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과/반 100단위 선언』을 위한 토론문

※2013년 하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 결의사항과 제20차 총운영위원회 의결에 따라, 과/반 대표자를 통하여 토론을 실시합니다.

 

발신 : 제55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시흥캠퍼스 학생대책위원회)

수신 : 단과대 학생회, 과/반 학생회, 동아리 등 서울대학교의 모든 자치단위


  본 토론문은 시흥캠퍼스에 관련하여 학우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그러한 요구를 분명히 정리하기 위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지난 10월 16일(수) 본부 앞에 천막을 설치한 이후, 많은 학우들이 시흥캠퍼스 전반에 관하여 보다 세부적인 쟁점들을 듣고 싶어 하십니다. 또한 현재 쟁점 되는 사항이나 향후 투쟁 방안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있는 바, 시흥캠퍼스에 관한 종합토론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학생회 과/반 100단위들과 토론을 진행하고 학우들과 과/반/자치단위의 합리적인 생각들을 모아내어 보다 힘 있는 투쟁을 전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하여 토론의 내용 및 선언사항은 <11월 6일(금) 학생공청회>와 <11월 12일(화) 총학생회 및 단대 연합 공동 선거유세>, <본부-학생 천막 협의테이블>에 활용되며 학생요구사항 관철과 학생대표단의 위상제고를 위합니다.  



1. 시흥캠퍼스 어떻게 합리적으로 바라볼 것인가?

 

시흥캠퍼스 사업은 글로벌 교육의료산학클러스터 사업 형태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2007년 서울대 국제캠퍼스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그 해 11월『서울대학교 장기발전 계획』등을 통해 조성계획이 제시되었습니다. (cf. 연세대의 경우 2008년 송도국제복합단지 개발로 출발하여, 2011년 송도국제캠퍼스를 부분개교하고 2013년에 본격적으로 학사 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육의료산학클러스터는 ①주거시설, ②교육시설, ③의료시설, ④연구시설 및 ⑤제반시설(제도, 인프라시설, 토지)을 모두 포함하는 대규모 복합단지 개발사업 입니다. 따라서 시흥캠퍼스를 합리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복합개발 사업에서 필요로 하는 5가지 시스템이 현재 얼마만큼 구축되었는가, 각 부분별 사업이 어디까지 추진되어 왔는가를 이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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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저 의료시설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교육의료산학클러스터 논의가 나온 2007년에 서울대학교병원과 세계적인 의과대학인 존스 홉킨스대학교병원은 인천 송도에 영리병원을 내용으로 하는 <존스 홉킨스대학교-서울대학교 국제병원> 협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그러나 영리병원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 여론과 영리병원 반대로 입장이 선회한 인천시의 지원 철회, 강제성 없는 MOU 협약의 법적 한계 및 2007년~2009년 세계경제위기의 여파로 인하여 5년 여 간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됩니다. 이후 2012년 존스 홉킨스 대학이 사업 빠지면서 사업이 무산되었다가 2013년 4월부터 <서울대-하버드 국제비영리병원> 형태로 사업 추진을 다시 시작한 상황입니다.

