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반성폭력학생회칙

─ 성폭력 사건 해결 및 성폭력 근절을 위한 학생회칙 ─

제정 1998. 00. 00.

개정 2002. 00. 00.

개정 2013. 9. 27.

 

 

제1장 총칙

제1조 (목적) 이 규정은 성폭력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공동체의 책임과 성원들의 권리를 명문화하고, 성폭력 사건을 공동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절차와 방법을 규정 및 안내함으로써 성폭력 사건의 올바른 처리를 돕고 공동체 내에서 구성원들의 성적 자율권을 확보하여 성폭력으로부터 해방된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해설]

회칙의 목적은 일차적으로 성폭력 사건의 공동체적 해결, 즉 사건이 일어났을 때 피해자의 권리와 삶이 훼손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공동체가 성폭력을 용인하지 않음을 확인하며, 재발을 막기 위한 변화를 도모함에 있다. 이를 회칙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의 안전과 인권이 보장되는 것이 공동체의 정의와 정의에 입각한 상호신뢰를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별 사건의 사후 처리를 통해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을 완전히 근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성 평등과 여성해방을 곧바로 쟁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성폭력 사건의 공동체적 해결을 말할 때, 우리는 공동체가 완벽한 공간이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사회 전체가 체계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제약하는 상황에서는, 사회대 학생회 차원의 노력만으로 회원들을 모든 종류의 폭력이나 차별, 억압에서 보호할 수도 없다. 성적 자율권이 실현되는 공간을 위해서는 사회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사회대 학생회는 내부에서 벌어진 사건의 해결뿐만 아니라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도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러나 성폭력 사건은 많은 경우 공동체 전체에 만연해 있는 성차별주의적인 문화로부터 비롯된다. 즉, 평소에 공동체에서 여성을 비하하거나 대상화하는 언설들이 용인되거나, 성적으로 희롱·위협하는 것이 장난으로 치부되어 넘겨지거나, 성적인 몸짓이나 공연을 종용하는 등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는 행위들이 관례화되어있을 때, 또는 공동체가 성폭력 사건을 부끄럽고 귀찮은 일로 여겨 덮어버리려는 식의 태도를 가지고 있을 때 성폭력이 발생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가해자 한 명을 징계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가 없다.

성폭력 사건의 공동체적 해결이란 성폭력이 가해자 개인(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공동체의 문화와 구조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이를 변화시키는 사건 해결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성폭력을 낳은 공동체의 문화와 사회의 구조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공동체 전체에 귀책사유가 있지 않은 경우라도, 공동체 내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어떠한 처리도 없이 넘어가는 것은 사실상 공동체가 성폭력을 묵인하는 결과가 되기 쉽다. 특히, 남성에게 권력이 편중되는 사회 구조상, 탄탄한 입지를 가진 가해자는 계속해서 공동체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반면 피해자는 고통에 시달리다 공동체에서 떨어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공동체는 근본적으로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 또한 공동체가 성폭력에 맞서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공동체 구성원들, 특히 여성들은 공동체에서 끊임없이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으며, 공동체에 대한 소속이나 신뢰감이 잠식되는 것은 물론 서로 믿고 내밀하게 관계맺는 것 자체까지 어려워진다. 따라서 공동체에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라 해도, 공동체의 정의와 정의에 입각한 상호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공동체 안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공동체의 입장을 정립하고 적어도 공동체가 성폭력을 일어나서는 안 될 일로 규정한다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공동체가 어디까지를 포괄하는지는 각각의 사건에서 당사자들의 인권과 피해당사자의 의사, 사건의 성격이나 공동체의 상황 등 구체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학회나 반, 동아리 내에서 해결을 시도할 수도 있고, 사회대 학생회 차원에서의 공론화를 요구할 수도 있다. 회칙에 규정된 절차와 원칙은 사회대 내의 모든 공간에서 유효하지만, 공동체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 세부적인 해석이나 적용 방식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제2조 (대상)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의 모든 회원을 대상으로 한다. 또한 회원이 아닌 경우에도 사회과학대학의 과/반/동아리/전공에 기반을 둔 공동체의 실질적 성원을 포함한다.

 

[해설]

이 회칙의 목적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라는 공동체의 정의와 정의에 입각한 상호신뢰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학적상으로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원이 아닌 이라도 공동체 안에서 활동하는 실질적 일원인 경우 회칙에 따라 보호받는다.

 

2조 1항 사건의 가해당사자와 피해당사자 중 어느 한 쪽만이 해당될 때에도, 상위 규범이 없는 한 이 학생회칙을 적용한다.

 

[해설]

가해당사자와 피해당사자의 입장이 다를 경우, 양자가 납득할 수 있는 일정한 객관적 규준이 필요하다. 사회대 학생회칙은 이러한 규준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두 사람에게 공동으로 적용되는 다른 규약이 있거나 총학생회칙 등 사회대 학생회칙에 우선하는 상위규범이 있는 경우 학생회칙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적용할 수 있는 복수의 규준이 존재할 때는 정의, 인권, 집행의 실효성 등의 다양한 기준에 따라 상황에 맞게 선택해야 하며, 다른 규준을 바탕으로 삼되 사회대 학생회칙을 전부 또는 일부 적용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제3조 (학생회칙의 해석) 학생회칙의 해석은 일차적으로 회칙에 별첨된 해설에 따라야 한다. 단 규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책임자의 재량에 따른다.

 

[해설]

회칙은 절대적 권위의 원천이 아니라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관한 공동체의 합의를 명문화한 규범이며, 문구 하나하나를 엄정하게 따져서 적용하는 것보다 회칙의 전체적인 취지를 살리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다. 학생회칙은 움직일 수 없는 개별적 원칙들의 모음이 아니라, 성폭력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한 공동체의 합의를 구체화하는 일종의 매개이며, 서로를 뒷받침하고 보완하는 요소들이 결합된 총체이다. 각각의 문구는 단편적으로 따로 떼어서가 아니라, 회칙의 전체적인 논리와 맥락 속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해설은 그러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 학생회칙이 기반한 논리와 그것이 담아내고자 하는 원칙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글이다. 학생회칙 본문은 학생회와 회원들의 의무를 규정하며, 해설은 그것이 오독되거나 악용되지 않도록 그 취지와 맥락을 설명하고 해석의 방향을 제시하며 이해를 돕기 위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해설은 그 자체로 구속력을 갖는 규범이 아니지만, 회칙이 어떤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하는지를 인도한다.

 

제2장 성폭력의 개념

제4조 (성적 자기결정권)

4조 ①항 모든 인간은 자신의 성적 행위를 스스로 선택하고 구성해나갈 권리가 있다. 구체적인 권리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존중받을 권리) 성적 대상이 아닌 동등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권리 및 모욕당하지 않을 권리

2. (거부할 권리) 상호 동의가 없는 성적 접촉이나 성적인 행위 및 성에 관한 대화를 거부할 권리

3. (사생활의 권리) 자신의 성생활에 대한 불필요한 질문이나 간섭을 받지 않을 권리

4조 ②항 공동체는 구성원을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로부터 보호하고, 구성원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성적 자기결정권의 실현을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직접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더라도, 성적 자기결정권의 실현을 가로막는 환경이나 언행은 비판과 시정의 대상이다.

1. (사건 예방의 의무) 사회대 학생회는 회원들 사이에 성폭력을 비롯하여 성차별주의적 언행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성차별주의적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며, 성적 억압으로부터의 해방과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대내적·대외적 활동에 힘쓴다.

2. (사건 처리의 의무) 사회대 학생회는 회칙이 적용되는 모든 사건에 대해 회칙에 따라 책임을 지며,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해설]

성적 자기결정권은 인간의 성적 존엄과 자기실현을 위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며 따라서 침해되었을 경우에는 공동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야 하는 조건들을 말하는 것으로, 단순한 성적 자유와는 다른 개념이다. 여기에는 적극적 권리와 소극적 권리가 모두 포함된다. 물론 성적 자기결정권 역시 무한하거나 절대적이지 않으며, 타인의 권리와 존엄을 부정하거나 억압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보호되지 않는다. 성차별주의나 호모포비아처럼 다른 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정하는 성적 가치관을 표현하거나 실천하는 것은 인권을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을 희롱하거나 비하하는 것은 성적 자기표현의 자유로 보호되지 않는다.

성폭력이 아니라 해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억압하거나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나 어떤 식으로든 성에 근거해 차별하는 것은 인권 침해이다. 또한, 꼭 성폭력이나 성차별이 아니라 해도 성차별주의나 기타 반인권적인 통념에 근거한 언행과 문화는 성폭력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구성원들의 평등과 존엄을 부정하는 것이므로 비판하고 시정하는 것이 모든 구성원의 책임이다. 사회대 학생회는 이러한 변화에 앞장서 회원들의 성적 자기결정권 실현을 위해 노력하며 성적 억압과 불평등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제5조 (성폭력의 개념)

성폭력은 상대의 동의를 받지 않은 성적 언동을 함으로써 한 인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침해하고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행위이다. 이는 일방적 신체 접촉, 성적으로 모욕적인 발언, 성적으로 불쾌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등 유무형의 다양한 종류를 포괄한다. 당사자가 한 명인지 다수인지, 피해자가 성폭력이 있었음을 아는지 알지 못하는지는 성격 규정과 관련이 없다.

