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권력에 길들여진 ‘지성’을 거부한다]
- 삼성 ‘장충기 문자’ 사건에 대한 사회대 학생회의 입장


지난 4월 25일, <뉴스타파>는 대학교수들과 삼성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 사이 유착관계를 폭로하였다. 삼성이 음악회 티켓, 공기청정기 등 크고 작은 금품을 ‘선물’이라며 대학교수들에게 제공해왔고, 대학교수들이 이를 넙죽 받아왔음이 폭로된 것이다. “진리는 나의 빛”이라며 지성의 보루를 자임하던 서울대는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성낙인 총장은 물론이고 사회대에서만 송호근, 장덕진, 강원택 교수의 문자가 폭로되었다. 사회의 모순을 폭로하는 비판적 지성을 가르쳐야할 사회과학대학의 교수진이 대자본과 유착하여 권력의 단 맛에 취해있었던 셈이다.

삼성으로부터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호의’를 대접받으면서 이 ‘지식인’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삼성이 죽음으로 내몰았던 반도체 노동자들의 생명이, 삼성 재벌일가의 권력 세습을 위해 저질러진 국정농단과 비리가, 삼성의 권력을 수호하기 위해 동원된 어용단체와 자행된 언론탄압이, 이들에겐 조금도 떠오르지 않았다는 말인가? 사회 현상의 이면을 보라고 가르치던 사회학 교수들이, 정치권력의 민주적 배분을 논하던 정치학 교수가, 삼성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었단 말인가?

이들은 선물을 받은 후 장충기에게 감사 문자까지 보냈다. “선물을 받은 것이 적절하다 생각하시는지”에 대한 한 기자의 질문에 “선물을 받았으니 감사를 표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 “받은 선물을 돌려줄 방법도 없었고, 돌려준다는 것은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끊자는 뜻 아니겠나”라는 답이 돌아왔다. 심지어 김영란법 이전의 일이었으니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답이 돌아오기도 했다. 삼성의 재벌권력이 문제라고 누구보다 앞장서서 외쳐야할 자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선물을 받아왔다는 사실은 재벌공화국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진리는 나의 빛’을 외치는 이 대학은 총장까지 삼성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보답으로 식사 자리까지 마련하는 대학이다. 이 대학의 빛은 과연 시대의 어둠을 밝히고 있는가. 삼성을 비판의 성역으로 남겨두지 않는 ‘진리’의 빛을 위해서, 우리는 자본의 호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대학가의 관행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을 통해 폭로된 사례 외에도 재벌권력의 대학 길들이기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나아가 지식인을 자임하는 대학사회의 통렬한 반성을 시작으로 대학의 기업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권력에 길들여져 타성에 젖은 진리라면, 그 진리는 거부되어야 한다. 껍데기만 남은 지식인의 이름이라면 그 이름은 거부되어야 한다. 시대를 비판하고 모순의 원인을 직시하며, 우리의 삶을 행동으로 바꿔내는 지성이 되자. 사회대 학생회는 재벌권력에 길들여진 대학사회의 발본적인 반성을 촉구하며, 비판의 성역을 몰아내는 투쟁에 앞장설 것이다.


진보의 요람, 제36대 관악 사회대 학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