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반 공동체의 가치와 정체성을 고민하는 새맞이
  사회대 11개의 과/반은 사회대에 처음 들어온 새내기들이 가장 먼저 소속될 곳입니다. 과/반은 학생자치의 기층단위로서, 학내 의사결정구조의 밑바탕을 이룹니다. 하지만 과/반은  임의배정이라는 선발방식으로 인해, 이전의 과 체제에 비해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기 힘듭니다. 특히 올해부터 실시되는 70% 학과제 모집으로 인해, 과 정체성과 반 정체성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도기에서, 과/반의 정체성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다면 과/반은 학생자치의 기층 단위로서의 역할을 상실할지도 모릅니다.
 자치 공동체로서의 과/반은 그동안 많은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과/반 학생회를 구성함으로써 각 반의 의견을 대표하여 사회대 학생회와 총학생회에 반영하였고, 이러한 움직임에서 학생들의 총의를 모으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또한, 과/반이라는 공간에서의 학회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배움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가능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새맞이 또한 과/반 전통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기도 합니다. 과/반이라는 공간을 통해 우리는 자치를 실현해왔으며, 앞으로 학생자치를 이어나갈 힘은 과/반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올해부터 실시되는 70% 부분 학과제 모집으로 인해 과/반 공동체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학과제 모집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을 굳이 과/반체제에 편입시켜야하냐는 의문도 많이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100% 학과제 모집이 아닌 과도기라는 점에서 광역 새내기들을 소외시키지 않을 수 있는 체제는 과 공동체가 아닌 과/반입니다. 또한 과/반이 수행해왔던 학생자치에서의 역할을 고려해 볼 때, 과/반은 여전히 지켜야할 공동체이고 지향해야할 가치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과/반 공동체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자치공동체로서의 과/반이 가지는 가치를 올바르게 이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과/반에 새로운 구성원들인 새내기들을 성공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과정인 새맞이에서, 이에 대한 고민은 필수적일 것입니다.

- 외모, 장애, 성 정체성 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지양하는, 모두가 즐거운 새맞이
  새맞이는 모든 새내기를 동등하게 환영하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새터가 되기 위해서는 다수 학우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차별은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방해하며 특정 구성원으로 하여금 소외감을 느끼게 하기도 합니다. 제반의 프로그램과 행사들, 혹은 실무들에서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참여할 기회가 열려있다고 쉽게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신체 조건, 능력, 개인의 다양한 성향과 지향성의 차이 때문에 사실상 동등한 참여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소수의 사람들이 소외될 수 있습니다. 거꾸로, 특정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주목을 받게 되는 프로그램이나 실무는 오히려 다수를 배제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새터에서 외모, 성격, 정치적 지향, 성적 지향, 장애, 성별, 지역 등을 이유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차별을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차별을 끊임없이 양산하는 사회적인 요인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보아야 할 것이며, 이것을 시정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차별이 사라지고, 서로가 ‘다름’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모두가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새터가 될 것입니다.