 

[해설]

이 정의에 부합하는 행동은 어떤 것이든 성폭력이며, 가담한 사람은 가해자이다. 신체접촉이 아닌 말도 성적으로 모욕적이거나 비하적인 발언이라면 성폭력에 해당되며, 다수가 성적으로 불쾌한 분위기를 조성한 경우 주도한 사람뿐 아니라 동조한 사람 역시 성폭력을 저지른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령 과/반방 벽이나 게시판 또는 단체카카오톡방이나 온라인게시판 등에 동의 없이 성적인 사진이나 글을 게시하는 경우, 그것을 본 사람들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또한 당사자에게 직접 한 행동이 아니라 해도 사진을 찍거나 배포하는 행동, 사생활을 유포하는 행동, 성적인 농담거리나 가십거리로 삼는 행동은 성폭력이다.

※ 성폭력의 사례

* 이것은 성폭력이 되는 행위의 포괄적인 목록이 아니라 일련의 사례이다. 아래에 열거되지 않은 행동도 성폭력이 될 수 있다.

 

1. 성추행이나 스토킹

-상대의 동의 없이 성관계, 포옹, 애무, 키스, 안마, 혹은 기타 신체 접촉을 하는 것

-만취나 질병, 심신미약 등 상대가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신체 접촉을 하는 것

-신체접촉을 강요하거나 협박하는 것. 이익 불이익을 암시하는 것이나 직접 말하지 않더라도 요구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도 포함된다.

-신체접촉의 요구를 거절했는데도 계속해서 종용하는 것

-상대의 의사에 반해 옆자리에 앉히거나 가까이 있게 하는 것

-상대의 동의 없이 몸을 가까이서 보거나 훔쳐보는 것

-상대의 동의 없이 사진을 찍거나 유포하는 것

-상대의 동의 없이 상대의 방이나 숙박 장소에 들어가는 것

-상대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교제나 데이트, 만남을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요구하는 것

 

2. 성적 대상화나 비하

-몸매나 신체, 옷차림을 성적으로 평가하는 발언

-성적인 맥락에서 술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

-성적인 맥락에서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라고 강요하는 것

-성적 농담의 소재나 가십거리로 삼는 것

-‘걸레’, ‘아다’ 등 성적으로 모욕적인 발언

-성생활이나 사생활에 대한 비하나 조롱

 

3. 성적 희롱이나 위협

-상대의 의사에 반해 성적인 주제로 대화를 계속하거나 성생활, 사생활을 캐묻는 것

-언어나 제스처, 그림, 글, 노래, 영상 등으로 성적으로 희롱하는 것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카카오톡방이나 SNS, 과/반방, 게시판 등의 공용공간에 성적인 내용을 게시하는 것

-벽에 몰아붙이거나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는 등 성적으로 위협적인 제스처

-상대의 동의 없이 성기를 노출하거나 옷을 벗고 맨몸을 드러내는 것

 

5조 ①항 (동의 없는 행동) 여기서 동의는 명시적 동의를 말한다. 해당 행위에 대한 명시적인 동의 이외에는 어떤 언행도 성적 행위에 대한 동의로 간주되어서는 안된다.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거나, 가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거나 숙박시설에 갔거나, 해당 행위 이외의 다른 성적 행위에 동의했다는 이유로 문제가 된 행위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

 

[해설]

성폭력이 반드시 명시적으로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들 중 많은 수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당사자들 간에 암묵적 동의가 있다면 모든 성적 언동에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다. 성적인 의미가 전혀 없이 서로 포옹하는 친구관계나 성에 관한 농담을 일상적으로 나누는 관계의 경우처럼, 상호간에 행위의 맥락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져 있을 때에는 같은 행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상호간에 바라보는 맥락이 다른 경우 그 책임은 일차적으로 행위를 한 사람에게 있다. 명시적 동의 이외의 신호는 대부분 해석하기 나름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면책사유로 인정해줄 경우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명백하게 거절하지 못했던 경우는 거의 모두 문제삼을 수 없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모든 폭력은 피해자가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권력관계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수많은 사각을 남겨놓게 될 우려가 크다. 또한 이러한 인정이 공동체에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면, 구성원들은 자신의 신호가 성적인 동의로 읽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서로 안전하게 관계맺을 수 없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폭력을 저지를 위험을 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성적 언동이든 하기 전에 상대의 의사를 명시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거추장스럽고 어색할 수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것이 구성원들이 공동체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하면서도 성폭력 사건의 성격을 판정하는 데 객관적 기준을 제공하는 유일하게 실효성 있는 방법이다.

 

5조 ②항 (성적 언동) 성폭력은 폭력 가운데서 성적 언동을 통해 발생한 폭력을 말하며, 이는 단순히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이나 성별권력관계에 기반한 행동과는 다른 개념이다.

 

[해설]

이제까지 피해자중심주의는, 명목상으로는 “성별 권력 관계에서 피해자가 열위에 있기 때문에 피해자의 관점을 존중하기 위해 특별히 더 노력하자는 것이지 결코 피해자가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되어 왔지만 내용적으로 ‘피해자의 진술과 해석을 우선적으로 신뢰하고 사건 해결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함’을 뜻했고, 이것은 가해피의자들을 사실상 가해자로 간주하거나 소명의 권리를 침해하고 해결 과정에서 피해자를 권력화하는 결과를 낳아 왔다.

이 회칙은 ‘피해자의 진술과 해석, 의사를 우선한다’는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상처를 주는 행동’과 ‘폭력’은 같지 않으며, 폭력에 관한 규약들이 보호하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권리이다. 피해자의 ‘감정’을 기준으로 삼는 관점은 여성 또는 피해자의 직관이 언제나 올바르다는 잘못된 전제에 기반한 것으로, 이에 기반한 정책은 피해를 호소하기만 하면 누구에게든 자의적 사유로 누군가를 성폭력 가해자로 낙인찍고 재단할 권력을 쥐어주는 명백히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인 결과를 낳는다. 또, 이러한 원칙 하에서는 피해자가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피해를 최대한 크고 선명하게 부각시켜야 하기 때문에, 결국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는 것이 극도로 어렵게 된다.

또한, 이 회칙은 단순히 성별권력관계에 기반한 폭력과 성폭력을 구분한다. 성폭력은 인간의 성이라는 특수한 대상에 관한 폭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폭력 사건은 주된 피해자가 여성이며, 피해자가 이성적으로 대처하기 힘들 정도의 수치나 당혹감을 안겨주기 쉽고, 피해자에게 사회적 비난이나 낙인이 돌아가거나 피해자가 자기혐오나 비난에 빠지는 경우가 자주 있고,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 또한 다른 폭력보다 더욱 심하며, 스캔들이나 가십거리로 전락하기 쉽고, 이로 인해 관련당사자들이 사건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려는 욕망을 강하게 느끼게 되는 등 일반적인 폭력과 다른 특성이나 난점들이 많이 존재한다. 성폭력이라는 범주를 굳이 구분하여 다루는 것은 이러한 특수한 맥락에 맞는 원칙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당한 폭력은 어떤 권리에 대한 것이든 모두 성폭력이라는 주장은, 이러한 특수한 맥락에서 권력관계를 상쇄하거나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정당화되는 보호장치나 심리적 태도, 관념들을 그것들이 정당화될 수 없는 경우에까지 이용할 길을 열어준다. 그뿐만 아니라, 성폭력에 대한 이러한 정의는 권리가 아닌 피해와 상처를 기준으로 삼게 되기 때문에 위 문단에서 서술한 것과 비슷한 문제를 일으킨다.

 

5조 ③항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침해) 성폭력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이다. 가령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약하는 사회구조에 편승하거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소홀한 것은 성폭력이 아니다. 그러나 특정 성을 모욕하고 성적 도구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일은 성폭력에 해당한다.

