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보호’입법안과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 기습 통과에 부쳐



이제는 발악인가?

 지난 11월 28일, 소위 비정규직 ‘보호’ 법안이 너무도 짧은 시간 내에 날치기 통과되었다. 또한 12월 8일에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이하 ‘노사관계 로드맵’)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고,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의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주류 언론에서는 이제 비정규직이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며, 투쟁 일변도의 노사관계가 선진국형 노사관계로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을 잇달아 내놓으며 기업의 나팔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노동계에서는 이 법안들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더욱 확산시키고 그들에 대한 차별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상 이러한 법안들의 갑작스러운 통과는 임기 말기에 극심한 레임덕을 겪고 있는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발악, 오직 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노동자와 민중을 공격하겠다는 발악일 뿐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뭘 보호’하고, '어떻게 선진화‘하겠다는 겁니까?

 현재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간제 노동자들로써 사용자들이 2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새로 통과된 비정규직 보호 입법안은 기간제 노동자들의 고용을 전 직종으로 확산시키고 있으며, 2년 넘게 파견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직접고용된 것으로 간주하던 조항을 폐지하였다. 이것은 대부분의 노동자들을 2년마다 계속해서 해고되고 재고용되도록 하면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몹시 불안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또한 차별시정 효과가 3.3%에 불과할 것이라는 정책 시뮬레이션 결과는, 정규직보다 더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더 많은 일을 하고도 차별받는 비정규직의 설움이 지속될 것임을 보여 준다.

 노사관계 로드맵은 또한 어떠한가? 정말 그것은 노동자들의 삶에 ‘선진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인가? 사용자 측의 이익에 철저히 봉사하는 어용노조가 판치는 현실에서, 복수노조 허용을 3년 더 유예한다는 결정은 노동자들의 민주노조에 대한 꿈을 멀어지게 하였다. 재정 상태가 열악한 군소 노조들의 기반을 뿌리부터 뽑아버릴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도 이제 3년 앞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전기, 철도, 수도, 항공운수 등을 비롯한 여러 공공 사업장들에서 파업이 일어났을 때, 아무런 효과를 낼 수 없도록 아예 파업 시 사업장을 돌릴 대체인력을 마음대로 투입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노동자들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더라도 원직복직 대신 돈으로 보상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규정은 또한 어떠한가? 아예 노동자들의 파업을 원천 봉쇄하고, 그 효과를 완전히 무력화시키며, 아무리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더라도 기업가들이 돈 몇 푼으로 때울 수 있도록 하는 길을 터 준 셈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이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정하게 주기적으로 해고될 것을 각오하고 불안에 떨면서 일을 해야만 하는 것. 사용자 측으로부터 어떠한 부당한 일을 당하더라도 해고될까봐, 그리고 파업해 보았자 별 수 없을까봐 찍소리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만 하는 것. 그리고 바로 그러한 사람들이 ‘일부의 특수한 비정규직’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대부분의 직업인’들의 모습이 된다는 것!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기 전의 그 참혹했던 과거의 역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뼈빠지게 죽도록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노예의 구렁텅이로 팔아넘긴다는 것! 바로 그것을 의미한다.

 12월 11일부터 민주노총은 전면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정부의 국회 일정에 끌려 다녔던 지난 투쟁들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비정규직 보호 입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을 그토록 서둘러 날치기로 통과한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토록 우리들과 주변 사람들 대부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비정규직을 일반적인 고용 형태로 정착시키고, 이에 대해 아무런 목소리도 못 내게 만드는 악법들에 대해서 단호히 문제제기하고 이를 폐기하기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면서 행동에 나서야 할 때이다.



2006년 12월 11일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집행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