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반복해서 외쳐야 하는가
- 음대 B교수 사건에 부쳐

  대학은 학문을 위한 공간이며, 모든 구성원이 인격적으로 존중받는 평등하고 안전한 공동체여야 한다. 그런데 사회대 H교수 사건, 수의대 H교수 사건, 인문대 A교수 사건 등 수직적인 권력 관계 속에서 교수에 의해 자행된 학생 인권 침해 및 권력형 성폭력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음대 B교수의 가해 사실이 공론화되었다. B교수는 성추행 및 성희롱, 사생활 통제, 강제 침입, 인건비 횡령 등 각종 부정을 저질렀으며, 일말의 반성 없이 2차 가해를 계속했다.

  “(신고를 했을 시) 본인은 스크래치 정도겠지만 피해호소인은 인생을 걸어야 할 것”이라는 B교수의 발언은 인권 침해와 권력형 성폭력이 교수와 학생 사이의 비민주적이고 수직적인 관계에 기인한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 지도교수가 학생의 학문적 진로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학생은 교수와 동등한 위치에서 학문을 논하기 어려우며, 우월한 지위를 가진 교수에 의한 인권 침해와 권력형 성폭력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학문적 권위를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착각하며 학생의 인권을 짓밟는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 학생의 학문에 대한 간절함을 미끼로 삼아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고 성폭력을 저지르는 교수는 학문공동체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비단 일부 교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반복되는 사건들에 대해 교수사회는 이를 방관하고 심지어는 비호하는 등 미흡한 인권의식을 보여주었다. 가해교수에 대한 합당한 처벌과 재발 방지 및 해결을 위해서는 교수사회의 각성과 자정작용이 필요하며, 교수와 학생 사이의 위계적이고 비민주적인 관계를 타파해야 한다.

  대학의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 교원 징계위원회에서 학생들은 배제되어 있고, 징계 관련 정보 공개에 대한 결정 권한은 징계위원회에 있는 등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는 온전히 보장되지 않는다. 교원 징계위원회는 교수에 의해 자행된 인권 침해와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 대해 얄팍한 처벌을 내리기를 반복하며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학생들이 가해교수의 파면을 위해 오랜 투쟁을 전개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연구비 횡령, 갑질 등을 저지른 사회대 H교수는 계속되는 징계절차의 지연 끝에 정직 3개월의 솜방망이 처분을 받았고,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질러 온 수의대 H교수는 현재 강단에 복귀해 있다. 2019년 전체학생총회에서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는 안건을 통과시킴으로써 학생들의 총의를 보여주었으나, 대학 본부의 근본적 태도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교수에 의한 인권 침해와 성폭력 사건에 대해 이해당사자인 학생을 사건 해결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으며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대학 본부의 비민주적이고 방조적인 태도는 문제 상황을 재생산하고 있다.

  교수와 학생 간의 위계적 관계와 비민주적인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교수에 의한 갑질과 권력형 성폭형에 맞서 학생들은 힘겨운 투쟁을 지속해왔다. 사회대 H교수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학생들은 121일 동안의 천막농성과 단식 투쟁을 이어갔고,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거부하며 자퇴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공론화된 인문대 A교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학생들은 또다시 단식 투쟁을 벌이고 전체 학생총회를 열어 A교수의 파면을 요구했다. 그리고 학생들은 지금도 권력형 성폭력과 인권 침해는 근절되어야 하며, 가해교수는 파면되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당연한 말을 언제까지 반복해서 외쳐야 하는가? 당연한 것을 왜 요구해야 하는가? 구성원의 인권이 처참하게 짓밟히고 있는 서울대를 진정한 학문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는가? 교수의 권력과 미비한 제도하에서 학생의 인권이 유린되는 상황이 더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이에 우리는 대학 본부 및 징계위원회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한다.

하나, 징계위원회는 음대 B교수를 파면하라.
하나, 본부는 교원징계규정을 강화하고 징계위원회 학생 참여를 보장하라.

진보의 요람
제38대 관악 사회대 학생회

202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