한라건설(주)이 2013. 7. 31. 시흥시-서울시의 사업공모에 따라 제출한 사업계획서(안)에 따르면, 시흥캠퍼스 및 교육・의료산학클러스터 부지에 지어질 병원은 1)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와 별개의 병원법인이며 2) BTL 또는 BTO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합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영리병원 건립은 의료공공성 문제와 맞물려 국민적 반대에 부딪치고 있는 사안이나, 최근의 서울대학교병원 총파업에서 볼 수 있듯 형식적으로 병원이 비영리법인이라 하더라도 의료서비스 질을 낮추고 의료단가를 높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의료를 상품화하는 수익사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습니다. 시흥캠퍼스 건립 및 운영비용의 일부가 이렇게 건립되는 병원 수익으로 조달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실제로 한라건설(주)의 사업계획서(안)에도 첫해 약 100억 원을 병원수익에서 끌어오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2) 다음으로 도로와 같은 인프라 시설의 경우, 시흥대교와 서울대학교를 잇는 강남순환고속도로가 2016년에 완공 예정입니다. 서울대학교 정문 앞에 진행되는 공사와 같은 것입니다. 강남순환고속도로는 관악산을 관통하는 직선 터널로 구성되며, 바로 학교 정문 앞을 지나게 됩니다. 또한 제2경인고속도로에서 시흥캠퍼스 부지로 진입하는 해안도로도 건설 예정에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배곧신도시에서 서울대학교 본부까지 45분 가량 소요되던 것이 35분으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한 토지 및 행정절차의 경우 시흥시와 서울대의 기본협약에 따라 시흥시가 관련 인・허가에 적극 협조할 것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시흥캠퍼스 운영에 있어서 도로건설, 토지확보, 행정절차의 구축이 서울대학교의 입장에서는 사업을 진행하는 유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3) 교육, 연구 시설 등의 계획에 대해서 대학본부 측은 관련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시흥캠퍼스 관련 교육분과위원회 보고서 등 일부만을 요약본으로 공개하고, 2012. 12. 31. 체결된 부속합의서 등 제반 자료들은 모두 비공개 처분되었습니다. 그러나 부분 요약하여 공개한 자료 및 기사 등을 통해서 추론해볼 때, 선행사례로 들고 있는 연세대 송도국제캠퍼스와 같이 국제캠퍼스 모델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일례로 교육분과위원회 보고서(요약)에 따르면, “국제화 및 집중어학교육”이라는 항목에서 “기초교양 외국어 집중코스”라는 이름하에 “4-8주 과정의 외국어 몰입식 집중코스”와 “기숙프로그램”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선행사례를 그대로 답습하는 시흥캠퍼스 사업에서, 그러한 형태의 교육・연구가 실제로 필요한지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학생, 교수 등)의 토론과 합의를 거치지 않은 채로 대학본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4) 위와 같이 시설(하드웨어)은 다른 대학들의 국제캠퍼스와 비슷하게 건립하는 것과 달리, 실제 어떠한 교육・연구프로그램(소프트웨어)을 운영할지에 대한 구체 계획은 제출되어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본부에서는 일단 시흥캠퍼스 및 교육・의료산학클러스터 건립을 위한 실시협약은 일단 체결해놓고 이를 실제로 어떻게 운영할지는 교육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 연구위원회(가)’를 운영하면서 계획을 만들어보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는 천막 투쟁이후 그간 본부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아직 구체계획이 없다.’ 라거나 ‘계약이 수립되어야 구체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위에서 복합단지 개발의 5가지 요소 중에서 <의료; 국제병원 메디컬단지>, <교육; 국제화캠퍼스 교육시설>, <연구; 의료 및 바이오 산학협력 연구단지>, <제반시설; 강남순환고속도로 및 시흥시의 행정지원> 등 4가지 사항에 대해서 상황을 설명 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것은 본계약 진행여부를 쟁점으로 하고 있는 <주거; 주거 및 개발 금융 사업>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에 앞서서 먼저 시흥캠퍼스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정리할 필요가 있겠는데, 그러한 이해가 합의되어야 주거 및 개발 금융 사업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논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시흥캠퍼스 사업에 있어서 복합개발 시스템의 각 요소 간에 시간적 유의성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의료사업과 국제화 캠퍼스 논의가 2007년 송도 국제화 업무지역 개발과 맞물려서 함께 논의되었다는 사실이고, 같은 해『장기발전계획(2007~2025)』을 통해 서울대 법인화 논의가 본격화되었습니다. 이 시기는 2007년 세계적인 경제위기 직전의 일시적 경기 호황 국면과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에 따른 경기 부양 예상 심리, 대학자율화 ․ 대학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는 5.31교육개혁(1995)과 이를 계승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방침, 개발 붐에 따른 금융자본과 대학 및 재단의 이해가 서로 부합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대학들의 제3캠퍼스 건설이 시기적으로 거의 일괄적으로 추진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부동산 금융시스템 붕괴)와 미국 금융권의 파산 등의 세계적 경제위기를 맞이하면서, 경제상황이 비교적 나아지기 시작한 2009년이 넘어서까지 한 동안 제3캠퍼스 사업들은 정체되었습니다. 이후 2013년까지 장기 저상장 상태가 지속되면서 각 사업들이 속개되고 연세대의 경우는 11년 부분개교를 하게 됩니다. 반면 서울대의 경우 시작은 같으나 그보다 2, 3년이 늦게 사업이 진행되는 데 국립대학으로서 금융 개발 사업이나 수익사업 등에 제약조건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2009년 학생총투표(법인화 반대 79.28%)와 2011년 서울대법인화 반대 대학본부점거(26일간) 및 전체학생비상총회(2300명, 15%)에도 불구하고 학교 및 의회는 서울대 법인화를 추진하여 2011년 12월 28일부터 학교를 서울대국립법인으로 전환합니다. 따라서 2007년 이후 침체된 사업이 특히 2013년에 들어 추진이 가속됩니다.