 

[해설]

성적 자기결정권은 궁극적으로 완전히 실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미달하는 상태를 모두 ‘성폭력 사건’으로 문제화할 수는 없다. 성폭력은 구조적 필연 또는 단순히 구조와의 공모가 아니라 개인의 의지에 따라 한 것으로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행위를 이르는 것이며, 구조 전체가 아니라 개별적 언동 하나를 문제삼는 사건화는 이러한 전제가 없으면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성폭력은 성적자기결정권을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이다. 직접적이라 함은 신체적으로 직접 접촉하거나 당사자에게 직접 언동을 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행동의 주체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뜻이다. 즉 단순히 성폭력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도 말리지 못했거나 성폭력적인 정책과 제도를 시정하지 않은 경우, 혹은 성폭력 예방의 의무를 소홀히 하여 사건이 일어나는 단초를 제공한 경우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있을지언정 성폭력 가해라고 할 수는 없다. 적극적이라 함은 수동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인 것만으로는 성폭력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가령 상대방의 만취상태를 이용해 성관계를 했다면 이는 성폭력이지만, 만취한 상대가 관계를 시도하는 것을 말리지 않고 받아들였다고 성폭력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상대가 동의한 것 이외의 행위를 했다면 성폭력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성폭력이 어마어마하게 큰 피해를 초래하거나 명백한 악의에서 나온 범죄만을 이른다는 뜻은 아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가 성폭력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단순히 분위기에 휩쓸린 것뿐이라 해도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동을 직접 저질렀다면 성폭력에 대한 책임이 부정되거나 경감될 수는 없다. 또 단순히 상황을 방치하거나 말리지 못한 것은 성폭력이 아니지만, 동조하거나 가담했다면 주도자가 아니라 해도 마찬가지로 성폭력 가해에 동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5조 ④항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결과) 어떤 행위가 성폭력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행위자의 의도가 아니라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의 여부이다. 가해자에게 성적인 의도가 없었거나, 피해자를 비하·희롱하려는 의도가 아니었거나, 피해자의 동의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성폭력이 아니라고 규정해서는 안된다.

 

[해설]

권리 침해에서 준거가 되는 것은 행위자의 의도가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한 결과이다. 가해자가 어떤 선한 의도에서 행동했든, 피해자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면 그 행위는 성폭력에 해당한다. 이는 사건 판정의 기준을 피해자의 입장에 두는 접근이지만, 피해자의 감정이 아니라 상황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객관성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적인 객관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객관성은 사회통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여 논리적으로 판단했을 때 가해자의 행위가 피해자의 존엄이나 자유를 존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의 여부를 말한다. 성폭력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구체적 상황과 맥락에 의존하지만, 이는 어떠한 객관적 기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객관적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대신 다양한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령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신체 접촉을 하는 것은 피해자가 결과적으로 상처를 받거나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더라도 상대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며,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두 사람 사이에 신체 접촉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가 존재했다면 이는 의사를 무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만일 가해자는 합의가 존재했다고 생각했지만 피해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동의한 것이 아닌 한 이러한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가해자에게 성적인 의도나 비하·희롱의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것이 성적인 의미나 비하·희롱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었다면, 이는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고려하지 않은 가해자의 책임이며, 특히 그 결과로 ‘상대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성폭력이다.

 

제6조 (2차 가해, 직무 유기, 무고, 사적 폭력) 다음과 같은 행위는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신고·공론화할 수 있으며, 사회대 학생회는 10조에 의거하여 이를 처리할 수 있다.

 

[해설]

성폭력을 공적으로 다루는 이유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다른 권리보다 특별하고 우선되기 때문이 아니라, 성폭력이 인권을 침해하고 공동체의 정의와 정의에 입각한 상호신뢰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성폭력 이외에도 사건과 연관된 행동들이 유사한 결과를 불러온다면, 마찬가지로 공동체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성폭력의 특수성 때문에 통용되는 준칙들은, 경우에 따라 적용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6조 1항 (2차 가해) 사건 해결 과정에서 피해당사자의 권리를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해설]

성폭력 가해피의자나 주변 사람들, 공동체 대표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성폭력 사건이 벌어지면 일단 부정하고 은폐하거나, 사건을 축소하고 대충 처리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돌아갈 결과를 개의치 않고 방어에 급급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때문에, 피해자는 사건 해결 과정에서 주변의 의심이나 적대, 따돌림, 사생활 침해, 협박이나 강압, 명예훼손 역고소 등의 또다른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의도적인 공격이 없더라도, 사회의 성차별주의적인 통념 때문에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전가당하거나 사회적으로 낙인찍히는 경우도 많다. 이는 많은 경우에 성폭력 사건 자체보다도 더 큰 상처를 피해자에게 안겨주며, 공동체의 정의와 신뢰를 완전히 파괴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2차 가해는 결코 지엽적인 사안이나 실수로 여겨질 문제가 아니며, 성폭력 못지않은 무게를 가지고 다루어야 한다.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2차 가해 판정 또한 가해자의 의도가 아니라 행위가 초래한 결과를 기준으로 하며, 맥락과 상황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내려져야 한다.

2차 가해는 단순히 피해당사자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행위나 사건 해결을 만족스럽게 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당사자의 권리를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2차 가해 개념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으면, 피해당사자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모든 행동이나 완벽하지 못한 모든 대처가 2차 가해로 규정되어 피해자 권력화로 이어지기 쉬울 뿐만 아니라, 성폭력을 대하는 구성원들의 태도가 경직되고 구성원들이 사건에 대한 판단 자체를 기피하게 될 우려가 크다. 이는 공동체적, 민주적 해결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 2차 가해의 사례

* 이것은 2차 가해가 되는 행위의 포괄적인 목록이 아니라 일련의 사례이다. 아래에 열거되지 않은 행동도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1. 공론화를 저지하거나 민주적인 해결을 방해하는 행위

-가해당사자나 그 주변인이 피해당사자나 신고인과 접촉하여 공론화를 하지 말 것을 압박하는 것

-피해당사자나 신고인에게 대가를 제시하며 회유하거나 협박하는 것

-절차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거나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책임자나 구성원들에게 외압을 행사하는 것

-신고를 받거나 신고를 하기로 피해당사자에게 약속한 사람이 최종접수자에게 신고를 전달하지 않는 것

-최종접수자가 임의로 신고를 반려하거나 접수를 하지 않는 것(9조 ③항의 사유는 제외)

-사건 해결 절차를 임의로 구상하여 집행하거나 피해당사자나 신고인에게 강요하는 것

-합당한 사유를 밝히고 당사자들과 공동체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회칙에서 규정한 절차를 생략하거나 중단하는 것

-사건과 무관한 사유로 정당한 징계를 유보하거나 저지하는 것

-결정된 조치를 사보타지하는 것

 

2. 피해당사자나 신고인에 대한 공격 및 추가적 인권침해를 초래하는 행위

-피해에 대한 책임을 피해당사자에게 전가하는 것(‘가해자를 유혹했다’, ‘위험한 곳에 가해자와 둘이 있었던 피해자의 책임도 있다’ 등)

-‘피해자답지 않다’는 이유로 피해당사자를 의심하거나 비난하는 것(‘사건 후에도 가해자와 친하게 지냈다’, ‘별로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평소 성적으로 개방적이었다’ 등)

-사건과 무관한 피해당사자의 성격이나 사생활을 사건의 성격과 관련짓는 것(‘가해자와 원래 악감정이 있었다’, ‘원래 성적으로 문란했다’ 등)

-사건의 주요 경위를 왜곡하여 퍼뜨리는 것

-피해당사자나 신고인의 인적사항을 동의 없이 공개하는 것

-회칙에 규정된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피해당사자나 신고인을 비난하는 것 및 고소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 폭행하는 것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퍼뜨리는 것 혹은 진상이 규명되기 전에 진상에 대한 추측을 퍼뜨리는 것

-회칙에 규정된 절차를 밟지 않고 사건을 공개하거나 공동체 외부에 사건에 대한 정보를 유출하는 것. (신고 등 적법한 해결 절차가 봉쇄된 경우에 마지막 수단으로 폭로에 의존하는 것까지 용납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6조 ②항 (직무 유기) 당사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필수적인 조치를 해태해서는 안된다.

 

[해설]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행위가 아니라도, 성폭력 사건의 해결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필수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 해결에 불성실하게 임하는 것은 피해자의 권리와 삶을 회복하는 것을 방해하고 공동체의 정의와 신뢰를 다시금 훼손시킨다.

 

※ 직무 유기의 사례

* 이것은 직무 유기가 되는 행위의 포괄적인 목록이 아니라 일련의 사례이다. 아래에 열거되지 않은 행동도 직무 유기가 될 수 있다.

 

-합당한 사유를 밝히고 당사자들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절차 이행을 지연시키는 것

-담당자가 교체인력을 구하지 않은 채 절차 도중에 휴직하거나 장기출장을 가는 것

-담당자가 회의를 소집하지 않거나 회의에 반드시 나와야 할 당사자가 회의에 불성실하게 임하는 것

-진상조사가 가능한 상황에서 포기하는 것

-사건에 관한 논의를 졸속으로 진행하는 것

-조치의 집행을 지연시키거나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는 것

 

6조 ③항 (무고) 피해를 호소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해설]

반성폭력 학생회칙을 비롯한 제도와 원칙들은 성폭력을 둘러싼 권력관계와 성폭력이 초래하는 피해를 고려하여 정립된 것이다. 무고한 사람을 공격하기 위해 이를 악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폭력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정의와 신뢰, 그리고 반성폭력 운동의 정당성을 침식한다는 점에서 성폭력 못지않은 중대한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거짓말은 완전히 없었던 사건을 꾸며내는 것뿐만 아니라, 명시적 동의가 있었던 사건을 없다고 위장하거나 기타 성격 규정에 핵심적인 요소들을 왜곡하는 것도 포함한다. 이 역시 의도와 무관하게 행위가 낳은 결과를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거짓말임이 명백한 경우,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를 가해자로 지목하는 결과를 낳았을 경우, 이는 거짓말의 목적이 단순히 피해를 과장하기 위한 것인지 상대방에게 해를 끼치기 위한 것인지와 무관하게 가해피의자에 대한 폭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조항이 피해자의 착각이나 실수를 빌미로 성폭력 가해를 무마하기 위해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무고’는 최대한 협소하게 정의되어야 한다. 당시의 세부적 상황을 다소 혼동하는 것이나, 핵심적인 부분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무고가 아니다. 거짓말을 했더라도 사건 성격 규정에 핵심적인 부분, 즉 성폭력인지 아닌지의 여부나 의사에 반한 행위인지 동의를 얻지 않은 행위인지 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면 무고라고 볼 수 없다.