- 여성이 동등한 주체인, 성폭력이 없는 새맞이
  성폭력은 소수의 사악한 범죄자가 성욕을 통제하지 못해서, 목숨을 걸고 저항하는 여성을 강제로 납치하여 강간하는 것만으로 흔히 인식됩니다. 하지만 정말 성폭력은 우리의 일상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고 범죄자들의 악한 심성이나 자제력 부족 때문에 일어나는 것일까요?  저희 새맞이 기획단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성폭력은 모든 인간이 가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폭력이며, 역사적으로 이 폭력이 여성에게 주로 가해져 온 것은 이성애만이 옳다는 잘못된 생각을 토대로 여성과 남성 간의 불평등한 관계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뒷받침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리 모두가 이성애중심주의적, 남성 중심적 사회 구조 속에서 살고 있고 이제까지 이 구조에 의해 어느 정도 길들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함께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이러한 불평등한 성별 관계를 일상 속에서 그대로 답습하여 옆에 있는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성폭력을 저지르게 될 위험이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술자리에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이유로 여학우 한 명과 남학우 한 명에게 '러브샷'을 하라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 술게임 등에서 '섹시한' 행동 등을 벌칙으로 강요하는 것 등은 원치 않는 성적 표현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므로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이며 성폭력입니다. 또한 여학우들이 많은 곳을 가리켜 '꽃밭'이라고 말하는 것도 여학우들을 동등한 주체로 생각하지 않고 그녀들의 성별을 이유로 그녀들을 대상화하는 것이므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언어적 성폭력입니다.
  여기서 열거한 언행들 외에도 성폭력은 신체적, 언어적, 상황적인 측면에서 많은 경우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상적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자기성찰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성폭력을 일으키는 사회적인 성별 불평등을 이제까지 무의식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았는지, 옆에 있는 상대방을 동등한 인간이 아니라 성적 대상으로 간주하지는 않았는지, 상대방이 당연히 이성애자일 것이라는 전제 하에 행동하면서 이성애가 아닌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을 배제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성찰하고, 여성 및 성 소수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주체로 서는 새맞이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 학점만을 위한 대학이 아닌 大學을 위한 대학생활을 고민하는 새맞이
    대학은 말 그대로 좀 더 큰 학문을 하고 공부하고 배우고 지식을 쌓는 곳입니다. 저희학교의 마크의 베리타스룩스메아 도 진리는 나의 빛. 즉 대학은 자신의 삶과 인격을 바람직하게 가꾸어나가기 위한 공간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 개개인이 성장하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요즘의 대학은 진리를 위한 공간이기보다는 취업을 위한 취업양성소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우리는 자신의 내면적 발전을 통해 주체적인 인재가 되기보다는 사회가 바라는 인재상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몇몇 학생들은 사회가 바라는 인재가 되기 위해 높은 학점을 따려 경쟁합니다. 그리고 사회는 그렇게 경쟁하기를 강요합니다.
  대학에 와서 정말 배우고 공부해보고 싶었던 내용의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꿀 강의를 찾아다닙니다. 대학에 와서 진정한 학문의 길 혹은 자신을 위한 지식을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자세는 여러분의 주체성을 살리지 못하고 내면적인 발전도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大學을 위한 대학생활을 하셨으면 합니다.

- 학생자치를 통한 민주적 권리 확보를 고민하는 새맞이
  우리가 가꾸어가는 학생사회는 ‘자치’를 지향합니다. ‘대학생’인 우리에게 자치란 일상적인 수준에서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또 자신의 주장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학생으로서 바람직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학우들과 자유롭게 공동체를 구성할 권리, 등록금 액수를 공동 결정할 권리, 좋은 교육환경을 누릴 권리, 원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 학문적 양심을 지킬 권리 등이 필요하며, 이것들은 학생자치의 내용 또는 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생자치가 힘을 가지고 올바르게 운영된다면 이러한 권리들이 지켜질 수 있겠지만, 학생들이 자치를 통해서 구현하려는 민주적 권리를 침해하는 시도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올해 등록금 수준을 잠정 결정하게 될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를 봅시다. 학생-본부가 동수로 구성하는 그나마 민주적 기구인 등심위에 의결권을 부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의결권 부여를 거부했습니다. 이것은 법인 이사회가 등심위의 결정을 무시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사회학과의 황창규 초빙교수 임용 시도 역시 논란을 불렀습니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수십 명의 반도체 백혈병 희생자 발생에 대한 책임이 제기되고 있고, 사회학적 소양도 검증된 바가 없는 인사였습니다. 비밀리에 진행된 임용에 대해 사회학과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다행히도 사회학과 측 임용 철회로 이어졌습니다. 본부에서 진행한 새내기대학은 학생들과의 소통 없이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된 까닭에, 상당수 단과대에서는 새내기대학과 새터 일정이 겹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대학본부와 사회대 행정당국, 심지어 대기업에 이르는 주체들이 학생들의 의견과 참여를 배제하고 자신의 권력을 일방적으로 행사하려 드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 우리의 권리는 항상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자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도 공동체 운영에 대한 참여의 권리인 시민권이 주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자치기구인 학생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사실 지금의 학생회는 그다지 친숙하거나 관심이 가는 자치기구로 인식되고 있지는 않고, 지난해 잇다른 학생회 선거 무산이 이를 증명합니다. 그만큼 학생회의 역할과 기능을 학우들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일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서 학생회가 필요한지 생각해봅시다. 다름 아닌 우리의 권리, 즉 대학생으로서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가 아닐까요? 보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데에 민감해진다면, 학생회는 더 많은 학우들의 참여와 협력, 그리고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학생자치로 대학 내의 민주적 권리들이 어떻게 가능할지 고민하는 새맞이를 만들어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