이러한 역사적 분석을 볼 때, 학교의 입장에서 시흥캠퍼스 및 교육・의료산학클러스터 사업 추진은 경제의 장기 저성장 국면 및 대학법인화에 따라 대학 재정운용이 불안정해지면서 대학이 스스로 재정수입구조을 구축하기 위해 대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학내에서 문제가 되어왔던 법인화 및 대학기업화 흐름의 연장선에 시흥캠퍼스 논란이 위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본부의 입장에서는 인프라 시설 구축(도로, 토지), 기초플랜의 달성(의료시설, 법인화), 교육․연구시설 벤치마킹(국제캠퍼스, 의료/바이오 융합연구단지) 등 시흥캠퍼스에 관련된 어느 정도 목표는 달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주거사업 및 사업 투자처 확보에 관한 계획이 다른 것들에 비해 미흡해왔다고 할 수 있는 데, 이러한 이해 차원에서 한라건설-시흥시-서울대 간의 본 계약(실시협약)이 가지는 의미와 위상을 부여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수익구조 마련이 시흥캠퍼스 사업의 목표라면, 학교의 입장에서 실질적인 계약 체결에 대한 동기가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됩니다. 계약이 이루어져야만 투자처 확보 및 금융개발사업 확대를 위한 실물화된 토대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흥캠퍼스 사업은 4000명 규모의 기숙시설을 갖춘 복합개발 단지로 단대 1, 2개급 사업 규모로, 총 사업액은 1조 8천억 원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RC운영에 관한 것 뿐 아니라 재정운영안, 수익사업계획안에 대해서도 쟁점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1조 8천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하는가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대규모 건설사업의 경우 금융투자회사(파이낸싱합작회사;PFC, SPC)형태로 하여 미래의 수익을 단기로 모두 끌어다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시 말해 미래의 예상되는 수익을 가지고 그 수익에 대한 권리를 투자회사와 주주들에게 미리 파는 것입니다. 현재의 사업구조는 1) 시흥시가 민간사업자(지역특성화사업자: 한라건설(주) 컨소시엄)에 부지를 판매하고, 2) 민간사업자가 수익부지에 6700세대 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하여 개발이익을 취하며, 3) 해당 개발이익으로 시흥캠퍼스 및 교육・의료산학클러스터 조성계획 1단계에 필요한 시설을 지어 부지와 함께 서울대학교에 무상으로 기부하는 것입니다. [별첨1 참조] 시흥캠퍼스로 인한 예상 수익 중 서울대학교에 귀속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규모는 1500~4000억 원입니다. 본부의 입장에서는 이자 등 금융비용이나 아파트 미분양과 같은 투기적 위험(Risk)을 모두 민간사업자에 전가하고, 부지 및 시설이 공짜로 생기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기업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사실상 영리병원을 건립하고 금융시스템을 이용하고 그렇게 수익을 내는 것에 대해서 비판이 필요할 것입니다.

