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청소 노동자를 추모하며,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해주실 것을 호소드리는 사회대학생회 성명입니다.
(서명링크: bit.ly/사소하지않은죽음)

서울대 구성원과 시민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 드립니다.

이하 성명 전문

우리의 정의가 펜 끝에만 머물지 않도록
-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사회대 학생회 성명 -

지난 8월 9일 정오 경, 서울대학교 302동의 한 청소노동자께서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폭염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무더운 여름날, 제대로 된 냉난방 설비조차 갖춰지지 않은 한 평 남짓한 간이구조물만이 고인께 허락된 휴게 공간의 전부였습니다. 그마저도 두 명의 동료 노동자들과 나누어 몸을 뉘어야 했습니다. 고인께서는 이처럼 휴게실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열악한 환경에서 한여름 더위를 삼키며 방치되어 계셨습니다.

우리 사회의 최고 지성이라는 빛나는 이름을 누려왔던 서울대학교는 노동자를 위한 변변한 휴게 공간조차 마련하지 못하여 결국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습니다. 이 세상의 진리를 탐구하고 우리 사회의 정의를 추구한답시고 교수, 학생 구분할 것 없이 매 년 수십, 수백 페이지의 글을 써왔던 사회과학대학은 우리의 이웃이었던 한 노동자의 죽음을 막지 못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 ‘누구라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는, 사회과학 학문공동체의 보편적 합의는 우리 사회는 고사하고 당장 16동의 문턱조차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회대 학생회는 그동안 지성, 진리, 정의라는 수식어 뒤에 감춰져왔던 서울대학교 공동체의 현실 앞에 참담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만약 서울대학교가 고인의 죽음을 ‘개인 지병’ 탓으로 돌리려 한다면 이는 무책임합니다. 고인의 죽음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개선 요구를 지금까지 묵살해 온 서울대학교 당국에 있으며,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힘든 상황에도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비인간적 노동환경에 몰아넣게 만든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에 있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생존을 위해 고된 노동을 수행했던 고인께 당신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을 자격이 없음은 분명합니다.

이처럼 서울대학교는 노동자에게 열악한 노동환경을 강요해 온 사실에 대해 명백한 책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는 지난 수년 간 휴게환경 개선을 요구해 온 노동자의 목소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는 그동안 ‘비용 절감’이라는 이유로 너무도 쉽게 정당화되어 왔습니다. 우리 공동체의 무관심과 침묵 속에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노동 환경을 보장해달라는 노동자의 요구는 무시되어왔고 결국 고인께서 죽음에 이른 순간에야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사회대 학생회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서울대학교의 구성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던 한 노동자의 죽음을 막지 못한 서울대학교가 작금의 상황에 대해 충분히 반성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도록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청소노동자의 휴게공간 개선을 시작으로 우리 공동체의 노동자가 보다 인간적인 노동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행동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양심과 정의가 펜 끝에만 머물지 않도록 서울대학교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성명에 함께 목소리를 내주십시오. 그리고 함께 행동해 주십시오.

2019. 09. 02.

진보의 요람
관악 사회대 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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