 

6조 ④항 (사적 폭력) 절차 밖에서 폭력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

 

[해설]

폭력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다른 폭력을 막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로 행사되었을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 사적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한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십중팔구 갈등을 확대시키고 공동체의 정의와 신뢰를 훼손할 뿐이다.

이 조항은 물리적 폭행뿐만 아니라 언어폭력, 신상 공개, 사생활 유포, 협박, 집단따돌림 등 모든 유형·무형의 폭력을 포함한다. 그러나 사건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은 사적 폭력이라고 볼 수 없다.

 

제7조 (사건의 당사자)

7조 1항 (피해당사자)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을 피해당사자라고 한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을 피해호소인이라고 한다. 공동체의 책임자가 사건을 접수하면 피해호소인은 제소자가 된다. 공동체의 합의를 거쳐 사건이 성폭력 사건으로 규정되면 제소자와 여타의 피해당사자는 ‘피해자’로 인정받는다.

 

[해설]

이 학생회칙은 가해자/피해자 선규정을 금지한다. 피해호소가 곧 피해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곧 가해자가 되어서도 안된다. 폭력을 당했다고 하는 사람이 실제로 폭력을 당했는지, 폭력을 저질렀다고 지목받은 사람이 실제로 폭력을 저질렀는지는 조사와 성격규정을 거쳐 판정되어야 할 문제이며, 이 이전에 가피해 선규정을 내리는 것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

 

7조 ②항 (가해당사자) 피해를 입힌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 및 가해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될 수 있는 사람을 가해당사자라고 한다. 직접적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을 가해피의자라고 한다. 공동체의 책임자가 사건을 접수하면 가해피의자는 피제소자가 된다. 공동체의 합의를 거쳐 사건이 성폭력 사건으로 규정되면 가해피의자는 ‘가해자’로, 여타 가해당사자들은 ‘가해책임자’로 규정된다.

 

[해설]

가해자의 주변 사람들이나 공동체 전체의 문제가 원인이 된 사건이라면, 직접적 가해자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부당할 뿐만 아니라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방해하게 된다. 행위를 직접 저지른 당사자가 아니라 해도, 가해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 역시 책임을 분담해야 하며, 이러한 인식은 명칭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

 

7조 ③항 (신고인) 사건을 직접 신고한 사람을 신고인이라고 한다.

 

[해설]

피해자 본인이 아니라도 사건을 인지한 사람은 문제를 제기하고 공론화를 요구할 수 있으며, 논의와 해결을 주도할 수도 있다.

 

7조 ④항 (대리인) 사건의 당사자가 자신의 발언권을 대리하도록 선임한 사람을 대리인이라고 한다.

 

[해설]

성폭력 사건의 당사자들은 감정적으로 고통을 받거나 격앙되어 직접 소통하는 것이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경감시키기 위해 당사자들은 공동체 및 다른 당사자들과의 소통을 매개할 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다. 대리인도 개인적 견해를 가지고 표현하며 때로 당사자에게 조언이나 설득을 할 권리와 책임이 있지만, 일차적으로 대리인의 임무는 양측의 의사를 서로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며, 대리인이 당사자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중간에서 전달을 가로막거나 왜곡해서는 안된다.

대리인의 선임은 기본적으로 당사자의 의사에 따르지만, 피해자는 가해자 대리인이 만나고 싶지 않은 인물일 경우 사유를 밝히고 제척할 수 있다. 또한, 대리인이 회의에 불성실하게 임하거나 중간에서 의사 전달을 차단하는 등 명백히 임무를 해태할 경우 다른 당사자들이 대리인의 해임이나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제3장 성폭력 사건의 해결

제8조 (공동체적 해결) 사건의 공동체적 해결은 공동체적 토론과 실천을 통해 공동체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체의 잘못된 결정이나 행동, 성차별적인 인식이나 문화 등 공동체의 잘못이 성폭력 사건의 원인이 되었을 경우, 사회대 학생회는 사건의 공동체적 해결을 시도할 수 있다.

 

[해설]

이 회칙은 주로 공동체적 해결의 방법을 규제한다. 공동체적 해결의 요체는 공동의 토론과 실천에 있으며, 성폭력 사건의 공동체적 해결은 다른 모든 공적인 문제들과 같이 투명하고 공식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모든 성폭력 사건이 공동체적 해결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공동체에 사건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피해를 치명적으로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신고받은 사람이 선험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데,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책임자는 많은 경우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유혹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사건이 공동체적 해결을 필요로 하는지 아닌지는 우선 사건을 공론장에 올려놓고 논의하여 판단해야 한다.

 

제9조(사건의 신고와 접수)

9조 1항 (사건의 신고) 사건의 신고란 사건의 발생을 알리고 공론화를 요청하는 행위이다.

1. (신고인의 자격) 성폭력 또는 성폭력적 상황을 목격하거나 알게 된 사람은 누구나 사회대 학생 회에 신고할 수 있다.

 

[해설]

신고는 단순히 사건 발생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사건에 관하여 공동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피해의 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참여를 필요로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판단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신고의 권한은 사건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공동체 성원 모두에게 있다.

 

2. (신고의 요건) 피해당사자가 피해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도, 신고인이 상황을 성폭력으로 인지했다면 신고할 수 있다.

 

[해설]

피해자가 그것이 폭력이 아니라고 느낀다고 해서 폭력이 폭력이 아니게 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인권이 온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인권 침해에 익숙해진 나머지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존재한다. 성적 자기결정권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또한,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하거나 고려하지 않는 행동을 문제제기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가해자 또는 이 선례를 본 다른 공동체 구성원들이 그러한 행동을 반복하여 결국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게 된다.

3. (신고의 방법) 신고는 직접 방문, 전화, 서면, e-mail 등 모든 방법을 통해서 가능하다. 또한, 신고가 공식적인 매체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고를 기각하거나 외면해서는 안된다.

 

[해설]

신고의 형식적 진입장벽이 공론화되어야 할 문제를 가로막는 일은 최대한 방지해야 한다. 사건을 공론화하려는 구성원이 공식적 매체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경우, 문제제기를 받은 사람은 공식적 매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신고인을 안내하고 도와야지 형식적인 이유로 신고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가령,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술자리에서 지나가듯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법한 신고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사건에 대해 들은 사람은 이것이 비공식적이라는 이유로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건에 대해 말한 사람이나 당사자에게 정식으로 신고를 할 것을 권하고 신고 방법을 안내해야 한다.

 

4. (최종 접수자) 신고의 최종 접수자는 사건 공론화 여부와 방식을 결정하는 사람이다. 회칙상의 최종 접수자는 일차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공동으로 속해 있는 단위의 대표자이지만, 각 단위는 회칙이나 내규에서 상황에 맞게 최종접수자를 정할 수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공동으로 속해 있는 단위가 없는 경우 최종 접수자는 사회대 학생회장으로 한다. 신고를 받은 사람은 최종접수자에게 이를 보고하여야 한다.

 

[해설]

사회대 학생회는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임시 또는 상설기구를 별도로 설치하고 이 기구에 신고 접수를 맡길 수 있다. 이는 경험과 기억을 축적하고 계승하며 전담인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공론화에 대한 최종적 권한과 책임은 학생회장에게 있다.

사회대 학생회 이외의 공동체, 가령 반이나 동아리 내에서 사건을 처리할 경우 최종접수자의 역할은 해당 공동체의 대표자가 맡는다. 그러나 각 단위는 상황에 맞게 최종접수자 역할을 할 직책을 따로 두거나 복수의 책임자를 지정할 수 있으며, 최종접수자의 지정에 관해서는 각 단위가 정한 바가 회칙에 우선한다.

최종접수자의 권한은 사건의 축소‧은폐를 막기 위해 엄격히 제한된다. 최종접수자는 9조 ③항에 규정된 사유를 제외하고는 공론화를 거부할 수 없으며, 이 회칙의 취지를 살리는 데 가장 적합한 공론화 방식을 선택하고 그러한 방식을 선택한 타당한 사유를 밝혀야 한다. 이 권한을 사용하는 데 따른 정치적 책임은 일차적으로 최종접수자가 진다.

