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저는 현재 법과대학에 재학중인 07학번 평범한 학생입니다.
갈 곳이 없어 여기까지 왔습니다..다소 길더라도 한 번 봐주세요

올해 로스쿨이 생기면서 학부생과의 마찰로 교내외가 시끄러운 상황입니다.
학장단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지난 주에는 학장단과의 대화 시간을 열어 학생들의 의견을 묻기도 하였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실질적인 '대화'였는지, 늘 그들이 비판하는 '형식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회가 아니었는지는 의심스럽습니다만)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열람실 문제와 사물함 문제였습니다.

작년도까지의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법대에는 15동 5층과 17동(교수동) 1층, 그리고 법학도서관에 열람실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물함은 법대 3층과 5층, 백주년기념관 사물함실 및 소강당 뒤편에 약 1100여개가 있습니다.
방학 동안에는 공사한다는 이유로 5층을 폐쇄하여 많은 법대생들이 공부할 곳을 찾아 중도, 사도, 경도, 심지어는 농도까지 흩어졌습니다. 신법도가 완성되면 열람실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정작 으리으리한 그곳에 교수 연구실 외에 열람실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맥없이 무너졌습니다.

현상황은 이렇습니다.
5층은 공사 후 작년보다 좌석이 늘었지만 20일부터 (구)법도를 폐쇄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날짜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17동 1층 열람실도 조만간 폐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법대 학생들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학장단은 이렇게 말합니다.
법대 신입생이 200명이었는데 올해 로스쿨은 150명 입학했으니 인원이 줄어든 것이 아니냐,
하지만 이전까지도 신입생은 자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법대에서 공부하는 것은 꿈도 못 꿨습니다.
실질적인 열람실 이용 학생은 별로 줄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법도와 법오(15동 5층을 이렇게 부릅니다)는 아침마다 자리 맡기 전쟁입니다.
가방만 두고 포스코 헬스장에 씻으러 가는 학생도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늦어서 자리가 없으면 허탈한 마음에 두꺼운 책과 독서대를 들고 공부할 곳을 찾아 헤매야 합니다.


문제는 이번 사물함 배정과 관련해서 극에 달했습니다.
위에도 말씀드렸듯이 법대 안팎의 사물함은 1100여개입니다. 재학생/일반대학원생/로스쿨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넉넉하지는 않지만 개수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주산홀(84) 사물함은 상당히 환경이 열악합니다. 드나들기도 불편할 뿐만 아니라 오래된 철제 사물함인 데다 자물쇠도 각자 구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15동에 상주하는 학생이 많다는 점에서 5층과 3층 사물함이 인기가 많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칩시다... 이용로도 없는 데다  어차피 선착순으로 신청하는 것이니, 수강신청도 그렇듯이 재빠른 사람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겠지요.

그런데 이번 학기에는 15동 5층 일반열람실 사물함은 법학대학원생에게 150개 우선 배정된다고 합니다.
(http://law.snu.ac.kr/information/information_news_view.asp?idx=1717&no=1511&pn=5&sn=2 참고)
열람실 바로 앞에 붙어있는 사물함 총 348개 중에 150개를 로스쿨생 전원에게 우선배정하겠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은 선착순이고 뭐고 전원 열람실 앞 사물함을 배정받고,
나머지 200개도 안 되는 사물함으로 5층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학부생들이 달려들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왜 우리가 이런 차별을 받아야 합니까?


개인적으로, 제가 더 속상해하고, 결국 이곳까지 찾게 된 것은 법대 학생들의 대응 방식 떄문입니다.
사물함 공고가 뜬 이후, 법대 마당에는 No.XX라는 형식으로 릴레이글이 올라왔습니다.
대개 학장단의 일방적인 태도와 사물함/열람실과 관련된 불만이 그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학장단은 이런 글들도 일부 '인터넷 쓰는 학생들'의 감정적인 불만으로밖에 취급하지 않더군요. 사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법대 행정 상황에 관심을 갖고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이 얼마나 될지도 알 수 없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다 어떤 분이 연대 행동을 제안하셨습니다.
바로 다음 주 수요일에 있을 사물함 배정 신청에 거부운동을 전개하자는 것입니다.
일단 이런 내용이 자보가 아닌, 소수만 드나드는 법대마당 게시판에 올라왔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조회수는 높았지만 댓글은 그나마도 글쓴이 것을 제외하면 10개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첫번째 댓글은 동참하겠다는 내용이었으나, 그 뒤의 것들은 전부 이 운동에 회의적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거부 운동이 전개된다고 하여도 (일단 널리 알리는 것 자체가 어렵겠지만) 힘을 합쳐 조금이라도 우리의 뜻을 관철시키려 하기 보다는 ,
남들 안 할 때 신청해서 안전하게 사물함을 확보하겠다는 기회주의적인 학부생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사실 연대 행동에서 이런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업거부, 시험 거부 투쟁 등이 어려운 것이겠지요.
한 명이라도 빠질 경우 목적이 성사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그 연대투쟁을 지지한다 혹은 따라주지 않는 사람들이 원망스럽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아쉬운 마음이야 있지만, 어찌 자기 이익을(어쩌면 정당한 권리를) 추구하는 학생 개인을 욕할 수 있겠습니까?


가장 아쉬운 것은 법대 학부생들의 산발적인 의견이 모아줄 중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법대에는 현재 학생회가 없습니다.
자치단위가 없다보니 학생들이 의견을 소집하고 그것을 표출하는 방법을 훈련받을 곳도 없습니다.
(반과 반의 하위 단위인 학회가 있지만, B반을 제외하고는 반학생회장이 선출되지 않은 지 오래고, 학회 역시 기초자치단위의 본질을 잃은지 4년이 넘었습니다. )
그러다보니 학생과 학교가 소통할 적당한 통로가 없고, 미봉책으로 마련된 학장단과의 대화도 그렇게 일방적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사물함/열람실 가지고 아웅다웅하지만
앞으로도 학생 개개인의 나약함은 학교측의 일방적인 '통고'앞에 무너지게 될까 우려됩니다..


일개 평범한 학부생으로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곘습니다.
안타깝고 걱정스런 마음만 있을 뿐, 누구와 어떻게 행동해야 우리의 뜻을 알릴 수 있을지 답답합니다.
저는 가까운 사회대 학생회에서 한줄기 희망을 보고, 조금이라도 조언을 구하러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쓰다 보니 다소 감정적이 되지 않았나 싶은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