안한 것입니다. 돌아가고 있는 몇몇 학회들만의 축제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과/반, 학회, 동아리, 과 자치회, 자발적 모임 등 모든 단위가 자유로운 주제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고, 신입회원 모집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1학기 중에 개최할 것입니다.

대안대학평가는 올해 서울대와 서울대의 일부 단과대들의 순위가 크게 상승하여 이슈가 되었던 세계대학평가를 비판하기 위한 일환으로 제안하는 것입니다. 설문을 통해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맞춰 사회대의 실상을 조사해 봄으로써 우리가 원하는 평가기준과 대학상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법인화, 학과제 전환, 세종시 이전, 용산참사, 쌍용차 등 우리를 둘러싼 현안들에 대해 우리가 논의의 장을 만들고 그로부터 주체적인 지식을 창출해 보자는 목적에서 아고라 토론회를 제안 드립니다. 패널을 모집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활발한 찬/반 토론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토론회 내용을 자료집으로 남겨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다음은 여성/노동 관련 정책들입니다. 여성 정책에서는 사회대여성주의연대(사연)의 활동 중단으로 말미암아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꺼내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사회대에서 다시 페미니즘 논의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노동 정책은 노동이 나와 동떨어진 무엇, 학교 바깥에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일상적인 관계에서부터 발견해 나갈 수 있음을 알려내려는 목적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사회대 학생회 집행기구 중 하나로 여성국을 신설을 제안한 것은 페미니즘 활동들이 일회적인 행사로 머무르지 않고, 내년 한 해 동안, 가능하다면 그 이후까지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프로젝트팀 겨울 딛기 시즌2(가)로 겨울방학에서부터 활동을 벌여나가고, 이를 기반으로 3월에 여성국이 출범하게 될 것입니다. 여성국은 3.8, 4.20, 4.30-5.01에 걸쳐 연계 사업을 진행하며, 2학기에는 영상제, 도서전, 강연 등의 사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더불어 여성주의 교지를 분기마다 발행하여, 터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페미니즘적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열고자 합니다.

여학우 놀이터는 여성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되었던 기존의 상황을 비판하기 위해 제안하는 것입니다. 대안 생리대를 만들고, 팀 스포츠를 즐기고, 여성의 신체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억압받아 온 여성의 몸에 대한 이야기들을 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대 내 노동자 권리 찾기 프로젝트는 주변의 노동을 돌아보자는 취지로 기획되었습니다. 정책의 초점은 노동 환경 실태 조사와 함께 사회대 노동자분들의 일상을 확인하는 것에 맞추어질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노동자들과 함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등, 노동자와 학생 간 연대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노동권 길라잡이 수첩은 학우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했을 때 맞부딪칠 수 있는 권리 침해의 상황들을 알려내고, 그에 대처하는 방법들을 소개하기 위해 제안되었습니다. 노동권과 노동법, 노무법인 상담 정보, 구체적인 노동권 침해 상황과 사례들, 실업자 운동에 대한 정보 등을 담은 수첩을 발행하고 그와 연계하여 강연들을 기획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두 개의 리플릿을 통해 여러분에게 제안 드렸던 교육, 여성, 노동 관련 정책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마쳤습니다. 앞으로 받아보시게 될 학생회/문화/공간 관련 리플릿과, 모든 정책들을 갈무리한 마무리 리플릿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ViBE 선본의 정책에 대한 가감 없는 평가를 부탁드리며, 목요일에 있을 정책간담회와 23일 월요일에 있을 2차 유세에도 함께 자리하셔서 많은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준용 : 네. 정책국장님께 다시 한번 박수 보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학생 사회에 대한 정책들이 남아 있는 만큼, 저희 선본의 정책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선본원들의 마임 감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선본원 마임 >>

 

지윤 :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다 큰 기집애들이 겁도 없어. 너희들, 세상이 바뀐 것 같아도 여자는 여자.” /엄마 목소리가 조곤조곤해졌다./ 불길한 징조였다. 엄마는 식탁위의 유리잔을 집어 들었다. “여자 몸은 이런거야.”

“금가는 순간.”/ “그 순간 끝장나는 거지!”

정이현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라는 소설집 중,/ 유리의 성이라는 단편 소설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자취를 하는 여성들에게,/ 밤늦게 다니는 여학우들에게,/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만큼 강력한 말도 /없는 것 같습니다. 비록 걱정해주는 시선들 이지만, 그 안에서 “나도 밤새서 자유롭게 다니고 싶다”/는 외침들은 마음속에 담아둘 수밖에 없습니다.