최종접수자 본인이 가해피의자인 경우 회칙이나 내규 등에 따른 직무대행자가 이를 대신하는 것이 맞다. 사건 접수 이외의 다른 책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9조 ②항 (사건의 접수) 신고를 접수하는 것은 사건을 공론장에 상정한다는 뜻이다. 이는 구체적으로 공동체에 성폭력 사건이 신고된 사실과 신고 내용의 개략을 알리고 해결의 절차와 역할분담 등을 논의함을 의미한다.

1. (공개의 범위) 사건이 접수되면 해결 방법을 논의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구체적인 범위는 당사자들의 의사를 고려하여 최종접수자가 정한다. 단,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구성원은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2. (해결 절차의 결정) 회칙에 규정된 절차를 이행하는 것 자체가 중대한 인권 침해를 수반하거나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면, 공동체는 회칙 제10조에 입각하여 사건 해결 절차를 정해야 한다.

 

[해설]

공동체적 실천의 전제는 공동체적 공유와 토론이다. 따라서 공동체적 해결의 첫단계는 사건이 발생했음을 알리고 해결 절차를 논의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정황이 아직 불명확한 경우, 불완전한 정보가 오해와 갈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많으므로 사건 경위가 완전히 파악되기 전에 부분적인 정보를 유출하는 것은 위험하다. 따라서 공론화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정보 공유는 최소화하는 것이 안전하다.

어느 정도의 공유가 필요한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논의할 수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사건의 유형을 공유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신고의 요지를 경우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를 공유하는 것이 적절할지는 회칙에서 규정한 사건 해결의 목표와 원칙을 기준으로 당사자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되, 최종적으로 권한은 최종접수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단 최종접수자는 자신의 판단에 대해 합리적인 사유를 밝혀야 하며 특히 당사자들의 의사와 다르게 결정할 경우 당사자들의 의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충분한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 이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진다. 또, 공동체 구성원이 사건 해결 절차를 결정하는 데 정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추가적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이 요청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공동체의 논의를 거쳐 최종접수자가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공동체는 역량이 부족하다거나 사건이 가볍다는 이유로 사건을 기각할 수 없다. 어떤 인권 침해도 경시되어서는 안되며, 공적인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조사와 사건 평가 자체가 중대한 인권 침해를 수반하는 경우, 경위를 알아내기가 극히 어려워 공동체의 역량으로 진상 조사가 불가능할 경우, 혹은 가해자가 공동체에서 이미 탈퇴하여 진상조사와 가해자에 대한 사후조치가 불가능하며 공동체에 귀책 사유가 없어 다른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경우 등 회칙에 규정된 해결 절차가 명백히 폭력적이거나 실현 불가능한 경우 공동체는 사법기관이나 상담소로 사건을 이관하거나 비공식적 해결을 모색할 수 있다.

이 조항의 취지는 절차가 폭력으로 변하거나, 공동체적 해결의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사법기구나 상담소 등 전문기관의 개입을 무조건 배제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다. 공동체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에서 조항을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인권 침해’와 ‘불가능’이라는 말은 매우 협소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사건과 관련하여 가해피의자의 사생활이 어느 정도 알려지는 것은 감수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며 명백한 피해가 현존하지 않는 한 인권 침해로 간주할 수 없다.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심문받고 힐난받는 기분 또한 사건을 조사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 수반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가능한 한도 내에서는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역시나 인권 침해라고는 볼 수 없다. 또한 절차를 집행하는 구체적인 방식에 따라 방지할 수 있는 인권 침해는 사건을 기각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이 항에 근거하여 사건의 공식적 처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공동체 자체 역량으로 조사와 공개평가를 실행했을 때 어떤 방법으로도 명백하고 중대한 인권침해를 피해갈 수 없는 경우뿐이다.

또한, 회칙에 규정된 절차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은 가령 전문적인 수사 인력이나 가택 압수수색이나 체포 같은 강제적 수단이 없이는 도저히 경위의 개략조차 파악할 수 없는 정도의 상황에서 쓸 수 있는 표현으로, 단순히 진상을 명확히 가리기가 어렵다거나 사건의 성격이 모호하다는 것은 회칙에 의거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이유가 될 수 없다.

9조 ③항 (신고의 반려) 신고를 접수할지의 여부는 당사자들과의 협의 하에 최종 접수자가 결정한다. 최종 접수자는 다음과 같은 사유로만 접수를 거부하고 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

1. (피해당사자의 반대) 신고의 최종 접수자는 접수 이전에 피해당사자의 의사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 피해당사자들에게 지나치게 큰 피해가 돌아갈 경우, 최종 접수자는 피해당사자가 반대한다면 그 의사를 존중하여 사건을 접수하지 않고 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

 

[해설]

공동체 전체의 문제와 얽힌 사안이라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나 가십 때문에 공론화 자체가 피해를 더 키우는 경우가 있다. 이 때 공론화는 결과적으로 피해당사자에 대한 폭력을 유발할 수 있다. 아무리 올바르고 필요한 논의를 위해서라 해도, 사전 동의 없이 피해당사자를 폭력에 노출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피해당사자가 공론화를 원한다면 공동체는 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이에 대해 피해당사자에게 의견을 제시하거나 조언할 수는 있지만, 폭력이나 피해의 위험을 감수할지 말지는 결국 당사자의 몫이며, 이를 지나치게 만류하는 것은 결국 공론화를 저지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 특히 최종 접수자는 피해당사자의 의사를 묻는 단계에서 자기 의견을 제시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욕망이 피해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위장하여 개입될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b. (인권 침해) 사건 공론화 자체가 당사자의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 명확할 경우, 최종 접수자는 합리적인 근거를 들어 접수를 거부할 수 있다. 단, 이 경우 판단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최종 접수자에게 있다.

 

[해설]

이 학생회칙은 피해자의 인권이 가해자의 인권에 우선한다는 관점을 배격한다. 인권은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다. 인권의 상대성은 사람들의 삶의 조건이 다양하기 때문에 보편적 인권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지 인권에 서열을 매기거나 누군가의 인권을 위해 다른 사람의 인권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성정체성이나 성생활, 연애생활 같은 당사자의 내밀한 사생활을 공개하거나 기타 다른 방식으로 당사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서는 사건 경위를 조사해야 할지 아닐지조차 판단할 수 없는 사건의 경우, 당사자의 동의 없이 사건을 공개하는 것은 인권 침해이다. 공동체는 사생활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필요한 논의를 진행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령 가해피의자의 징계 여부는 상담소나 사법기관에 이관하는 한편 사건에서 드러난 공동체의 문제는 구체적 사건을 언급하지 않고 일반적 차원에서 논의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사건 경위에서 핵심적이고 필요불가결한 부분으로 공개를 제한하거나 가해피의자의 신상을 비공개하는 방법으로 해결될 수도 있다.

이러한 원칙이 특히 중요한 것은 제소가 다른 구성원을 공격하는 무기로 악용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로는 호모포비아인 구성원이 ‘동성에게 고백을 받아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이유로 제소함으로써 동성애자를 공격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모든 제소를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는 시스템은 이러한 악용을 방지할 수 없다.

다만, 가해당사자가 가해행위를 한 사실 자체는 절대로 사생활로 인정될 수 없다. 인권이라는 공익을 침해했다면, 그 시점에서 이미 사생활이 아니다. 사생활의 권리에 사적 영역에서 폭력을 휘두를 권리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생활의 권리가 문제가 되는 것은 성폭력 가해가 아닌 사생활 문제가 연관되어 있는 경우이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공론화를 거부할 경우 그 피해는 명백하고 객관적으로 입증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사생활이 알려져서 기분이 나쁘다’는 것은 인권 침해가 될 수 없다. 사생활이 알려짐으로써 발생할 사회적인 낙인이나 기타의 피해가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입증 가능할 경우에야 사생활의 권리가 사건 공론화를 거부할 이유가 될 수 있다. 가해피의자가 논의를 봉쇄하거나 조사를 사보타주하기 위해 사생활의 권리라는 개념을 악용하는 것을 막으려면, 사생활의 권리에는 매우 엄격한 한도가 설정될 필요가 있다.

 

제10조 (사건의 해결) 사건의 해결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반드시 포함한다. 책임자 및 책임자가 소속된 단위는 구체적 상황과 관계당사자들의 권리 및 의사를 고려하여 최선의 해결 방안을 모색할 책임이 있다.

 

[해설]

아래의 절차는 공동체적 평가와 변화를 위해 논리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단계 차원에서 제시된 것으로, 구체적인 방식은 상황에 맞게 고안하고 선택할 필요가 있다.

 

10조 ①항 (사실 관계의 규명) 사건 평가에 앞서 사건 당사자들이 합의할 수 있는 사건 경위를 확보하기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해설]

당사자들이 합의할 수 있는 사건 경위는 당사자들이 모두 만족하는 사건 경위나 세세한 부분까지 일치하는 경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성격을 판단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항들에 관련해 양쪽의 진술이 모순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부터 이야기가 엇갈리는데 사건에 대해 제대로 평가가 진행되기는 매우 어렵다.

