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서울대학교, 등록금을 무단으로 책정하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국립 서울대학교가 거쳐야 할 정당한 절차를 스스로 무시하고 등록금을 무단으로 책정해버린 것이다. 257만9천 원. 사회대 새내기들이 받아들게 된 등록금 고지서에 적혀 있는 금액이다. 이것은 작년의 225만7천 원에 비해서는 14.3% 32만2천 원, 2001년의 142만 원에 비해서는 무려 81.6% 115만9천 원이 인상된 금액이자, 학교당국이 기성회 이사회도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책정한 금액이다.

 지난 1월 29일, 총학생회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와 사회대 학생회를 비롯한 70여 명의 학우들은 등록금 인상안을 통과시키려던 기성회 이사회를 물리적으로 저지하여 무산시킨 바 있다. 학교당국은 기성회비 인상안에 대한 기성회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원칙적으로 인상된 등록금을 고지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학교당국은 1월 22일의 학장단 회의에서 의결된 신입생 12.7% 인상안을 그대로 반영하여 등록금을 버젓이 고지하였고, 새내기들은 학교당국이 요구하는 액수만큼 등록금을 내거나, 아니면 입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학교당국은 자신들의 원래 계획 그대로 등록금을 인상시킴으로써 학생들에게 모든 비용 부담을 전가하는 행태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는 사실, 기성회 이사회는 학교당국의 정책을 그대로 따르는 거수기에 불과했으며 애초부터 어떠한 조정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뚜렷이 드러내고 말았다. 동시에 학교당국은 등록금을 인상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스스로 정해 놓은 절차조차 버젓이 무시함으로써, 말로는 절차에 따른 대화와 타협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정해진 절차를 걷어차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말았다.

등록금 ‘가’책정에 담겨 있는 학교당국의 술책

 학교당국은 “신입생들에게 등록금을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책정안에 따라 등록금 고지서를 발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말은 일방적이고 계획적인 등록금 책정을, 입학행정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취한 불가피한 조치인 양 위장하려는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 학교당국은 등록금을 무단으로 책정하는 황당한 짓을 벌이지 않고서도 입학사정에 차질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었다. 수시모집 합격자에게 그러하듯이, 정시모집 합격자에게도 예치금을 납부하도록 함으로써 충분히 등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을 책정하여 고지했다는 것은, 기성회 이사회 무산이라는 상황을 핑계삼아 원래의 계획대로 등록금 인상안을 관철시킨 것으로, 등록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입학 자체가 불가능한 신입생들의 불리한 처지를 악용하여 등록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학교당국의 조치가 비열한 술책에 불과하다는 것은, 다음 기성회 이사회가 2월 28일로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등록금 인상안에 대하여 기성회 이사회의 승인을 받는 것이 학교당국에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였다면, 학교당국은 기성회 이사회를 하루빨리 재소집하려 하였을 터이다. 그러나 학교당국은 기성회 이사회를 재학생의 등록마저 끝난 뒤인 2월 28일로 예정함으로써, 평균 8.5%에 달하는 등록금 인상계획을 재학생들의 차원에서까지 기정사실로 만들려 하고 있음을 스스로 폭로하였다.

기만과 술책에 맞서 투쟁을 이어 나가자!

 이미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학우들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묵살당하고 있다. 학생들과 등록금 문제를 비롯한 학내문제에 관해 논의하자던 교육환경개선‘협의’회는 학교당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정책을 ‘통보’하고 ‘강요’하는 자리가 된지 오래이며, 매번 약속하곤 했던 학생대표의 회의 참관은 1월 22일의 학장단 회의에서, 1월 29일의 기성회 이사회에서 무시된 바 있다.

 우리는 이러한 학교당국의 기만적이고 독선적인 술책에 단호하게 맞서야 할 것이다. 그간 계속하여 무시되어 온 학우들의 힘과 뜻을 한데 모아야 할 필요성이 점점 더 절실해지고 있다. 새내기들에게 등록금 인상의 부당성과 기만성을 폭로하면서, 학교당국이 아니라 우리가 바로 학교의 주인임을 보여 주도록 하자. 학교당국이 등록금 인상계획을 완전히 포기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워 나가자!



2007년 2월 5일
진보의 요람 사회과학대학 학생회