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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의 학우들에게

<서울대 학생대회>를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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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기 위해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

지난 27일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총파업 중인 쌍용자동차 생산직 노동자 한 분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원인은 신경성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 정부와 채권은행이 지겨울 정도로 내뱉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주문과 ‘2명 가운데 1명은 해고된다’ 는 회사의 끊임없는 협박과 회유로 죽음과도 같은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고 하소연할 곳 없었던 괴로움은 끝내 그렇게 죽음이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정리해고에 의해 생존권을 박탈당할 위험 속에서 죽고, 누군가는 ‘대한통운은 노조탄압을 중단하라’라며 자결했던 박종태 열사처럼 죽지 않기 위해 역설적으로 죽음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생존권을 앗아가는 공포 앞에서 노동자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그래도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생존전략인 총파업은, 그러나 파업 이기주의, 불법/폭력 이라는 공세 앞에 맥없이 무너지려하고 있습니다.


논쟁과 토론이 사라진 빈 자리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응어리져있다지만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의 무엇이, 왜 그리도 문제인지,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곳곳에서 활발하게 논의하기 보다는 한탄 섞인 몇 마디를 인터넷에 끄적이며 불만을 극히 개인적으로 해소합니다. 학생 사회에서는 어느 새부턴가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법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 논의하고 싶다는 희망을 떠올리는 것마저도 점점 어려운 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논쟁과 토론이 사라진 빈 자리는 무기력함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특별하지 않은 내가 논의 제기를 하는 것이 전혀 특별하지 않았던’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과방이든 술자리든 두 사람만 모이면 뜨거운 토론이 벌어지던 그 때, 그것이 확장되어 아크로 집회에서 집단적인 논쟁의 목소리로 울러 퍼지던 그 때,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기 위해 2천 명의 학생이 아크로에 모이기도 하고 교육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비상총회를 열면서 토론과 논쟁을 우리들의 문화로 만들어왔던 그 때, 그 때의 그러한 일상적인 정치가 바로 민주주의였습니다.


지금 이곳에서 다시 민주주의를!

하지만 우리가 잠시 집단적인 토론을 잊었다고 해서 결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사그라졌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작년 아크로를 가득 메울 만큼의 사람들이 동맹휴업에 참가했던 것처럼, 그리고 지금 인터넷 곳곳의 추모 글에서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 것처럼 사실 우리는 진심으로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 삶을 위해 저항할 수 있는 권리로서 민주주의, 이명박 정권에 반대를 외칠 수 있는 민주주의, 그리고 학내에서 뜨겁게 토론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필요합니다.

6월 3일 서울대 학생대회(가)를 통해, 각종 집회와 시위와 관한 법률을 들이대며 저항에 재갈을 물리는 반인권법, 가까운 상도4동에서도 철거가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제2의 용산 참사를 낳을 수밖에 없는 재개발 정책, 개발주의와 이름만 다를 뿐인 허구적인 녹색 성장 정책, 민영화와 규제 완화 등 민생을 위한다면서 사실은 재벌들의 배만 불리는 각종 민생악법 등 사회 현안의 여러 내용을 담아 이러한 문제의 본질이 무엇이고 왜 우리가 이명박 정권에 반대하는지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열띤 토론의 장을 기획해 봅시다.

그토록 갈망하는 민주주의는 바로 권력의 주인인 우리가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바로 이곳에서 잊혀져왔던 정치의 공간을 다시 한번 열어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