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잔혹신파어로맨스 창작

<여기, 마녀 하나 추가요.> 의 후원을 요청 드립니다.

 

송신 : 극단 <일회용> 기획 비취(관악여모)

수신 : 사회대 학생회

 

청와대에 앉아 계신 어떤 이와 그 추종자(?)들로 인해 세상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옵니다만 그 덕분에 쇠퇴하던 담론들 가운데 어떤 이야기들이 다시금 많이 말해질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것은 묘하게도 사실입니다. 촛불집회는 말할 것도 없고, 지난 몇 년간은 상상도 못해봤던 교수들의 <시국선언>도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었고, 붙을 자보도 포스터도 없어 벽이 휑했던 시험기간에도 자보를 붙일 공간이 없어 벽에도 잔뜩 도배되는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어렵고 피아의 구분이 명확하면 명확할수록 어떤 이야기들은 말할 기회조차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해일이 밀려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느냐”는 어떤 남성 정치인의 유명한 말은 비단 진보진영 내의 성폭력을 드러내고 싸웠던 페미니스트들만을 향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 말은 어떤 중대한 국면에서 굳이 중요하지 않(다고 그들이 생각하는)은 것들에 대해서 말하는데 수고를 기울일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 그 자체는 아닐는지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되는 ‘우리’ 내부의 ‘꺼림칙한’ 이야기일수록 더 그렇게 여겨질 듯합니다.

흔히 삼대 소수자 담론이라고 칭해지는 여성, 장애, 퀴어Queer 담론이 학내에서 쇠퇴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말할 수 있는 이들, 말하는 이들, 말하려고 하는 이들이 줄어든 것이 아마도 가장 큰 이유겠지만 한편으로 이야기가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 역시 중요한 이유입니다. 물론 가장 현실적인 이유를 찾자면 역시 돈이 없는 것(-_ㅠ)이라고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마는.

 

연극 <여기, 마녀 하나 추가요.>는 사회대 연극당, 여성주의자 문화집단 난리부르스 등지에서 연극을 하던 이들, 페미니스트들, 대본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모여서 ‘급조한’ 극단 <일회용>에서 상연 준비 중인 창작극입니다. 연극 소개는 다음의 작가의 말로 대신하렵니다.

 

<작가의 말>

 

“마녀는 어디 있는가. 접근이 불가능한 저 어느 곳, 가시덤불과 엉겅퀴로 얽히고 설킨 광야의 한끝이 아닐까. 혹은 한밤중 선사의 어느 고인돌 아래쯤. 그녀가 거기 있다 한들, 그녀는 여전히 혼자. (Jules Michelet, <La Sorcière>)”

 

“선사의 어느 고인돌 아래쯤” 앉아있는 마녀의 이미지는 나의 상상력을 부추기고 한편의 완성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는 “마녀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려야만 했다.

마녀란 누구인가? “마녀”는 여성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들 중의 한가지이다. 비운의 여주인공이 되고 싶지도 않고 백마탄 왕자님을 기다릴 수도 없는 여성들의 마지막 선택지. 마녀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세상 사람들이 널 나쁜 여자라고 부를 때 넌 이미 마녀다.” 악마의 축제에서 세속적이고 천박한 쾌락에 빠져들고 마법을 부려 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일은 그 다음의 문제였다. 중세의 마녀사냥을 떠올려보자. 세상 사람들로부터 “마녀”로 지목당하고 난 다음에야 그녀들에게 온갖 죄목들이 부가되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것만으로 한편의 이야기가 되기는 부족했다. 이미 마녀가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더 이상의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선택지가 없다면 갈등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이야기도 계속될 수 없을 것이다. 마녀들을 갈등으로 몰아넣을 새로운 요소가 필요했다. 그래서 찾은 것이 “게이(Gay:남성 동성애자)”였던 것이다.

“게이.” 세상은 “여성을 사랑하도록 운명지어진 남성”과 “남성을 사랑하도록 운명지어진 여성”으로 이분되어있다. 그리고 “게이”는 “온전하지 못한 남성”으로서, 이 틀의 경계에 위치하여 끝없이 세상의 변두리를 떠돈다. 세상은 이러한 변두리의 존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려하지 않고, 말이 들리지 않는 존재는 “유령”이다. 유령이 되어버리고 싶지 않은 게이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그들이 만약, “남성”이 지배하는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은 마녀들을 찾아가 “난 마녀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면?

그러나 게이는 여전히 “남성”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들에게 딜레마로 작용한다. 그들은 “나쁜 여자”로 불릴 수 없으며 마녀들에게 그들은 여전히 가해자로서의 “남성”이기 때문이다. 세상으로부터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세상의 바깥에 있다고 생각되었던 마녀들로부터도 거부당할 운명. 이 극은 이러한, “게이”의 딜레마를 마녀라는 환상과 뒤섞어 치열하게 파고드는 이야기이다.

 

한 큐에 너무 많은 것을 잡으려는 욕심을 부린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작가의 대본을 본 순간 우리(극단 <일회용>의 사람들)는 “마녀”와 “게이”(와 “유령”)의 서사를 도저히 상연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녀와 게이가 유령으로 존재하는 이 캠퍼스에서 마녀가 되려고 하는 게이의 이야기, 어쩌면 이 시국(!)에서는 너무나도 생뚱맞은 것처럼 보이는 이 이야기가 이 공간에 어떤 “균열”을 내고 그 균열이 어떤 서사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상상만 해도 몸이 달아오릅니다.

 

그러나 연극을 상연하기 위해서는 극단 <일회용>의 역량만으로는 부족(-_ㅠ)합니다. 특히 자치단위 활동을 하다보면 항상 부딪히는 것이 재정문제와 홍보문제입니다. 그래서 사회대 학생회에 10만원의 후원과 홍보 및 관람을 요청 드립니다. 아래에 예산안을 첨부하였습니다.

 

예산

수입안

대학본부 지원금

 

(단대/과)학생회 지원금

200,000

녹두 및 기업 스폰

 

자체예산(개인회비)

160,000

기타 수입

240,000(양효실선생님 개인후원)

예산자치제 예상 지원금

400,000

합계

1,000,000

지출안

홍보비(포스터, 팜플렛)

400,000(포스터+팜플렛)

기자재대여료(음향,조명 등)

 

문구류,소품 등 구입비

470,000(목재+시트지+한지+그외 소품들)

공연진행비(간식비제외!)

100,000(공연당일 배우들 식사지원)

공연장소 대여료

 

기타

30,000(공연당일대비용 비상금)

합계

1,000,000

<예산안(서식은 예산자치위원회 신청양식에서 따옴)>

 

소수자 담론을 지지하는 의미에서부터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지원하는 의미까지, 사회대 학생회의 연극에 대한 후원관심을 꼭 부탁드립니다. 연극은 7월 8일과 9일 양일간 4시와 7시 총4회로 두레문예관 공연장에서 상연될 예정입니다. 듣기 좋으라고 해주시는 칭찬에서부터 쓴 코멘트까지 귀를 열어두고 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