 

 

2. 시흥캠퍼스 학생대책위원회 활동경과

(1) 학생대책위원회 운영

학대위는 매주 저녁 7시에 농성장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변화하는 상황과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논의하고 있으며, 가능한 많은 학우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2) 10.16 긴급행동

10.16 긴급행동 집회에 26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여 집회를 진행하고, 이후 천막농성장을 설치하였습니다. 긴급행동 집회는 40분여간 진행되었으며, 이후 농성장 설치에 1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농성장 설치 이후 1~2시간가량 후속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3) 천막농성장 설치 및 유지

10월 16일 이후 농성표를 작성하여 주간에는 7시간씩 2조, 야간에는 10시간 1조로 돌아가며 농성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상주인원은 야간에는 2~5명, 주간에는 2~6명가량입니다.

또한 매일 아침, 점심, 저녁 본부 앞 일인시위와 아침, 저녁 선전전을 진행하고, 공대, 농대 학우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제기를 수용하여 공대, 농대 점심선전전을 진행하였습니다.

10월 23일 긴급행동 이후 첫 번째 수요 집회를 개최하여 4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이후 본부에 세부 질의 및 요구안을 전달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부처장이 공청회를 개최할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또한 10월 30일에는 비슷한 규모의 두 번째 수요 집회를 개최하였습니다.

 

(4) 선전물

매주 1회 소식지와 자보를 내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자보를 추가로 내고 있습니다.

 

(5) 대외업무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소속 서울대 교수님들과 간담회를 진행하였습니다. 민교협에서는 논의 후 연대성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외의 사회단체, 총학생회들에도 연대성명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6) 본부 대응

임정기 부총장의 편지에 있는 것처럼 3회의 면담이 진행되었으며, 마지막 면담에서만 속기록을 작성하였습니다.

22일 학생처장의 답변(2013.10.21.)을 수령하였으며, 이에 대해 답변이 불충분하며 이것으로는 천막농성을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송하였습니다. 학생처장의 답변은 크게 ▲시흥캠퍼스 내에 1학년 의무기숙형 RC 계획은 없음 ▲실시협약(본 계약)에는 교육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지 않음 ▲실시설계를 확정하기 전에 대학구성원에 대한 공청회 및 설문조사 등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함을 약속하는 것이었으며, 향후 계획으로 ▲시흥캠퍼스 교육프로그램 연구위원회에 총학생회 참여 보장 ▲시흥캠퍼스 사업 진행사항을 학생들을 포함한 전 대학구성원들에게 알릴 예정임을 통보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학대위에서 판단한 바는 ▲학생처장은 시흥캠퍼스 사업과 교육프로그램 확정 둘 다 책임자가 아니기 때문에 학생처장 직인은 보직 교체 후 상위 결정권자 또는 담장보직에 의해 뒤바뀔 수 있다는 점 ▲구두로는 RC 계획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하였으나 정작 문서로는 지금까지 학교의 답변과 변한 점이 없다는 것 ▲본 계약에 들어갈 내용도 공개하지 않은 채 학생들에게 본 계약에는 별 것 없다는 것만 강조하였다는 것 ▲운영계획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세부 질의 및 요구안을 작성하였습니다. 본부의 답변이 워낙에 추상적이라, 구체적인 답변이 있어야 지금까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월 23일 전 구성원 마이스누 계정으로 발송된 메일에 대해, 부총장이 기조 2,3번에는 침묵한 채 RC 계획은 논의가 없다, 본계약에서는 교육프로그램이 정해지지 않으니 안심하라는 이야기로 일관하는 자세를 비판하는 답신을 작성하였습니다. 또한 기조 1에 대해서도 확실한 약속이 필요함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같은 답을 해오면서 RC 논의는 논의대로 해온 본부의 전력을 감안한 대응입니다.

