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에 대해 많은 생각해 볼 거리를 주는 책이 있어 소개합니다. 
찾아보니 은수미 의원과 김종철씨(노동당-구 진보신당- 전 부대표)가 인용한 바도 있네요.

비례의원이 많은나라일수록 소득격차가 적고 복지수준이 높다('복지국가의 정치학' 144-7쪽). 100% 비례대표이며 인구1인당 의원수가 한국보다 1.5배많은 네덜란드나 비례의원 비중 높은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독일 등도 유사사례.



인종적 단일함과 비례대표제의 힘 [2013.04.01 제954호][김종철의 빨간 책가방] 유럽이 미국과 달리 복지국가 된 비결, <복지국가의 정치학>

국세청이 발간한 ‘2010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연소득이 1200만원에도 못 미치는 근로소득자, 즉 한 달에 100만원을 벌지 못하는 사람이 540만 명에 달한다. 이 암담한 수치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문에 증폭된 면이 있지만, 그 다음해, 또 그 다음해에도 형편이 조금 나아졌을 뿐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참으로 암울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대선도 그렇고, 이 시대의 화두는 경제민주화나 복지가 되었다. 이런 현실에서 유럽식 복지국가는 매력 넘치는 것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복지국가를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졌을 만한 주제가 있다. 왜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노동운동이 있었다고 일컫는 미국은 복지국가가 되지 못하고, 유럽 다수 국가는 복지국가가 되었는가? 이에 관한 의미 있는 보고서를 미국 하버드의 두 경제학자 알베르토 알레시나와 에드워드 그레이저가 내놓았다. <복지국가의 정치학>(생각의힘 펴냄), 원제 ‘Fighting Poverty in the US and Europe’이다.

이들이 이 보고서에서 내리고 있는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자신들이 여러 변수를 놓고 분석을 해보았는데 미국과 유럽의 차이를 가져온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인종적으로 유럽이 미국보다 단일하다는 것’과 ‘유럽에는 사회주의(사민주의) 또는 공산주의 정치세력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비례대표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첫째 요소인 인종적 요인은, 일반적으로 어떤 사회에서 가난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자신과 동일한 인종이거나 민족일 경우 그 고통에 민감하고 동정적인 사람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은 다양한 연구로 이를 증명한다. 비례대표제의 존재가 복지국가를 이루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까닭은 미국과 같이 단순다수대표제, 즉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에서는 권력을 놓고 쟁투하는 양대 정당이 중간층을 획득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게 되다보니 양대 정치세력이 유권자의 평균적 관심사로 모두 경도되는 반면, 비례대표제에서는 비록 소수지만 강력한 좌파 정당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연립정부 등의 형태를 통해 이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됐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복지국가 성립이 어려웠던 미국의 특성으로, 견제와 균형의 이름으로 사회 변화를 어렵게 만든 상원의회와 보수적 법원의 역할, 그리고 연방제와 지방분권 등도 꼽힌다.

다루고 있는 주제와는 별개로, 이 책의 저자들이 딱히 진보적인 학자들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저자들이 복지국가 성립 문제에 접근하는 시각은 다소 건조한 느낌마저 준다. 그러나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는데다 인종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단일한 나라 중 하나인 한국에서, 정치제도의 차이가 복지국가 성립에 중요한 요소라는 주장은 새겨볼 만하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마찬가지로 소선거구제, 승자독식의 정치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 책은 복지국가에 관심 있는 분들이 충분히 일독할 만한 의미 있는 보고서다.

전 진보신당 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