여성들이 술자리에서 느끼는 시간에 대한 압박감들, 밤길을 다니면서 여자니까 조심해야 한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들 때문에/ 더욱 /위험해 보이는 밤거리. 그로인해 내가 느끼는 불편함들은 “당연한 것 아니냐”/ “어쩔 수 없다”/ “너무 소소하다”/라는 시선들로 인해 대학 내에서 공감받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사회대에서 그 불편함들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왜 여성은 유리라고 이야기되면서 더 조심해야 하는지, 이제는 밤늦게 거리를 다닐 수도 있어야 한다고! 당신이 마음껏 외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인사드립니다! 28대 사회대 학생회 선거/ 우리의 맥박, 광장에 뛰다 리바이브 선본의 후보 사회대 3학년 지윤! 이제는 당신의 불편함과 함께 뛰고 싶습니다!

저희의 이번 정책들이, 여학우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왜 우리는 이런 정책을 따로 떼어서 홍보하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를 통해서 가장 만들고 싶었던 것은 바로 /다른 공간들이었습니다. /

여학우들이 참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해소하고, /반항하고 /저항하는 마녀가 될 수 있는 공간들입니다.

최근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여대생이 발언한 루저라는 말에 대한 엄청난 파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여성의 외모를 대상화하는 오크녀, 꿀벅지에 대한 비판들은, 루저만큼 크게 쏟아져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오크녀는 별 파장없이, /까칠한 여성 또는 여성 페미니스트들을 비하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외모 지상주의에 대해 /남성과 여성이 느끼는 것은 /분명 다릅니다.

느끼는 압박감, 문제제기할 수 있는 환경도 다릅니다.

술자리에서 늦어도 /더욱 걱정의 눈초리로 보는 것. /혼자 여행가는 것에 대한 주위의 걱정들은 /절대로 남성과 여성이 같을 수 /없습니다.

예전에 청주에 친구를 보러갔다가 같이 간 여자친구와 함께 택시를 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택시아저씨가 계속해서 “다 큰 처녀들이 외박을 한다는” 노래를 만들어서 불렀습니다. 결국 /택시에서 뛰쳐나와 버렸습니다./

내가 왜 모르는 어른에게 그런 놀림을 받아야 하는 건지,/ 왜 모르는 남자 어른들은 나에게 쉽게 반말을 쓰고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는 건지 답답해져 왔습니다.

이제는 이와 같은 답답함들을 풀어낼 공간들이 주변에 있었으면 합니다. 더 이상 외로운 외침이 되고 싶지 않다는 수많은 떨림들이 광장으로 나왔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묻어져 왔던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밖으로 돌출될 수 있는 그 통로들을 만들고 싶었기에, 저는 학생회에서 여성 정책이 나와야 한다라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생회에서 이 이야기들을 꺼내는 더 큰 이유는, 저 자신을 피해자화 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가해자화 시키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동안, 나의 불편함들은 이론에 맞춰서 재구성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쌓여왔습니다. 이제는 저의 경험들을 조금 더 건강한 방식으로 해소하고 싶습니다. 어떤 여성은 자신의 불편함을 공감받기 위해 “너의 경험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라”고 요구받습니다. 결국 그 요구를 받았던, 나는, 내 옆의 친구는 자신이 느꼈던 불편함을 공감하게 하기 위해 자신을 피해자화 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듣는 남성들은 불편해하고, 왠지 자신이 가해자가 된 것 같은 느낌들을 받게 되었지요. 이런 상황들이 계속되고 싶지 않습니다.

만약 내가 나의 경험들을 날것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고,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이 다시 새로운 언어들을 가질 다면.

나의 경험들을 이야기할 때, 내가 자유로울 수 있다면.

내 얘기를 듣는 사람들이 자신을 탓하지 않게할 수 있다면.

이런 소망들이 모여서 여성국이 되고, 사회대 내의 새로운 페미니즘의 물결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 물결은 당신의 일상에서부터 여성주의의 언어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여성주의에 맞춰 일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서부터 여성주의가 나올 수 있도록.

불편함의 날것 그대로를 귀 기울여 줄 수 있는 공간이 사회대가 있을 수 있도록.

우리 안의 남성과 여성/ 남성성과 여성성의 분리가 아니라 함께 서로의 삶을 긍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이제 새로운 관계에 대한 시도들이 시작됩니다. 바로 여기 내가 발 딛은 이 공간에서 그 처음을 시작합시다! 그 시작 속에서 당신과 당당히 마주치고 싶습니다.

 

구현 : 이상으로 리바이브 선본의 1차 유세를 모두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RE-VIBE 선본의 유세 잘 봤습니다. 다음 일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목요일에 정책 간담회가 있습니다. 마지막 2차 유세는 다음 주 월요일 5시 이곳 아고라에서 계속됩니다. 오늘 정말 많은 분들이 사회대 학생회 선거 유세를 보러 오셨는데, 그때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차 유세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