10월 30일에는 제4차 이사회가 진행되는 호암교수회관 마로니에 앞에서 오전 8시경 피켓팅을 진행하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사회에 출석하는 도중의 오연천 총장님이 “학생들이 이야기하기 전에는 RC가 무엇인지도 몰랐다.”라고 말씀하셔서 교육·연구에 대한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시흥캠퍼스가 추진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학생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7) 국회 대응

자료 확보를 위해 국회의원실과의 접촉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자료제공 요청으로는 제대로 자료 확보가 되지 않아, 국정감사에 집중할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따라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질의요청 공문을 발송하였으며 추가로 관악(을) 이상규 의원실, 관악(갑) 유기홍 의원실 김재연 의원실, 정진후 의원실을 방문하였습니다.

10월 28일 서울대학교 국정감사가 진행되었고, 해당 감사에서 오연천 총장님에 대해 시흥캠퍼스 관련 각종 질타가 여야 관계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운영비용 조달계획이 없으면 등록금으로 전가되는 것 아니냐”, “학내 구성원간 의견수렴도 없이 밀실추진한 것 아니냐”라는 국회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이에 학내 의견수렴을 잘 하겠다는 총장님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8) 시흥시 대응

10월 25일 시흥시를 방문하여 정보 수집과 시장과 간담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시흥시 대응의 목적은 정보 확보였으며, 특히 서울대가 본 계약의 내용과 범위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흥시청 측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확보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강의실은 2,000명 기준, 기숙사는 재학생 수용 2,000명 멘토교수, 기혼자 외 500명, 교육연수생 1,500명, 산학연구 근무인원 1,000명 기준, 서울대학교병원 500병상 기준으로 건설할 계획입니다. 마스터플랜에는 전인교육 시스템으로 1단계에서는 지원자를 선발해 리더십 프로그램, 어학프로그램, 교양강좌 등을 배치하고 2단계에서는 교양교과(향후 교양교육체제 개편 논의 결과 고려)를 배치하며 대상은 추후 논의하자는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단, 이 마스터플랜은 시흥시에서 작성하였기 때문에 서울대와 얼마나 협의가 진행되었는지, 본 협상 과정에서 어느 수준으로 시설 규모와 발전방향, 기대수익이 정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시흥시가 얻고자 하는 것은 서울대 교육단위 뿐만 아니라 서울대 사범대부속학교, 서울대병원, 산학클러스터, 서울대 교육시설 등이 있으며, 장기적으로 국제치의학대학원 등 송도국제도시가 꾀하고 있는 방향과 유사한 도시 건설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9) 기타 정황 판단

서울대 면담, 시흥시 면담을 종합해서 서울대학교의 이해관계를 분석하자면 서울대는 본 개발 과정에서 부동산 판매를 통한 직접수익, 자산가치의 증대를 꾀하는 것으로 보이며 가장 수익성 높은 기관인 병원, 산학협력단지 등을 통한 수익의 확보를 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교육과 연구의 발전계획보다는 법인화 이후 자율적인 수익사업과 재정확보책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토대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본 과정에서 학생들의 거주는 시흥시의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시설 중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배곧’이라는 이름에서도, 시흥시의 홍보물과 마스터플랜에서도 볼 수 있듯 서울대 교육시설의 입주를 통한 효과를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즉 서울대는 교육프로그램의 수립이나 확정에 여유로운 반면 시흥시의 경우 서울대 강의와 교육시설의 입주에 더욱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입니다.

 

3.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기조 논의를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언문은 기조 논의 결과를 종합하여 작성할 예정입니다. 단대/학과/동아리별로 다양한 요구들에 대한 더 많은 논의들이 필요합니다.

 

기조 1. “특정 학년・학기, 특정 단과대 대상의 의무기숙프로그램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을 총장이 확약하라!

 

RC(Residential College)란 미국 아이비리그, 영국 옥스퍼드대 등 해외 대학에서 유래한 기숙 체계로 전 학생이 기숙사에 의무적으로 거주하며 학부 교육을 받는 교내 기숙형 대학을 의미합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연세대 송도캠퍼스가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무기숙형 RC를 운영하고 있으며 RC 내의 자체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시흥캠퍼스가 RC로 운영될 경우 단대 1, 2개 급 혹은 특정학년이 통째로 기숙하는 형태를 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RC는 선후배간의 유대 단절은 물론 과/반 학생회 및 공동체, 동아리 등 학생자치의 기반을 뒤흔들 수 있으며, 전인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학생의 선택권과 자율성을 침해하고, 캠퍼스 분할로 인한 강의 분산개설로 수많은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할 것입니다. [별첨2 참조]

