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장단 회의의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 결정에 부쳐



신입생 12.7%, 재학생 5.4% !

 22일 오후, 단과대학 학장단 회의는 2007학년도 등록금을 전년 대비 신입생 12.7%, 재학생 5.4%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 인상안이 그대로 관철된다면, 이미 높은 등록금에 허덕이고 있는 재학생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새내기들은 입학계열에 따라 전년도에 비해 30~50만 원 이상 오른 등록금을 내야만 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관악에만 그치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대학들이 두 자릿수의 등록금 인상안을 발표하였다. 심지어 가장 높은 등록금 인상안을 발표한 전북대의 인상률은 30%에 육박한다.

 이제 돈이 없어 대학에 못 다닌다는 이야기는 국립대에서까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서울대의 등록금은 지난 6년 동안 무려 68% 인상되었으며, 이러한 추세가 몇 년이라도 더 지속된다면 조만간 서울대의 등록금은 웬만한 사립대의 등록금과 비슷한 액수에 이를 것임이 분명하다. 평등하게 주어져야 할 고등교육에 대한 기회를 불안하게나마 뒷받침하던 국립대마저, 돈이 없어 배우지 못했다던 부모님 세대의 피눈물 나는 기억들을 우리 세대에 재현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등록금을 구하지 못해 학업을 계속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상상 속이 아니라 바로 이곳에서, 이미 현실 자체가 되어 있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두세 개의 과외를 뛰어야 했던 우리의 이야기, 끝내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휴학계를 제출해야만 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올해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에 합격한 800여 명의 합격자 가운데, 등록금을 낼 여력이 없는 예비새내기들의 수는 무려 50에 달하고, 그 가운데 장학 혜택을 받지 못한 30여 명의 예비새내기들은 입학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모든 것이 그들의 손에서 결정되었다

 그런데 우리의 삶에 이토록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등록금은 어떻게 책정되고 있는가? 학교당국의 일방적인 방침에 따라 결정되고 있지 않은가! 관악의 등록금은 학장단 회의와 교수평의회, 기성회 이사회를 거쳐 책정된다. 학교 행정당국이 마련한 등록금 인상계획을 학장단 회의가 잠정적으로 결정하고 나면, 학교당국의 거수기인 교수평의회와 기성회 이사회가 그것을 확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등록금을 내는 당사자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할 어떠한 통로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학생대표는 등록금 책정 과정에 한두 번의 ‘발언’ 이외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으며, 학생대표의 발언에는 어떠한 구속력도 없다. 재학생 학부모들로 이루어진다는 기성회는 이사진을 어떻게 선출하는지도, 심지어는 누가 기성회 이사인지도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등록금 책정 과정에서 어떠한 논의가 오가는지도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러한 등록금 책정과정의 비민주성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바로 어제의 학장단 회의였다. 등록금 인상안에 반대 의사를 나타내기 위해 본부 행정관 앞에 모여든 총학생회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운영위원들과 50여 명의 학우들에 대해, 학교당국은 굳게 닫힌 철문으로 응수하였다. 약속되었던 연석회의 의장 2인의 회의 참관 또한 버젓이 묵살되었다. 회의 과정에서 이루어진 논의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반대 의사를 나타낼 수 있는 어떠한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우리의 삶이, 그들에 의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결정되어 버린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난 뒤에, 학교당국은 교육환경개선협의회라는 허울 좋은 자리에 학생대표들을 불러들였다. 그러고는 이미 결정된 등록금 인상률을 일방적으로 통보하였다. 교육개선협의회란, 등록금 인상률이 학생들과의 협의 하에 결정되었다는 구색 맞추기를 위한 기만적인 자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우리에게는 우리의 힘을 보여줄 기회가 남아 있다. 올해의 등록금 인상안은 29일로 예정된 기성회 이사회를 거쳐 확정된다. 현재의 기성회 이사회는 학교당국의 거수기에 지나지 않지만, 학교당국은 그 거수기의 거수 없이는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고지할 수 없다.

 물론 학교당국은 우리에게 어떠한 의사표현의 기회도 주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학생대표들에게는 어떠한 발언권도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회의가 언제, 어디에서 열리는지도 알려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학교당국은 타협은커녕 대화조차 거부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 우리가 견딜 수 없는 현실을 우리에게 강요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 그들의 양보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그들의 우리의 의지에 굴복하도록 그들을 강제하는 것. 그것만이 우리의 삶을 지켜낼 수 있다. 우리의 삶을,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함께 행동하자!



2007년 1월 23일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집행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