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4일은 박종철 열사께서 돌아가신 지 24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스물넷에 돌아가셨으니 꼭 그 나이만큼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박종철 열사를 기억하는 이들이 모여
중앙도서관 옆 기념조형물 앞에서 조촐한 추모제를 지냈습니다.
단지 기억만을 더듬는 것이 아니라, 열사께서 염원하셨던 민주주의의 완성을 다짐하였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학우들과 조금이나마 기억을 공유하기 위해 올립니다.

먼저 열사의 약력입니다.


□ 열사의 죽음

1987년 1월 13일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중 치안본부 수사관 6명에게 연행되다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선배 박종운의 거처를 묻는 수사관들의 질문에 불응하다
1987년 1월 14일 모진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두다
1987년 1월 15일 일간지에 열사의 죽음이 실리다
1987년 1월 16일 열사의 시신이 신속히 화장되다
1987년 1월 18일 경찰이 ‘두 명의 수사관이 물고문을 자행했다’고 인정하다
1987년 1월 20일 학생회관에서 1500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사의 추모제가 열리다
1987년 2월 7일  열사의 국민추도회가 열리다
1987년 5월 18일 광주희생자추모미사에서 열사를 고문한 진범이 따로 있음이 폭로되다
1987년 6월 9일  연세대 학생 이한열이 시위 중 머리에 최루탄을 맞아 중태에 빠지다
1987년 6월 10일 ‘6월 항쟁’이 전국적으로 벌어지다
1987년 6월 29일 6·29선언으로 정권이 항복하다


□ 열사의 삶

1965년 부산에서 태어나다
1979년 부마항쟁에 참여하다
1983년 서울대 국사학과에 지원하였으나 낙방하여 재수를 시작하다
1984년 3월 서울대 언어학과에 입학하여 학생운동을 시작하다
1984년 5월 5.18 투쟁에서 연행되다
1984년 10월 과 대표로서 서울대 프락치 사건에 대한 시험거부 투쟁을 주도하다
1985년 3월 처음으로 선배가 되다
1985년 5월 집회에서 두 번째로 연행되어 구류를 살다
1985년 8월 구로총파업을 겪고 공장현장활동을 하다
1986년 3월 언어학과 학생회장으로 당선되다
1986년 4월 청계피복노조 연대투쟁 중 세 번째로 연행되다
1986년 7월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출소하다
1986년 11월 선배 박종운을 만나다
1987년 1월 고문 끝에 24세의 나이로 운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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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도서관과 인문대 사이에 있는 박종철 기념조형물입니다. 조형물의 윗부분은 물고문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푸른 부분이 물이고 움푹 들어간 부분이 열사의 머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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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를 진행하기 앞서 흉상 위에 있는 눈을 털어내는 바람에 열사의 흉상이 눈물을 흘리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참여하신 민교협 교수님들께서 신기하게 여기시면서 더욱 결의에 찬 모습을 보이셨습니다만, 진실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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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념을 올리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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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열사의 언어학과 동기들이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 쓴 시를 돌아가며 낭독하였습니다. 1월 20일 열사의 추모제 때 약 1500명의 학우들이 학생회관에 모여 이 시를 듣고 모두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군요. 지금 낭독하는 분은 서양사학과 한정숙 교수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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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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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법인화반대공대위 위원장을 맡고 계신 서양사학과 최갑수 교수님의 발언입니다.(맨 오른쪽) 교수님께서는 박종철의 기억을 환기하시면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선 민주주의의 실질화를 이룩해야함을 역설하셨습니다. 총칼의 권력이 자본의 권력으로 바뀌었으며, 서울대법인화 역시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문제로 볼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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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대 김재의 학우의 발언입니다.(맨 오른쪽) 열사의 죽음이 역사적 사실의 차원을 넘어 계승해야 할 것이 있음을 언급하면서 열사가 그토록 바랐던 억압과 착취가 없는 세상,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위해 열심히 살겠노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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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께서 생전 즐겨 불렀다고 하는 민중가요 '그날이오면'을 불러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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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의미로 기념탑 주변에 띠를 묶는 상징의식을 치렀습니다.



추모제를 마친 뒤 중앙도서관 주변에 있는 선배열사들의 기념조형물에 들러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960년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돌아가신 선배열사는 공식적으로 18명이며, 여러 이유로 국가가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분들도 꽤 된다고 합니다. '서울대 민주화의 길'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신 사회복지학과 조홍식 교수님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매일 정오에 시작하는 서울대법인화반대 학내선전전에 함께 동참하여 법인화 폐기를 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내년에는 좀 더 많은 분들이 추모제에 참여하여 기억과 계승을 다짐하는 시간이 되기를 빌며 이상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 사진제공 : 프로메테우스 http://promethe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