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을 외치며 들어선 실용주의 정권은 뭇사람들의 기대가 컸습니다. 왕의 남자라 회자되는 류우익 교수님께서 청와대에 비정규직(비서실장)으로 당당하게 입성하는 게 현실이 되면서 학우들의 관심 또한 높았습니다. 88만원 세대들이 바라보는 청와대의 자리는 KTX 노조, 이랜드 노조, 기륭전자 노조들의 비정규직과는 비교가 안 되는 부러운 비정규직이기에 더욱 그러하였습니다. 아니, 심지어 자랑스러워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정권의 실용은 실용(失勇)이었습니다. 고소영ㆍ강부자 내각이 이루어지면서 민심으로부터 거리를 두더니 마침내 촛불집회는 색깔론을 들먹이며 체제의 불안을 강조하였습니다. 미국으로부터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선물 받기 위해 비겁하게 처신하였습니다. 지금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으로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국민들의 눈치만 살살 살피고 있는 형국입니다.

 논란의 핵심에는 당연히 이명박 대통령이었습니다. 그 배후에는 류우익 비서실장이 있었습니다. 국민들이 밤하늘 아래 촛불을 밝히고 물대포에 맞아 쓰러질 때 류우익 교수님도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 뒷산에서 보셨는지요? 컨테이너로 명박산성을 쌓을 만큼 국민들의 아우성이 두려우셨는지요?

 류우익 교수님은 참으로 투철한 직업정신을 소유하신 분 같습니다. 청와대에서 물러나자마자 학교의 제자들을 얼마나 걱정하셨는지 바로 복직을 하셨습니다. 한반도 대운하를 힘 있게 추진하지 못하고 오신데 대한 아쉬움이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한반도 대운하는 비실용적 정책의 대표로 손꼽히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지요? 혹시 학교에 그리도 서둘러 돌아오신 이유가 「서울대 운하」라도 추진할 심사는 아니신지요?

 저희는 류우익 “교수님”으로부터는 배울 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류우익 “선생님”으로부터는 배울 게 없습니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장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으로서 염치가 없는 분에게 관악의 학우들이 도대체 무엇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저희를 아끼시고 사랑하시는 마음이 가득하여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시지 않는 교수님을 향한 환영의 의미로 시 한편을 바칩니다.

  반 년 동안 2MB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우익이다.
  세상은 봐도 봐도 빨갱이들이 널렸더라.
  어떤 이는 그들 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그들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그들은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으련다.

  찬란히 튀어 오는 관악의 아침에도
  푸른 기와 위에 얹힌 토목에 대한 이상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그는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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