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판매 여성 비범죄화로 착취와 폭력에 맞선 싸움을 시작하자

-성매매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의 입장

 

지난 4, 김상희 등 민주당 의원 10명이 성매매 알선 처벌법(성매매특별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생계를 위해 성을 도매한 자성매매 피해자에 포함시켜, 생계형 성판매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기존의 법에서 성을 판매한 여성은 인신매매나 감금, 마약 투여 등의 극단적인 상황이 입증되었을 때에만 성매매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관악 사회대 여성주의자 모임 은 성 판매 여성의 비범죄화를 지지하며, 이번 발의안이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매매는 남성들이 성욕을 주체할 수 없기 때문에 요구되는 필요악도, 여성들이 부도덕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탈 행위도 아니며, 지금 사회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방식과 성매매에 대한 지금 사회의 극단적 혐오감, 그리고 그러한 혐오감이 구매자나 포주에 대한 비판과 제재가 아니라 성판매 여성에 대한 낙인과 비난으로 집중되는 현상은 사회가 성적으로 얼마나 억압적이며, 특히 여성들에게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기존 성매매특별법의 성판매자 처벌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기존 성매매특별법은 기본적으로 성매매와 관련한 모든 사람, 즉 성판매자, 성구매자, 성매매알선자 모두를 처벌하되, 성판매자의 경우 비자발적으로 성을 팔았다고 인정되면 성매매 피해자로서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자발/강제 이분법은 현실과 맞지 않는 데다가 성판매 여성들에 대한 사회의 낙인과 편견을 재생산할 위험이 크다.

우선, 먹고살 길이 막막하거나 집에서 가출한 뒤 갈 곳이 없어서 성매매에 발을 들이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자발적이었냐 강제당한 것이었냐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게다가 성판매를 선택할 시점에는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하더라도, 성판매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문란한 여성이라고 낙인찍혀 사회에서 배제되는 현실 때문에 일단 성판매를 시작한 여성이 성매매 현장에서 나오는 데는 심각한 어려움이 따른다. 성판매 외의 다른 일을 배운 적이 없어 성매매 업소 바깥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거나, 포주에게 빚으로 묶여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는 경우 역시 적지 않게 존재한다.

둘째, 이러한 방식으로는 성매매 현장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착취를 해결할 수 없다. 성매매 현장에서는 열악한 노동 조건, 성구매자에 의한 폭행이나 모욕, 성매매업소 포주들로의 착취 등 온갖 비인간적인 짓이 횡행하는데도, 성판매 여성들이 이를 고발하려면 처벌을 무릅써야 하기 때문에 단속이나 제재는커녕 실태 파악조차 어려운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게다가 성판매 여성을 기본적으로 처벌 대상으로 두고, 비자발적이었다는 것을 확실히 입증할 수 있는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해주는 방식 하에서는 법에서 규정하는 인신매매나 감금, 위계·위력을 통한 강요를 당했던 여성조차 물증을 댈 수 없으면 처벌받게 된다. 심지어는 단속에 걸려 처벌받게 된 포주가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으면 자발적이었다고 해라라며 성판매 여성에게 거짓말을 강요하거나 빚을 갚지 않고 달아난 성판매 여성을 사기죄로 고소해서 경찰을 이용해 잡아들이는 기막힌 경우까지 있다.

성매매는 본능도 부도덕도 아닌, 여성 억압의 문제

성판매를 한 것으로 드러난 여성에게는 문란하다’, ‘쉽게 돈을 벌어 허영심을 채운다’, ‘더럽다등의 온갖 욕설과 비난이 쏟아지며, 성판매 여성들에게 동정심을 보이는 사람들조차 성판매가 부도덕한 짓이라는 것은 당연하게 전제하기 일쑤다. 그러나 성을 구매한 남성들은 이러한 비난을 받지 않으며, 오히려 성을 산 경험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듯이 이야기하고 다니기까지 한다. 사회는 성구매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저지르는 폭력보다 성판매 여성들의 문란허영을 훨씬 더 중대한 죄악으로 취급하고 있다.