사회대 학생회는 이러한 상태를 목표로 사실 관계를 규명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반드시 거기에 성공해야 평가를 실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법기관이나 다른 단체 등 외부에서 진상조사가 이미 완료된 경우 이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다. 양측의 진술이 모순된 상태에서 진상조사 등을 토대로 한 쪽의 입장을 사실로 판정하고 논의를 진행할 수도 있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양쪽에 사건 경위를 확인하는 절차를 생략해서는 안된다. 한 쪽 당사자의 입장에서 재구성한 사건 경위는 왜곡되어 있기 매우 쉽기 때문이다.

진상조사는 대표자나 집행부가 담당할 수도 있고, 진상조사를 위한 별도의 기구를 설치할 수도 있으며, 외부에 의뢰하거나 이관할 수도 있다. 어떤 것이 적절할지는 공동체에서 토론해서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되거나 추가적인 피해를 낳지 않는 한 당사자들에게 지나친 부담이 가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급적 전담인력을 확보해 신속하고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모든 사람의 피해를 줄이는 길이다.

 

1. (선규정 금지) 진상이 규명되기 전까지 사건을 성폭력으로 또는 성폭력이 아닌 것으로 선규정하거나 추정해서는 안된다.

 

[해설]

진상조사는 어떤 방향으로도 결론이 날 수 있음을 전제로 실시해야 한다. 진상조사의 결론을 미리 정해놓는 것은 금물이며, 어떤 전제를 미리 정해놓고 그것을 반증되기 전까지는 참으로 간주해서도 안된다. 사건을 성폭력으로 선규정한 채로 절차에 들어갈 경우 사건 해결 과정은 마녀사냥으로 변질되기 쉽다. 한편 사건을 성폭력이 아니라고 추정하고 조사하는 것 역시 사실상 피해호소인이 거짓말을 했다고 추정하고 조사를 하는 셈이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2. (진상조사) 당사자들의 진술이 다르며 어느 쪽이 사실인지 확인되지 않은 경우, 사회대 학생회는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해설]

다른 일을 겸임하는 사람이나 기구가 진상조사를 할 경우 일이 지지부진하게 늘어지면서 모두가 힘들어지기 쉽다. 가급적 사건에 전념할 수 있는 사람을 확보하고 진상조사위원회 등의 별도 기관을 꾸리는 것이 좋다.

진상조사는 주로 양쪽의 입장을 들으면서 모순되는 부분이나 모호한 부분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진술을 합치시켜가는 과정이다. 양쪽의 진술이 끝내 합치되지 않을 경우, 책임자는 직권으로 결론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형식적으로 양쪽의 진술을 병기하고 진상조사 책임자의 소견과 근거를 아래에 밝히는 것이 표준적인 방식이다.

진상조사를 반드시 사회대 학생회가 직접 수행할 필요는 없다. 상담소나 사법부에서 다루어진 사건의 경우 해당 기관의 진상조사결과를 근거로 삼거나, 전문기관에 진상조사를 위탁할 수도 있다.

 

3. (진상조사의 준거) 진상조사는 일차적으로 물적 증거에 의거하며, 물적 증거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진술의 일관성과 타당성에 의거하여 판단한다. 관계당사자의 평소의 성격이나 언행은 근거가 될 수 없다.

 

[해설]

가장 좋은 것은 한쪽의 주장을 지지하는 물증이 있을 때이다. 그러나 물증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진술의 일관성과 타당성을 기준으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당사자의 성생활이나 성격, 평상시의 관계 등은 참고 자료는 될 수 있지만 진술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가령, 가해피의자가 평상시에 성차별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 피해호소인의 말의 신빙성을 더하는 근거로는 사용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피해호소인이 평상시에 거짓말을 자주 한다는 것이 가해피의자의 말의 신빙성을 더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는 없다. 이러한 추론은 편견일 뿐이다. 유효한 준거는 오직 사건 그 자체에 관한 증거와 진술이다.

 

4. (진상 규명의 포기) 양쪽 진술이 모두 일관적이고 타당하며 한 쪽의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을 경우, 진상조사 책임자는 어떤 진술도 채택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근거를 밝혀야 하며, 이러한 결정을 공동체에서 인준받아야 한다. 단, 이러한 경우에도 합의할 수 있는 최소한에 의거하여 사건에 대한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

 

[해설]

진실이 무엇인지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러나 진상조사의 결론을 내는 것을 포기할 경우에는 그 근거를 밝히고 공동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공동체가 이를 합리적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재조사를 지시하거나 책임자를 교체할 수 있다.

사건 경위에 대해 부분적으로만 합의된 경우에도, 그에 대해서만이라도 평가가 가능하다면 진행하는 것이 차선일 수 있다.

 

5. (진상조사 결과의 공개) 진상조사 결과는 평가를 위한 기반으로서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알려야 한다.

 

[해설]

진상조사는 그 자체로 평가가 아니다. 진상조사는 일어난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절차에 불과하며 당사자들의 행위가 문제가 있었는지,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무엇이 필요할지는 공동체적 평가에서 논할 문제이다. 이러한 평가를 위해, 진상조사 결과는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알려져야 한다.

다만 이것이 진상조사 담당자가 알게 된 모든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진상조사 결과는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고 평가하는 데 필요한 정보로 국한되어야 하며, 특히 당사자들의 사생활을 불필요하게 드러내는 것은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 이를 결정할 권한은 일차적으로 진상조사 담당자에게 있지만, 평가 과정에서 정보가 더 필요하다는 요청이 나오고 이것이 합리적일 경우 담당자는 요청에 응해야 한다. 다만, 담당자는 진상조사 결과를 알리거나 추가적 정보를 제공하기 전에 불필요한 사생활 노출이 없는지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의견을 물어야 하며, 실제로 사건과 상관이 없는 정보가 들어가 있을 경우 의견을 받아들여 이를 삭제해야 한다.

 

10조 ②항 (사건 평가) 사건 경위가 밝혀지면 공동체는 사건이 문제적인지, 문제라면 어떤 점에서 문제적인지, 누가 얼마나 책임이 있는지, 어떤 원인에서 비롯되었는지, 공동체는 어떤 책임이 있는지,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인지 등 사건의 성격과 책임에 대해 명확하게 평가해야 한다.

 

[해설]

평가는 한 마디로 말해 ‘이 사건은 무엇이었는가’를 규명하는 작업이다. 평가 과정에서는 사건이 성폭력인가 아닌가, 가해피의자가 잘못이 있는가 아닌가가 초점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평가회의나 토론회는 가해피의자를 힐난하고 사죄를 받아내는 자리나 피해호소인에게 의혹을 제기하는 자리가 아니라, 공동체의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을 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체의 정의와 정의에 입각한 상호신뢰가 훼손되었는지이다. 사건이 성폭력이 아니라고 결론이 나더라도, 어떤 측면에서든 문제가 있었고 그것이 공동체 전체의 개입을 필요로 한다면 공동체는 이 회칙을 준용하거나 다른 방식을 고안하여 해결을 모색할 수 있다. 이러한 진단과 평가는 구체적 실천의 기반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변화를 도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가해당사자들의 책임을 모두 공동체의 구조 탓으로 돌려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행위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지 않고서는 정확한 평가가 불가능하며, 공동체의 규범이 추상적인 원칙을 넘어서는 실효를 가질 수가 없다. 어떤 행위가 옳고 어떤 행위가 그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되, 사건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의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1. (평가 과정의 투명성과 개방성) 평가 과정은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해설]

공동체적 해결에는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평가의 권한이 전문가나 간부들에게 위임되어서는 안된다. 공동체의 규범을 입법하고 어떤 행위가 어떻게 평가되는가의 문법을 정하는 것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권리이자 책임이며, 이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건에 대한 발언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다.

어떤 형태이든 평가의 자리는 그 형태와 일시를 사전에 공지하여야 하며, 모든 구성원에게 의견을 표명할 직접적인 통로를 열어놓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가령 단대 운영위원회나 대표자회의에서 평가를 진행하는 경우에도, 개별 구성원이 참관이나 입장서의 형태로 대표자를 경유하지 않고 직접 의견을 올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단, 회의의 규모가 클 경우에는 논점이 무한히 산만해져 회의가 끝없이 길어지고 소모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견서에 일정한 수 이상의 연서를 받아야 올릴 수 있게 하거나 참관인 발언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한, 이는 공동체 구성원들에게만 적용되는 규범으로, 공동체적 해결에 참여한 유관단위 구성원이 아닌 사람의 참관은 당사자들의 상황과 인권을 고려해 당사자들의 동의 하에 제한할 수 있다.

 

2. (사건의 기록) 사회대 학생회는 사건의 경위와 해결 과정, 토론에서의 쟁점들을 공식적, 공개적 기록으로 남기고 보관하여 이후의 운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설]

평가는 반드시 속기하여야 한다. 속기는 요약식으로 할 수 있으나, 발언한 당사자가 발언 취지와 다르게 적혀 있다고 이의제기할 통로가 보장되어야 한다.

