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 대학 사회과학도 합동 시국선언문]


 

민주주의의 갈림길 앞에서,

 

 

우리는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20161024일은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선출되지 않은 자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었다. 지난 1024일 이후, 언론사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보도는 일개 사인(私人)이 국정 운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봉건사회에도 없을 법한의혹들이 모두 진실임을 폭로했다. 우리는 이 참혹한 진실을 국정을 총책임지는 청와대와 국무총리의 국정감사, 대정부 질의에서가 아니라,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검찰의 체계적인 수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직 우연히 발견된 태블릿 PC를 통해서만 온전히 확인할 수 있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대한민국의 공적 부문은 사인에게 완벽히 농락당하고 만 것이다.

헌정 질서를 수호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실정법까지 위반해가며 최순실에게 국정 운영 하나하나를 검토 받았다. 국정을 책임져야 할 고위 공직자들은 명백한 국정 농단조차 눈치 채지 못한 무능한 이들이거나, 비선실세의 국정 농단에 동참한 가신(家臣)임이 밝혀졌다. 비선실세 최순실은 대통령의 권력을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위해 전용(轉用)했다.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이 국민을 위해 사용되지 않고 비선실세, 측근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 것이다.

우리는 일개 사인에 의해 국가 권력이 휘둘려왔다는 사실에 탄식을 금할 수 없다. 심지어 그가 단 한 번도 국민 앞에 평가받은 바가 없는, 실체조차 의문스러운 종교인이라는 점에 깊은 수치심을 느낀다. 민주적인 검증 과정과 공적 감시를 벗어나, 비선실세에 의해 통제 가능한 국가를 보며 치욕 외의 다른 말로 현 시국을 형용할 수 없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우리의 내일은 심판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지난 4년간 비민주적 행태를 반복해왔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박근혜 정권이 민주공화국으로서 지켜야 할 마지막 선까지 넘어버렸음을 선언한다. 국민들이 정권에 부여한 권력을 아무런 정당성도 없으며, 그 어떤 통제도 받지 않는 사인에게 헌납한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권력을 내팽개친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1960, 3.15 부정선거라는 또 하나의 치욕을 기억한다. 허나 또한 우리는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하야시키고 권력을 쟁취한 4.19 혁명을 기억한다. 우리의 선배들이 3.15 부정선거의 치욕을 씻어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민중의 힘으로 그들을 심판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2016, 박근혜 대통령이 저지른 국가적 치욕을 씻어낼 수 있는 것은 오직 민중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뿐이다. 50여년의 세월을 거슬러 한국의 민주주의는 다시 한 번 역사의 갈림길 앞에 놓여있다. 만약 우리가 민주주의의 근간마저 위협하는 현실을 심판하지 못한다면, 오늘은 부정의에 침묵하고 마는 치욕의 역사로 남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날을 치욕의 역사로 방기할 수 없다.

대학생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 앞에 온 몸으로 응답할 것이다. 민주공화국의 기틀을 흔드는 전횡 앞에서 나약한 지성이 되기를 거부할 것이다. 거리에서 정의를 외칠 우리의 내일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 심판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그 어떤 부당한 권력에 의해서도 통제되지 않는, 오직 국민으로부터 나온 민주적 정당성에 의해 통치되는 진일보한 사회로의 한걸음으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가 내딛을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희망차다. 우리의 앞에는 캄캄한 밤을 깨운 선배들의 발자국이 명명(明明)하다. 또한 정권의 민낯이 드러난 후 전 국민이 분노를 표하는, 좌우를 막론하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국민대통합이 실현되고 있다. 1960년의 4.19 선언문이 묘사하듯 현실의 뒷골목에서 용기 없는 자학을 되씹는 자까지 우리의 대열을 따르고있는 것이다. 하여 이 땅의 민주주의를 되찾고자 하는, 정당하고 숭고한 이 대열에 우리는 담담히 함께하고자 한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수호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임을 소리 높여 선언한다.

 

 

2016112

 

32대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48대 경희대학교 정경대학 학생회

49대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학생회

29대 국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29대 동국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32대 동의대학교 법정대학 학생회

2016학년도 부산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비상대책위원회

21대 서강대학교 사회과학부 학생회

28대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학생회

34대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7대 서울시립대학교 정경대학 학생회

33대 숭실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53대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5대 중앙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및 운영위원회

29대 전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32대 한양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9대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학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