 

우리는 RC에 대해 분명히 반대합니다. 1학년에 대한 RC뿐 아니라 특정단대가 특정학기 단위로 가는 것도 반대합니다. 기숙사 프로그램을 의무형태로 강제하지 않더라도 학점 등의 인센티브를 주거나 기숙사 생활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에 대해서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합니다. 혹여 기숙사를 짓더라도 순수 자율 통학형 기숙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시흥에 지어질 시설들이 과연 RC로 운영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고, 본부 측에서는 이를 두고 ‘RC 계획 없음’이라는 말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0년에 체결된 시흥시-서울대 간 양해각서 별첨문서를 보면 ‘시흥국제캠퍼스 기본시설’ 항목에 ‘Residential College’가 명기되어 있고, 올해 6월 12일에 진행된 기획부학(원)장 회의 안건지에는 향후 사업 추진과정에서 논하는 항목에 RC 계획이 하부항목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계획이 없다는 말만을 믿고 RC의 적합성이나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미룰 수는 없을 것입니다. 10월 22일 본부는 ‘현재 1학년 RC 계획이 없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보다 완전한 총장님과의 약속을 원합니다. 총장님의 명의로, ‘학생들과 합의가 없는 어떠한 형태의 RC도 하지 않겠다’는 확약이 필요합니다.

 

 

기조 2. 시흥캠퍼스 및 교육・의료산학클러스터 재논의를 위한 본부-학생 대화협의체를 구성하라!

대학본부가 학생들과 한 번도 제대로 대화를 하지 않고 지난 7년간 시흥캠퍼스 및 교육·의료산학클러스터 조성계획을 밀실에서 추진해온 것은 분명 잘못입니다. 본부는 올해 5월부터 지금까지 확정된 바 없다, 구성원 사이에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말을 반복해 오다가, 학생들이 10월 16일 긴급행동을 통해 본부 앞에 천막을 치자 비로소 학생처장 명의로 앞으로 대학구성원에 대한 공청회 및 설문조사 등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서를 보내왔습니다. 기획부총장 명의로도 역시 특정 구성원이 독단적으로 시흥캠퍼스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본부는 본 계약을 미루려는 뜻을 전혀 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본부는 대화는 하겠다면서도 본 계약 체결은 강행하겠다는 것입니다. 대학본부는 지금이라도 캠퍼스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재정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등의 다양한 논의를 제기하면서 투명하게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시흥캠퍼스 전반적인 사항들을 합리적으로 분석, 토론하자는 학생들의 재논의 요구에 응해야 합니다.

현재 대학본부는 교육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 연구위원회의 기숙사운영 분과위원회에 총학생회 측 인사의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별첨3] 참조) 그러나 시흥시에 따르면, 본 계약에서는 수익분배와 사업구도뿐만 아니라 시설의 용도 및 규모 역시 명기될 예정이며, 여기에는 4000명 규모의 기숙사와 2000명을 수용 가능한 강의동이 포함됩니다. 서울대학교가 법적인 의무와 책임을 떠안게 될 본 계약 체결 이후에는 사실상 캠퍼스 분할에 반드시 따라올 수밖에 없는 한계와 문제점들을 떠안도록 강요될 상황에서, 교육프로그램 논의에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것만으로는 학생들이 우려했던 의무기숙프로그램, 캠퍼스 분할에 따른 수업권 침해, 긴 통학시간으로 인한 불편, 더 나아가 학생자치의 기반 위협 등의 문제들이 진지하게 고려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교육프로그램 연구위원회에 참여시키겠다는 감언이설로 밀실추진의 결과를 그대로 관철하겠다는 본부의 독선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높은 위상의 본부-학생 대화협의체를 구성하고 기숙사 운영계획 이외에도 시흥캠퍼스 전반에 관한 논의가 지속되어야 합니다. 학생을 동등한 학내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대학본부와 일부 교수들의 종속된 객체 정도로 사고하는 비민주적 대학운영을 지금이라도 되돌리기 위해서는, 본 계약 체결을 무기한 연기하고 본 계약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대화협의체가 최소한의 전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본부가 약속한 교육프로그램 연구위원회에 참여함으로써 학생들의 권익을 최대한 관철시켜야 하겠지만, 더 나아가 시흥캠퍼스에 관한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본부-학생 대화협의체를 구성함으로써 시흥캠퍼스 건립에 관해 대학의 한 주체인 학생들의 알 권리와 대학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기조 3. 본 계약 체결을 무기한 연기하라!

