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오프더레코드
2008.03.03 20:06
열심히 토론들 하시는데, 저는 한발짝 물러서서 좀 뜬금없는 소리를 해야겠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공방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으니 너그러이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쭈욱 글들을 보니 참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건강한 토론을 하고 있어서 마음이 흐뭇합니다. 솔직히 몇 년 전만 해도 아무리 불만 있고 해도 어디 라운지나 벤치, 식당 같은 공공장소에서 집행부 욕하는 대화 나눌 수 있었습니까? 간 크게 그랬다가는 막바로 부르주아로 찍혀서 아버지가 재벌이니 한나라당원이니 미국시민권자니 이런 뒷담을 들어야 했지요. 말은 민중, 민주, 노동, 인권 외치면서 후배들 부려먹고 일방적으로 의견을 하달하고 파렴치하고 위선적인 독재자들이 따로 없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물론 그건 과장이지만 그만큼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집행부에 불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집행부는 정말 다른 것 같습니다. 몇 달 동안 활동을 보면 툭 터놓고 더 많은 학우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려고 하고 더 많은 의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하고, 불만 사항 건의가 있으면 바로바로 해결하려고 하고, 이런 모습 보면서 전율(이런 단어는 좀 오버라고 느끼실 수 있겠습니다만, 어쨓든 제 주관적인 반응은 실제로 그랬습니다)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새내기분들은 무슨 어이없는 당연한 말을 하나 싶으시겠지만, 이번 학생회장을 비롯해서 집행부가 얼마나 척박한 과거의 인습 위에서 학생회의 민주화를 이루고 있는지 제 개인적인 관찰을 말씀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집행부의 모든 행동들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새내기 분들은 더 새로운 생각으로 비판해주기를 오히려 격려하고 싶습니다. 토론의 예의와 열린 마음만 있다면 신랄한 비판이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의아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선 때 대부분의 학우들이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순으로 찍은 걸로 나오는데 무슨 근거로 권영길 후보를 '사회대학생회'의 이름으로 지지할 수 있나라든가. "강제적인 국민의례"의 반대는 집단적인 의례 예식을 일절 안 하는 것이지 "반강제적인 민중의례"를 유도하는 것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공감합니다. 저는 현 집행부의 열렬한 성원자이지만 맹목적인 지지자일 필요는 없겠지요. 한편으로 양복 입었다고 부르주아를 연상하는 것도 낡은 사고방식이고, 새내기들에게 깔끔한 인상을 주기 위하여 정장 차림 한 것은 좋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다만, 이렇게 여과없이 비판을 하고 있는 것도 집행부가 말이 통하고 의지할 수 있는 분들이라는 걸 믿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내 한 마디를 집행부 누군가는 한 번 쯤 곱씹어 보고 타당하면 그 생각을 반영해주리라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큰 행사 하나 치르면 그 과정에서 갈등도 생기고 생각만큼 잘 안되어서 아쉬움도 짙게 남고, 체력적으로도 지치고, 그동안 미뤄뒀던 일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게 되는 법인데, 집행부 분들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진 만큼 푹 쉬고 아직까지 하던대로 힘내서 새학기 맞이하고 계속 사회대 학우들을 위해서 애써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