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오른팔, 학교로 돌아오다

 지난 6월 20일, 대통령실장이 교체되었다. 명실상부한 대통령의 오른팔이 교체된 것이다. ‘확실한 대통령의 사람’으로 MB가 그토록 아끼던 사람이었지만 이명박 정부에게는 악몽 같았을 ‘광우병 괴담’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실장직에서 물러났다. 그 주인공이 바로 서울대 사회대 교수, 류우익 교수이다.

 그 권력만큼이나 대학으로의 복직 문제가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행정적 문제가 없다.’는 서울대 본부의 답변과 함께 2008년 2학기 개강과 함께 류우익 교수는 학교로 돌아왔다. 지리학과 대학원 수업을 맡았다고 한다.

‘선생님’, ‘지식전달자’와 결코 동의어가 될 수 없는 그 단어

 선생님이라는 단어는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사람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존경과 흠모가 담긴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는 학교에서 수업을 통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얻는다. 그러나 우리가 ‘선생님’ 에게 얻는 것은 단순한 지식과 정보만은 아닐 것이다. 지식과 정보만을 주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선생님이 아니라  ‘지식판매상’ 이다.

 삶의 궤적이 보여주는 인품과 도덕성,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고결한 가치가 학문적 실력과 함께 선생님이 갖추어야할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폴리페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교수로서의 본업을 팽개치고 책임을 다 못한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다. 그러나 류우익 교수가 복직신청을 했을 때, 서울대학교 본부는 행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렇다. 행정적으로 별 문제가 없을 수 있다. 다른 ‘폴리페서’ 들과 다르게 절차를 거쳐 휴직을 하고 공직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한 교수가 정치를 한다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의 학문적 소신과 능력을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쓰는 것은 권장할 만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에서 중대한 임무를 맡고 또한 그 실정에 실질적인 큰 책임이 있는 류우익 교수는 복직의 절차 문제와 별개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 우리를 가르칠만한, 우리가 배울만한 선생님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아니, 그 자격은 이미 자연스럽게 배우는 학생들로부터 박탈당했는지도 모른다. 정의와 진리를 배신한 사람은 이미 ‘선생님’이 아니기 때문이다.

류우익 교수님, 당신에게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위험쇠고기 수입,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 의료민영화, 언론사영화, 외교안보문제 등, 국민들을 두려움과 놀라움으로 잠을 설치게 하는 정책과 실수들을 연일 터뜨리고 있다. 매일매일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두려울 정도이다. 그러나 이렇게 정권의 철학과 비전, 능력을 의심할 만한 실정 속에서도 MB정권의 백미는 국민을 대하고 있는 태도와 민주주의에 대한 관점에 있다.

 100일간, 많을 때는 수십만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지켰던 광화문 네거리의 함성 속에서도 정부가 끊임없이 외쳤던 것은 ‘배후가 누구냐?’ 와 ‘폭력시위’ 뿐이었다. 비판적인 언론과 네티즌들에 대한 입장은 길들이기와 구속과 연행과 같은 철퇴였다. 자기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이미 그것은 국민이 아니라 폭도며 빨갱이었다.

 많은 서울대 학우들이 살을 에는 듯한 물대포를 맞으며 민주주의를 지키고 있었을 때 당신을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당신이 가르치던 제자들이 전경들의 군홧발에 짓밟히고 있을 때 류교수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류교수에 대한 입장은 결코 좌와 우의 정견의 차이로만 환원될 수 없다. 좌에게도 우에게도 최소한의 공유할 수 있는 가치는 있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 그리고 선생님으로 믿고 있던 최소한의 믿음은 우리의 민주주의와 함께 짓뭉개져 버렸다.

 교수가 단순한 지식전달자가 아니라면 우리는 선생으로서 류우익 교수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최소한의 가치와 도덕을 무너뜨려버린 교수로부터 어떻게 학문과 인생을 배우고 진리를 논할 수 있을까? 배우는 사람도 부끄럽고 가르치는 사람도 부끄러운 시대유감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시대유감(時代遺憾), 그러나 류교수의 최소한의 자성의 시간을 요구한다!

 선생의 그림자조차 밟지 말라고 했거늘, 제자가 선생을 비판하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럽기만 하다. 또한 제자가 선생의 잘못을 이렇게 정면으로 비판해야만 하는 상황이 한편으로 너무 가슴 아프다. 다시 한 번 망조 든 시대에 대한 가슴 아픔을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우라 했고 진리야 말로 빛이라고 배웠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선생님들에게서 배운 것이다. 옳지 않은 것은 않은 것이고 그른 것은 그른 것이다.

 제자로서, 한 명의 시민으로서 느낀 분노와 실망감은 자성의 시간이 아니라 즉각적인 사과와 사퇴로도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스스로 사과와 사퇴를 하지 않은 것이 더 실망스럽다.

 류교수는 선생님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졌으면 한다. 스스로의 과오에 대해 제자들과 시민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자성의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그것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제자들은 선생님 당신이 학교로 바로 돌아오는 것을 결코 받아들이기 힘들다. 류우익 교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사과와 책임에 대한 반성이다. 잘못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깊은 사색 속의 반성, 이것이 국민들과 제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도리일 것이다. 부디 제자가 선생님에게 갖는 최소한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길 바란다.



2008년 9월 4일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집행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