현재의 시흥캠퍼스 및 교육・의료산학클러스터 조성사업은 학생들에게 있어 단순히 의무기숙프로그램으로만 환원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서울대 법인화에 따른 대학기업화에 맞물려 추진되는 사업입니다. 법인회계의 재정 운영 효율화와 안정화, 수익구조 구축을 위한 전략적인 사업의 일환이기 때문입니다. 서울대학교의 교육 커리큘럼과 그 내용에 대한 엄밀한 진단과 평가 없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적인 경쟁력 확보와 글로벌한 교육 시스템의 구축이라는 변명은 이러한 사실만을 방증할 뿐입니다.

 

만일 시흥캠퍼스와 같은 제2, 제3의 수익사업이 계속 추진된다면, 시흥캠퍼스에 벌어들인 수익이 교육으로 재투자되지 않고 또 다른 수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미 서울대학교는 법인회계와 별도의 발전기금(3000억 규모)을 운영하면서 해당 재원을 학생복지와 교육·연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부동산·주식·채권 등 투기성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대가 시흥캠퍼스에 지을 병원과 산학협력단지는 학문의 발전이 아니라 또 다른 수익사업에 투자되면서 대학기업화를 가속시킬 것입니다. 결국 현재 추진되고 있는 시흥캠퍼스 및 교육・산학클러스터 논란은 RC문제뿐만 아니라 기업화된 대학이 교육・연구상의 필요보다도 부동산투기에 의한 수익을 상위에 놓는다는 점에서 대학 본연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실시협약에서 확정될 시흥캠퍼스 조성계획에서 1단계 이후는 서울대학교 법인회계 지출로 사업이 추진되며, 시흥캠퍼스 조성 이후 어떻게 운영비용을 조달할 것인가도 매우 석연치 않은 지점입니다. 한라건설(주)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안)에 따르면, 1단계 이후의 사업비의 일부인 ‘확정지원비용’만을 개발이익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서울대가 알아서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흥캠퍼스 기숙사에 사는 4000여명의 학생들이 관악캠퍼스로 통학하기 위해서는 수십 대의 셔틀버스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오며, 인건비, 감가상각비, 유류비 등을 총합한 월별 운영비용이 셔틀버스만 하더라도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시흥캠퍼스 시설관리・유지비용을 고려한다면 운영비용의 폭은 훨씬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시흥시도, 서울대도 운영비용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결국 시흥캠퍼스 제2단계 조성비용, 그리고 시흥캠퍼스 운영비용이 등록금 인상으로, 학내물가 인상으로 전가되리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학본부는 현재의 사업구도에서 서울대학교가 입을 손실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시흥캠퍼스 추가조성과 운영비용 조달이 법인회계로 이루어지고, 시흥캠퍼스의 병원과 산학협력단지에서 얻어진 수입은 대학교육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또 다른 수익사업을 위해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대학의 본연 임무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으로, 학내 물가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의 희생을, 더 나아가 교육과 연구의 희생을 강요하는 현재의 본 계약은 저지해야 하며, 본 계약 체결 역시 무기한 연기되어야 합니다.


별첨자료(첨부파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별첨1] 2013. 8. 27. 제4차 서울대학교 이사회 회의자료

[별첨2] 2013. 6.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교육분야 컨텐츠(요약)

[별첨3] 교육프로그램 운영 1, 2, 3차 T/F 회의자료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