속기록은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공개하고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당사자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거나 피해를 막기 위해 당사자들의 동의 하에 공동체 바깥으로의 정보 유출을 금지하거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사건의 경위가 공동체적 해결에 필요한 범위 이상으로 알려질 경우 피해당사자는 문제제기에 부담을 느끼게 되고, 가해당사자는 두려움 때문에 가해를 부정하거나 은폐하려는 경향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평가 자리에서 불필요한 사생활이나 비공개하기로 합의한 당사자의 신상, 증거가 없는 루머 등 사건 평가와 관계가 없으면서 당사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나왔을 경우, 합리적인 사유를 적시하고 속기록에서 해당 내용을 삭제할 수 있다.

사회대 학생회는 사건에 관한 책임지고 보관하며, 후임자가 이를 참고할 수 있도록 접근 가능한 공간에 두어야 한다.

 

10조 ③항 (조치 도출) 공동체는 공동의 평가에 기반해 가해자의 징계, 후속토론, 평가서 및 입장서 발표, 백서 발간, 사건에 관한 홍보, 공간 분리 등의 실천적인 조치를 도출해야 한다.

 

[해설]

공동체적 해결은 평가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시정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들을 시행할 때 비로소 완결성 있는 과정이 된다. 이러한 조치들의 예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가해자를 징계함으로써 공동체가 성폭력을 용인하지 않음을 재확인하며 공동체의 신뢰 회복을 꾀한다.

-후속토론을 통해 공동체 구성원들 간에 지켜야 할 원칙과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문화에 대한 합의를 도출한다.

-평가서나 공동체 입장서를 발표하여 사건의 진상과 성격, 책임소재를 명확히 함으로써 왜곡이나 와전, 악소문이나 악의적인 비방을 방지한다.

-백서를 발간하고 배포·보관하여 사건의 경위와 평가를 후대에 남기고, 사건의 경험과 공동체의 교훈이 계승될 수 있도록 한다.

-외부에 사건을 홍보하여 문제의식을 더 널리 알리고 사회 전체와의 연계를 꾀하며, 사건의 진상과 성격, 책임소재를 명확히 함으로써 왜곡이나 와전, 악소문이나 악의적인 비방을 방지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생활 및 활동 공간이 겹치지 않게 하거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금지시켜 피해자가 트라우마에 시달리거나 끊임없이 위협을 느끼는 것을 막는다.

 

이 규정은 이 모든 조치들을 가급적 전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 아니며, 나열된 조치들 이외의 다른 방안을 배제하는 것도 아니다. 이 규정은 단순히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으며 사건의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조치의 예를 제시하는 것으로, 각각의 사건에서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지는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 공동체가 판단하면 된다. 여기에 규정된 조치 밖에도 가해로 인해 훼손된 피해자의 권리와 존엄을 회복하고, 공동체의 신뢰와 정의를 회복하며, 전체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시도해볼 수 있다.

 

1. (조치의 입안) 조치는 ②항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공동체적 논의를 거쳐 도출되어야 하며 7조의 ‘공동체적 해결’의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해설]

조치가 민주적 절차 없이 부과되거나, 당사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되어서는 안된다. 사건에 대한 평가와 마찬가지로, 해결을 위한 조치 또한 평등하고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결정되어야 하며, 그 과정은 공개되고 가급적 자세하게 기록되어야 한다.

또한 공동체의 변화를 목적으로 한 조치가 아닌 단순한 가해피의자에 대한 보복이나 ‘꼬리자르기’, 사건의 축소나 무마를 위한 형식적인 조치는 회칙의 취지에 부합하는 해결방식으로 볼 수 없다.

 

2. (징계) 사건에 관련된 사람이 제5조나 6조에 규정된 폭력 또는 직무 유기를 범했을 경우, 사회대 학생회는 재교육, 관련 기관에서의 봉사활동, 정직, 해임, 회원권 정지, 제명을 비롯한 징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해설]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의 폭력은 당사자들 사이의 신뢰는 물론 공동체 전체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서 최소한의 인권이 존중되고 보호된다는 것이 담보되어야 구성원들은 두려움 없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으며, 서로를 신뢰하고 관계맺음을 할 수 있다. 특히 공동체의 대표나 중요한 직책을 맡은 이가 폭력을 저지르거나 폭력을 저지른 이가 이러한 직책을 맡게 되었을 때, 이는 그 자체로 공동체가 폭력을 용인하고 있으며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을 여전히 공동체에 포함시킨다는 의미가 된다.

이 점에서, 원칙적으로 모든 성폭력사건은 신뢰를 파괴하는 행동이다. 이러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가해자가 교육을 받거나 봉사활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가치관을 되돌아보고 고치는 과정을 보여주거나, 가해자가 행동을 시정하기 전까지는 직책을 맡기지 않거나 혹은 공동체에서 배제하는 등의 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가해피의자 후속 폭력을 저지르거나,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사건을 왜곡하는 등 추가적으로 공동체의 신뢰를 파괴하는 행동을 저질렀을 경우는 수위가 가중되어야 한다. 거짓말로 다른 사람을 무고하거나 성폭력 피해사실을 빌미로 폭력을 저지르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신뢰를 파괴하는 행동이므로, 위와 같은 원칙에 입각하여 징계하여야 한다.

징계가 잘못을 응징하거나 가치관이 잘못된 사람을 교화하는 것으로 오인되어서는 안 된다. 공동체가 할 수 있는 것은 공동체 안에서 어떤 행동까지 용인되는지의 선을 정하고, 그 선을 넘은 사람과 어디까지 같이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징계를 내림에 있어 궁극적인 기준은, 징계를 받는 당사자에게 공동체가 어느 정도까지 신뢰를 보낼 수 있는가이다. 공동체에게도 피해자에게도 피해에 대해 보복할 권한은 없으며, 성차별주의 등의 반인권적 가치관을 타파하고 올바른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교육·홍보·토론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는 있지만 개인을 상대로 직접 공동체의 권력을 동원하여 특정한 가치관을 강요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폭력이다.

징계의 바탕이 될 수 있는 질문으로는 가령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성폭력을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구성원을 공동체 안에 두었을 때, 다른 구성원들은 공동체 안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가? 성폭력을 저지르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사람이 대표직을 수행했을 때, 공동체 구성원들은 대표가 이야기하는 기치나 준칙을 신뢰할 수 있는가? 성폭력을 무고한 사람이 계속 피해를 호소할 수 있을 때, 성폭력 해결 절차는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필요하고 온당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해 절대적인 답은 없으며, 사건의 구체적인 성격이나 공동체의 상황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감정적인 공분이나 일벌백계식의 전략적 계산이 징계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3. (조치의 집행) 결정된 조치는 실효성 있게 집행되어야 한다. 사건의 처리를 주관했던 단위는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감독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4. (추가적 조치) 해결방안 도출 이후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해졌을 때는 이를 공론화할 수 있다.

 

[해설]

조치를 입안하는 것뿐만 아니라, 조치가 실효성 있게 집행될 수 있도록 감독하고 공동체의 실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한 책임이다. 이러한 역할은 단위 집행부에서 담당할 수도 있고,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여 위임할 수도 있다.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거나 추가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경우, 담당자는 회칙에 따른 최종접수자에게 추가조치를 논의할 것을 요구할 수 있으며, 최종접수자는 8조 ③항에 명시된 당사자의 반대나 인권 침해 등의 중대한 사유가 없는 한 이 요구에 응해야 한다.

 

제 11조 (사건해결의 원칙) 사건 해결 과정은 다음과 같은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

11조 ①항 (공동체적 해결) 접수된 사건은 공동체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1. (해결의 목적) 공동체적 사건 해결의 목적은 공동체의 정의와 정의에 입각한 상호신뢰를 회복하고 공동체를 평등하고 해방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

 

[해설]

사건 해결의 목적은 공동체의 정의와 정의에 입각한 상호신뢰를 회복하고 공동체를 평등하고 해방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징계 및 피해자의 회복과 복귀는 이를 위해 지향해야 할 목표이지만, 가해자를 응징하거나 피해자의 감정을 해소하는 것이 사건 해결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해자의 징계는 공동체의 신뢰를 되찾는다는 목적을 위해 행해져야 하고, 피해자의 회복과 복귀는 피해자의 훼손된 존엄을 재확인하고 피해자가 공동체에서 안전하게 살아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2. (공적 해결) 공동체의 귀책 사유가 있는 인권 침해를 사적 영역에서 벌어진 일이라거나 성의 문제라는 이유로 사적인 문제로 취급해서는 안된다. 인권 침해는 공적인 문제이며, 공동체가 원인을 제공했을 경우 공동체는 사건에 관련해 함께 반성하고 행동을 시정할 책임이 있다.

 

[해설]

성은 기본적으로 사적인 문제라는 관념이나 비물질적 폭력에 대한 둔감성 때문에 성폭력 문제는 많은 경우 단순한 개인사로 취급된다. 그러나 인권이 공적인 가치인 한, 인권을 침해하는 행동은 공동체가 개입하여 시정하고 제재해야 할 대상이며, 공동체가 입장을 밝혀야 할 의제이다. 게다가 성폭력은 공동체의 문화와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공동체가 성폭력 사건에 개입하는 것을 개인들의 사생활에 끼어드는 것으로 여기거나,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개인사에 공동체를 끌어들였다고 비난하는 태도는 성을 ‘바깥에서 개입할 수 없는’ 영역으로 격리함으로써 형사처벌할 수 없는 경우의 성폭력은 사실상 손쓸 수 없는 일로 만들어버리고, 성을 매개로 한 폭력에 대한 논의나 성찰을 불가능하게 한다.