성판매 여성들이 정말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지, 이들이 정말로 가난한지, 정말로 피해자인지 집요하게 심문하기 전에 성매매라는 것이 애초에 왜 존재하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성매매를 필요악으로 취급하는 자들은 여성들과 달리 남성들은 성욕이 너무 강해서 돈을 주고라도 성관계를 맺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성을 구매하게 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남성에게도 욕구를 조절할 수 있는 이성이 있으며 여성에게도 충족되어야 할 성욕이 존재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외면하는 억지스러운 정당화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남성들만이 성을 구매하고 여성들만이 성을 판매하는 이유는 성매매에서 거래되는 것이 단순히 성행위가 아니라 성판매자를 성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사회에서 성적 지배권은 압도적으로 남성에게 있으며, 여성은 누군가를 성적으로 지배하기는커녕 스스로의 성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데마저도 온갖 금기와 억압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그리고 이것이 성판매 여성들에게 그렇게 무자비한 비난이 쏟아지는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은 혼전순결을 지키거나, 그게 안 되더라도 성관계를 최대한 적게 해야만 하며, 특히 연애나 결혼 상대가 아닌 남성들과 성관계를 해서는 안 되고, 이것을 어긴 여성은 무가치하고 더럽다는 생각이 우리의 머리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지 않다면, 성판매 여성들이 돈을 쉽게 벌든 어렵게 벌든, 성판매가 자발적이었든 비자발적이었든 손가락질당하고 낙인찍을 하등의 이유가 없을 것이다.

 

성 판매 여성에 대한 혐오와 낙인을 넘어, 억압 없는 사회를 향한 싸움으로

물론 모든 성판매 여성들이 선택의 여지 없이 생계 때문에 성매매를 선택했다거나, 언제나 착취와 폭력에 노출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성매매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기도 하거니와,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양상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완전한 자유 의지로 성을 판매하는 여성들도 분명히 존재하며, 높은 서열에 위치한 극소수 성판매 여성들은 높은 임금을 받고 윤택하게 살기도 한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성판매 여성의 피해만을 강조하는 것은 역으로 성판매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폭력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는 관념을 조장하고, 결국 성판매 자체는 더럽고 부도덕한 짓이라는 낙인을 더욱 강화할 위험성이 있다.

성매매는 노동시장에서의 심각한 여성 차별, 이와 얽혀 있는 여성의 빈곤, 순결 이데올로기와 여성에 대한 성적 통제,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에 대한 부조리한 기대, 성 상품화 등의 문제가 교차하는 복잡한 사회적 현상이며, 성판매 여성들의 인권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 사이에서조차 성매매에 대한 입장은 아직 논쟁적인 문제다. 성매매 자체를 근절해야 할 범죄로 취급하는 이들이나 반드시 범죄는 아닐지라도 비인간적이며 궁극적으로 페절되어야 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성행위도 노동의 일종이며 성매매도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판매자들의 인권 문제에 주목하는 사람이라면 성매매 현장의 현실이 매우 열악하고 부조리하다는 것과, 이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이들은 물론 여성들 전체에 대한 심각한 억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2011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성매매 여성을 비범죄화하고 성매매에 개입된 여성들을 처벌하지 않도록 성매매 관련 정책과 형법을 포함한 관련 법안을 검토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모든 점들을 살펴볼 때, 현재 개정안에 대해 성매매로 쉽게 돈을 버는 문란한 여성들은 놔두고 남성 구매자만 처벌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비난여론이나 현실을 모르는 꼴페미들의 발상이라는 조소만 쇄도하는 가운데 개정안의 문제의식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어보지 못하고 사장되고 있는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고밖에 할 수 없다. 사태가 결국 성판매 여성들에 대한 사회의 적의만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된다면, 그만큼 개탄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개정안의 배경에 있는 현실을 조명할 필요가 있으며, 개정안의 문제의식은 물론 법 개정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 억압과 모순까지도 짚어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것이 폐절된 사회를 향한 치열한 싸움을 전개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 발의를 계기로, 성 판매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넘어, 이 부조리한 사회를 변화시킬 고민과 실천이 시작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회대 여성주의자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