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자보는 8월 1일 제25차사회대단대운영위원회에서 인준되어 8월 2일 사회대 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되었습니다.


"이화여대의 투쟁은 우리의 투쟁이다"

- 두 이름의 대학기업화: 서울대 시흥캠퍼스와 이화여대 미래라이프



돈벌이를 위해 공권력의 힘을 빌린 이화여대

7월 30일 이화여자대학교 본관에서 졸속 추진되는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계획에 반대하며 농성 중이던 200여명의 학생들에게 1600명의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3일째 평화 시위 중이던 학생들을 무력으로 끌어낸 경찰들의 행위는 명백한 과잉진압이었다. 유리창이 깨지고 부상자가 속출하는 과정에서도 경찰들은 멈추지 않았다. 함께 모여앉아 노래 부르던 학우들에게 해머와 소화기를 들이댄 경찰들의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학생들이 다치고 끌려가는 와중에도 이화여대 당국은 사실 왜곡과 흑색선전으로 일관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그 어떠한 폭력 행위도 하지 않았고 함께 있던 교직원들에게 모든 편의를 제공했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학생들이 교직원들을 감금했다며 감금죄를 뒤집어씌우고 경찰 병력 투입을 요청했다. 이에 “3박 4일”을 외치던 교직원들은 슬그머니 학생들의 비인간적 처사에 시달리던 피해자들로 자신들을 포장했다. 학생들의 소통 의지는 이렇게 학교 당국에 의해 묵살되었다. 날조된 보도자료를 통해 학생들의 농성을 “감금·폭언·물의를 일으”켰다고 표현한 사람은 학생들이 애타게 찾던 바로 그 총장이었다. 
미래라이프 대학 신설 계획은 뷰티, 웰니스 산업 등 소위 '여성산업' 종사자들의 ‘학위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2.5년제 산업 맞춤형 과정을 수료하면 일반적인 4년제 학위를 수여하는 '단과대학'을 신설하겠다는 사업이다. 이미 1984년에 설립된 평생교육원이 존재함에도 이러한 기만적인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이화여대 당국이 ‘평생교육’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 없이, 학벌주의 사회에 편승하여 학위를 상품화하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며, 조선시대의 공명첩 판매를 떠올리게 한다. 더욱이 사립대학 최고 수준의 적립금을 두고 1100억원의 적자를 학생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메우려는 학교 당국의 처사를 적절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돈벌이를 위한 단과대학을 새로 설립하면서, 대학의 구성 주체인 학생들과의 논의를 거부하고 공권력의 손을 빌리는 학교 당국의 행위는 과연 정당한가?


서울대의 미래라이프: 대학기업화와 시흥캠퍼스

이화여대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서울대 학생들은 기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꼭 비슷한 일이 지난 5월 30일 서울대 법인 2차 이사회 현장에서 벌어졌고 이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시흥캠퍼스 사태의 한 분기점이었기 때문이다. 2차 이사회의 주요 안건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의결이었다. 5월 4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는 학내 구성원들과의 소통과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시흥캠퍼스 계획 중단 및 전면적인 재논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학생들은 실시협약 의결에 반대는 결의안을 전달하고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기 위해 이사회 현장에 모여 있었다. 그러나 이사회가 끝나고 학생들을 맞은 것은 총장이 아니라 학생들을 제압하고 끌어내기 위해 본부가 투입한 청원경찰들이었다. 학생들이 진입하는 것은 불법이고, 영업방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사회 의결 이후에도 본부는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소통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마지못해 개최한 기획처 공청회에서는 실시협약 중단을 요구하는 학생들을 “학생답지 않다”라며 훈계하려 들었을 뿐이다. 본부의 불통과 독선은 법인화 이후 서울대의 일관된 대학기업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법인이 된 서울대는 국립대로서의 위상을 차츰 상실하고 기업들에 재원을 의존하게 되었으며,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수요’ 중심의 구조조정 계획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이러한 대학기업화 경향이 심화되면서 학내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일반이익의 추구를 핵심으로 하는 대학의 공공성은 퇴출당하고 있다. 이윤추구라는 지상명령은 대학의 운영을 특정 이익집단의 이해관계에 종속시키고 대학의 주체적 구성원인 학생들이 ‘대학기업’의 소비자로 전락하게 만들면서, 학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대학의 사회적 기관으로서의 성격을 위축시켰다. 
시흥캠퍼스 사태는 본부가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짓밟고 독선을 벌이면서, 대학기업화를 노골적이고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심각한 사건이다. 우리가 시흥캠퍼스 협약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화여대 학우들이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에 반대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학내 구성원들의 정당한 의견 표명을 무시하고 학생들을 의사 결정 과정에서 소외시키는 학내 민주주의 파괴, 그리고 대학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대학을 이윤추구의 기구로 전락시키는 대학기업화, 이와 같은 흐름들에 우리는 이화여대 학우들과 함께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대 학생회는 이화여대 학우들의 투쟁이 우리의 투쟁과 직결된다고 판단하며, 그들의 투쟁에 지지를 표한다. 개별 대학의 틀을 넘어 대학기업화와 학내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는 행동에 함께하자.


제34대 관악사회대학생회 [피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