 

11조 ②항 (민주적 해결) 사건 처리 과정은 민주적이어야 한다.

 

[해설]

공동체의 사안들에 대한 의사결정에는 그에 의해 영향을 받는 구성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성폭력 사건의 처리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구성원들은 판단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으며, 해결을 위해 필요한 조치는 원칙적으로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공동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한편으로 사건에 대한 평가와 공동체적 성찰에 성실히 참여하고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협력할 책임이 있다.

 

1. (공개성과 투명성) 사건에 관련된 정보는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단, 당사자들의 인격과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으로 공개의 내용 및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해설]

사건에 관련된 정보는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고 원인을 밝히며 해결 방안을 찾는 데 필요한 정보를 말한다. 다만, 당사자를 직책에서 해임하거나 정직시킬 필요가 있는 사건 등 공인으로서의 자질 평가나 역할 수행과 관련된 사건의 경우가 아닌 한, 당사자들의 실명이나 신상, 기타 사건 성격과 관련 없는 사생활은 공개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이러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폭력이 될 수 있다. 다만 본인이 사건당사자임을 밝히고 발언하기를 선택할 때 그 의사는 존중되어야 한다.

 

2. (토론과 평가) 접수된 사건에 대해서는 최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권위나 친분, 사회적 편견, 인습적 금기 등의 비합리적 요인들이 토론을 가로막지 않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해설]

공동체 성원들 모두가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결정에 참여하며 공동으로 책임지는 것이 바람직한 사건 해결의 상이다. 그러나 생각하는 대로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 자유로운 토론은 아니다. 성차별주의나 권위주의, 기타 반인권적이고 비민주적인 인습이나 고정관념에 의거한 발언은 단호하게 비판해야 하며, 이것이 직접적으로 비하적이거나 성적으로 수치스러울 경우 11조 ⑤에 의거하여 처벌할 수 있다.

 

11조 ③항 (신속성과 효율성) 사건 처리는 되도록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사회대 학생회는 당사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사건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해설]

사건 해결이 지연되거나 소모적인 과정이 반복되는 것은 모두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사건 해결의 다른 원칙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사건 해결은 최대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논의 역시 최대한 핵심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생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 12조 (관계당사자들의 인권 보장) 공동체는 사건 해결 과정에서 제소자, 신고인, 피제소자, 기타 관계당사자들에 대한 신체적·언어적·상황적 폭력 및 기타의 인권 침해를 방지해야 한다. 관계당사자들은 다음과 같은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며, 여기에 열거되지 않은 권리 역시 회칙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경시되어서는 안 된다.

12조 ①항 (보편적 권리) 피해당사자와 가해당사자 양쪽을 포함한 관계당사자와 공동체 구성원은 사건 해결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권리를 가진다.

1. (발언할 권리) 사건을 신고할 권리, 평가에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권리, 해결 방법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권리,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2. (공정하게 대우받을 권리) 사실 관계 조사 과정에서 공정하게 대우받을 권리, 사건 평가 이전에 선규정을 당하지 않을 권리

3. (안전할 권리) 위협이나 괴롭힘, 사적 보복 및 기타 통제되지 않은 신체적·언어적·상황적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사건의 왜곡이나 와전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을 권리, 불필요한 사생활 노출에서 보호받을 권리, 필요 이상의 고통을 주는 요구나 질문을 거부할 권리, 사건 해결의 전 과정에서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고통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할 권리

4. (조력을 구할 권리) 당사자들의 신상과 사생활을 보호하는 한에서 사건에 대해 자문을 구할 권리

5. (문제를 제기할 권리) 사건 해결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있었을 때 시정을 요구할 권리와 그러한 요구에 대해 비난받지 않을 권리

 

[해설]

모든 성원은 논의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으며, 이를 위해 필요한 정보와 자문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모든 성원은 공정한 절차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어떤 당사자도 이러한 권리를 박탈당해서는 안된다.

어떤 경우에도 사적 폭력은 정당화되지 않으며, 절차를 빌미로 불필요하게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당사자를 괴롭혀서는 안된다.

절차상에서 이러한 권리들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구성원은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며, 정당한 문제제기는 사건 해결을 지연시킨다고 비난받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사건해결을 위한 노력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12조 ②항 (피해당사자의 권리) 피해당사자는 다음과 같은 권리를 가진다.

1. (치유와 회복의 권리) 공간 분리나 휴직 등 삶을 회복하기 위한 공동체적 배려를 받을 권리, 공동체가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공동체에 배상을 요구할 권리

2. (존중받을 권리) 성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으로 취급당하지 않을 권리, 과민한 사람으로 취급당하지 않을 권리, 더럽혀진 사람으로 취급당하지 않을 권리, 기타 모욕적인 대우를 받지 않을 권리

3. (부담과 고통을 최소화할 권리) 절차에 신뢰인을 동반할 권리, 대리인을 선임할 권리, 특정인과의 대면을 요청하거나 거부할 권리, 기타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부담과 고통을 최소화할 권리

 

[해설]

성 차별, 여성에 대한 억압이 여전히 존재하는 현 사회에서는 오히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에게 ‘문란한 여성일 것이다’ ‘본인도 사실 원했을 것이다’ 같은 부당한 성차별적 인신공격이 가해지는 경우가 많다. 사회대 학생회는 이러한 성 차별적 사회 구조를 인지하고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당사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 자체를 고통스러워할 경우, 공동체는 공간적·시간적 배치나 역할 분담에서 당사자들의 공간이 겹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하며, 불가피하게 공간이 겹칠 경우 당사자들 간의 협의를 통해 최대한 피해자를 배려해야 한다. 당사자들의 생활권이 충돌할 때 원칙적으로 우선권은 피해자에게 있다. 마주치는 것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만든 책임은 가해자에게 있기 때문에, 사건으로 인한 부담 역시 피해자보다 가해자가 더 분담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동정의 대상도 비난의 대상도 아니며, 권리를 침해당한 구성원일 뿐이다. 사회대 학생회는 이러한 전제 위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조치가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공동체 앞에 선 개인이며, 많은 경우에 상처받은 개인이라는 상황, 그리고 많은 경우에 경계나 적대에 직면하게 되는 상황은 피해자가 자기 의사를 명확하게 결정하고 전달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해결 절차는 피해자의 이러한 처지를 감안하여 결정되어야 하며, 특정인과의 대면을 부담스러워할 경우 가해자 쪽에서 조정해야 한다. 이 밖에도 피해자가 피해와 관련하여 특정 장소나 시간을 기피할 경우, 가령 성폭력을 당한 장소 근처에 있고 싶지 않아할 경우, 절차의 이행 과정에서 이를 배려해야 한다.

 

12조 ③항 (가해당사자의 권리) 가해당사자는 다음과 같은 권리를 가진다.

1. (소명할 권리) 사건의 경위와 맥락에 관해 소명할 권리

2. (부담과 고통을 최소화할 권리) 대리인을 선임할 권리

 

[해설]

가해피의자가 곧 가해자로 간주되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명백해 보이는 사건이라 해도 가해피의자에게 소명할 권리는 보장되어야 하며, 그 전까지는 사건의 성격 규정이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사건을 성폭력으로 선규정한 상태에서 소명을 듣는 것은 소명의 권리를 사실상 무력화할 소지가 많다. 그러나 가해피의자가 절차에 응하지 않거나 고의적으로 잠적하는 등 소명을 포기할 경우, 가해피의자 스스로가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사건의 경위와 성격은 가해피의자 이외의 관련자들의 증언이나 이들이 제출한 증거에 의거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 통상 세 차례 이상 요구를 받고도 절차에 응하기를 거부할 경우 소명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는 것 역시 고통스러운 경험이며, 가해피의자 역시 공동체 앞에서 약자인 개인이 될 수 있다. 또 고통이나 자기방어 때문에 스스로의 힘으로는 원활한 소통이 힘들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하여, 이 회칙은 가해피의자 또한 대리인을 둘 수 있도록 한다. 다만 피해자에게는 합리적 사유를 들어 가해자 대리인을 제척할 권리가 있다.

가해피의자가 실제 가해자로 판명되더라도, ①항의 권리는 여전히 보장하여야 한다.

 

12조 ④항 신고인의 권리

1. (익명을 유지할 권리) 익명으로 신고할 권리, 허락 없이 신상을 유출당하지 않을 권리

 

[해설]

성폭력 사건을 비롯하여, 공동체 내부의 문제를 고발한 사람은 공동체 구성원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거나 보복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러한 사태로부터 고발자를 보호하고, 두려움 없이 공동체의 치부를 밝히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신고는 익명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익명으로 신고한 신고인의 신상을 밝히거나 유출시키는 것은 10조 ③항에 의거하여 징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