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죄송하지만 수업에 갈 수 없습니다
- 5.14 사회대인 동맹휴업에 나서며

지난 5월 1일, 7분의 교수님들로 이루어진 서울대학교 징계위원회는 사회학과 H교수에 대해 정직 3개월 후 복직 처분을 내렸습니다.

H교수가 저지른 만행은 이미 너무도 많이 드러났습니다. 학생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공적인 자리에서 발화하고,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강행하고, 이것도 모자라 자택 냉장고 청소, 휴대폰 개통, 양복 수선 등을 지시하며 말 그대로 자신의 ‘노예’처럼 부렸습니다. 이 뿐 아니라 ‘관례’였다며 제자들의 인건비 1500만원을 횡령하기도 했습니다.

교수님, 학생들은 이 사건을 보며 모욕감을 느낍니다. 학생은 이 학교에서 인간취급도 못 받는다는 사실, 학생에게 무슨 일을 저질러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마음 아픕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한의 학생인권을 지키기 위해 천막 농성을 하고 건강을 건 단식을 해도 꿋꿋이 가해 교수의 편을 드는 징계위원회 앞에서 좌절감마저 느낍니다. 대체 이 학교에 얼마나 더 실망해야 합니까?

그래서 하루 동안 학업을 놓고자 합니다. 학생의 본분이 학업이라고 하고, 대학의 본질은 학문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가해자의 복직을 앞둔 피해자의 절망감을 뻔히 알고도, 학생의 인권을 너무도 쉽게 짓밟는 학교의 모습을 보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상을 이어나갈 수는 없습니다.

교수에 의한 성폭력과 갑질은 우리의 일상을 비집고 들어와 끝없는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가해자의 왕국인 서울대학교에서, 어떻게 학생들이 평온히 수업을 듣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는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하고, 학생들은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H교수의 복직으로 인해 이미 학생들의 일상은 어긋나버렸습니다. 이 학교는 이미 학생에게 전혀 정상이 아닙니다.

이런 마음을 한 데 모아, 어제 5월 10일, 사회대 학생들이 모여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학생총회를 성사시켰습니다. 무려 250여명 이상의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H교수 파면을 요구하는 안건은 만장일치로 가결되었습니다. 학생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할 것을 다짐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우리는 H교수 파면을 위해 5.14 동맹휴업에 나설 것 역시 결정했습니다. 그 결과로 학생들은 다음 주 월요일, 잠시 학업을 멈추고 거리로 나섭니다.

수업을 준비해주신 교수님께는 죄송하지만, 5월 14일 월요일 저희에게는 잠시 더 큰 할 일이 있습니다. 지난 정권 시절, 부패의 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나서던 우리는 “진리는 강의실이 아닌 거리에 있다”고 외쳤습니다. 그 외침을 다시 한 번 꺼내보고자 합니다. 자유의 비밀은 다름 아닌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5월 14일 월요일, 저희는 용기로 이 대학을 바꾸고, 진리를 찾기 위해 잠시 학업을 내려놓겠습니다.

평등한 학교에서 다시 뵙기를 소망합니다.

진보의 요람, 제36대 관악 사회대 학생회
가자! 5.14 사회대인 동맹휴업으로

*(2018 학생총회에서 가결된 행동방안 중 하나인 'H교수 파면을 위한 5.14 사회대인 동맹휴업'을 알리기 위해 작성된 성명입니다.)

*(동맹휴업 본대회에는 약 150명의 사회대 학우들이 참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