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공동체에 당신의 자리는 없다

 -신욱희 교수에게-

 

지난 723일 정치외교학부 신욱희 교수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전 법무부 장관인 조국의 아들(이하 조 씨’)을 둘러싼 대학원 부정 청탁에 가담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중앙일보를 통해 보도되었다. 기사에 따르면, 신욱희 교수는 본인의 권력을 남용하여 대학원에 두 차례 불합격한 조 씨를 고려대와 연세대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추천했다. 뿐만 아니라 신욱희 교수는 고려대 교수를 통해 조 씨의 합격 사실을 미리 조회해 조 씨의 가족에게 그 사실을 전달했다.

 

본 사안에 대해 사회과학대학 학장단은 지난 731일 관악 사회대 학생회와 진행한 면담에서 실망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사회과학대학 학장단은 신욱희 교수가 작년 10월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끝냈으며 이후 기소를 포함한 법적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징계와 수업 폐강 및 대체강의 신설을 요구한 관악 사회대 학생회의 요청을 거부했다. 사회과학대학의 이러한 판단은 공동체적인 책임을 망각한 채 법적 책임만 운운하는 면피행위인 동시에 학문공동체의 윤리에 대한 대학 당국의 비루한 인식을 보여준다.

 

이번 신욱희 교수의 부정 청탁 사건은 기회의 평등조차 온전히 보장하지 못하고 반칙과 편법이 일상인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사건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연구자이자 선생인 교수가 파렴치한 입시 비리를 벌였다는 점에서 사건을 접한 많은 학생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지인의 한 마디에 대학원 합격과 불합격이 영향을 받는 학교에서 우리는 어떤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인가? 특히 일평생 정치외교학부에서 국가와 공동체에 대해 연구하던 그가 정치적 부패에 결탁했다는 점은 더 큰 실망을 자아낼 뿐이다. 그에게 우리는 무엇을 더 배울 수 있겠는가. 이번 사태는 그를 따르고 배우고자 하던 학생들에게 교수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을 가르친 것과 다름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인 서울대학교의 비전은 미래를 개척하는 지식공동체이다. 우리가 개척해야 할 미래는 권력에 기생하는 자가 앞서나가는 미래가 아니다. 우리가 만들어나갈 지식공동체는 지식에 관심 없는 줄타기 권력공동체가 아니다. 우리는 지식을 통해 사회의 모순과 우리 속의 모순을 직시하고 과거보다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는 진정한 지식공동체를 꿈꾼다. 미래를 개척하는 지식공동체에 신욱희 교수가 설 자리는 없다.

 

이에 관악 사회대 학생회는 다음을 요구한다.

 

하나. 신욱희 교수는 학자로서의 양심과 교수로서의 윤리를 저버린 행동에 책임을 지고 사과하라.

하나. 앞으로 다시는 정치적 부패에 결탁하는 교수가 없도록 사회과학대학은 확실한 재발방치책을 마련하라.

하나. 법적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신욱희 교수를 징계하지 않는 사회과학대학은 면피에만 급급한 태도를 버리고 학문공동체의 책임과 윤리를 통감하라.

 

2020.08.08.

 

진보의 요람

38대 관악 사회대 학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